노동환경건강연구소 허승무, 일과건강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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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어느 날, 스펀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종서가 목소리로 유리잔을 깨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어떠한 외부 압력이나 충격을 주지 않았는데도 깨져 버리는 유리잔. 갑자기 김종서가 마술사라도 된 듯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이 장면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고 실제 촬영된 장면이다. 자! 이제 우리 그 원리를 알아보고 목소리로 접시를 깨뜨리는 초능력자가 되어보자.

 

1. 진동의 특성
세상 모든 물체는 고유 주파수를 가진다. 고유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유리잔에 똑 같은 주파수의 외부 자극을 주면 두 물체 사이에는 공명 혹은 공진(resonance) 현상이 발생하며, 진폭이 커지고 에너지 크기도 증폭된다. 발생된 에너지를 유리잔의 분자 구조가 견디지 못할 때 유리잔은 깨지게 된다. 따라서 부수고 싶은 물체의 고유 주파수를 알아내고, 그 고유 주파수의 음파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세상 어떠한 물건도 쉽게 부술 수 있다. 물론 분자 구조가 튼튼한 제품을 부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만 감안한다면 말이다.
위에서 주파수를 얘기했다. 주파수는 진동의 크기, 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와 함께 가속도라는 특성도 진동 크기를 결정짓는 큰 요인이다. 주파수는 높다고 위험한 게 아니지만 가속도는 높을수록 위험하다. 승용차의 악셀레이터(accelerator)라고 부르는 페달도 많이 밟을수록 속도가 증가해서 위험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정리해보면 주파수와 가속도는 진동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진동의 특성들이다. 진동의 크기를 가늠하는 가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국제적으로 통일되지 못했습니다. ISO나 유럽연합 등에서 측정 방법과 분석방법 등을 표준화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지만, 그 표준과 기준들은 아직도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본과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는 자체적인 진동 평가 기준과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소진동은 산업안전공단에서 ISO 측정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진동의 크기, 즉 가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공구 무게나 손잡이 형태, 패드 재질, 회전 속도, 작업물 조건 등의 직접 원인 이외에도 작업 자세, 작업자 숙련도, 스트레스, 온도, 습도 등의 간접 원인 등도 진동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구분된다. 즉 작업 환경, 여건, 상황 등 모든 것들이 진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인자들을 고려하여 개선에 참고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개선에 초점을 맞춘 진동 평가는 진동 크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직접 원인을 위주로 분석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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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노드증후군

 

2. 진동에 의한 건강 장애
산업현장에서 인체에 해를 주는 진동은 크게 국소진동, 전신진동 2가지로 분류된다. 국소진동이란 인체 일부분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으로 수공구를 사용하면서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말한다. 이외에 신체 일부분이 아닌 신체 여러 부위에 전반적으로 전달되는 진동이 있다. 차량이나 배, 비행기 등에 탑승했을 때의 진동이 그것으로 전신진동이라 부른다. 2가지 진동은 측정방식이나 분석방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인체에 해가되는 주파수 특성이 많이 다르다.
국소진동은 ISO 기준으로 6.3~1250Hz 사이의 주파수대 가속도 측정을 기본으로 하고, 전신진동은 0.8~90Hz 사이의 주파수대 가속도를 측정한다. 실제로 뇌를 감싸는 두개골은 20~30Hz에서, 눈은 60~90Hz에서, 어깨와 같은 관절부위는 12Hz 이하에서 고유 주파수가 보고되었다. 기기에서 발생된 주파수가 신체 부위의 주파수와 일치하여 공명이 발생한다면, 유리잔처럼 파손되지는 않더라도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이란 무엇일까? 국소 진동에 장기간 노출된 작업자 손가락에는 레이노드증후군이라는 대표적인 진동 장애가 발생한다. 손가락 끝까지 영양분과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진동에 의해 수축되고, 이러한 현상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손가락 끝까지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하얗게 손가락이 변질된다. 처음에는 잠깐 주물러 주면 평소 상태로 회복되지만, 장기간 같은 환경에 노출되면 통증과 함께 조직 괴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추운 환경에서 작업할 때 증세가 더욱 심각한 특성이 있다. 이와 함께 수근관증후군(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물려 그 아래쪽 손바닥 부위가 저리거나 아프게 되는 병) 등이 진동으로 유발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어떤 논문에서는 국소진동이 허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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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진동은 메스꺼움, 구토, 두통, 불편함, 요통 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요통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간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신진동이 발생하는 환경이 대부분 차량에 탑승하는 경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운전자의 메스꺼움, 구토, 두통, 불편함으로 인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3. 건강 장애를 유발한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러한 피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제일 좋은 방법은 작업자가 진동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임팩트렌치로 조이던 볼트를 스패너로 조이라고 하면 굉장히 답답해진다. 이렇게 되면 진동에 의한 장애는 없어지겠지만 무리한 힘 사용이나 반복성 증가로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진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노출 정도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진동 수공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교대로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노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방진 장갑이나 공구 패드를 보수, 개선하여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진동이 발생하는 수공구의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 가벼운 수공구 선정, 적절한 휴식 시간 배정, 댐퍼가 있는 무진동 공구 사용 등의 개선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개선안은 작업 상황에 맞아야 하며 작업자가 작업을 편하게 수행 할 수 있어야 개선안으로서의 효력이 발휘된다. 간혹 현장에서 개선안에 대한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못해보는 경우가 있다. 개선안은 실패할 수 있다. 10개 시도해보고 그 중에서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10명의 작업자 중 최소 1명은 건강이 확보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고, 이러한 개선안이 10개가 된다면 10명 모두가 건강해진다는 생각으로 현장 개선을 진행하여 건강한 일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요컨대 진동으로 오는 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 주파수와 가속도로 진동 크기를 측정해보고,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라면 여러 가지 개선안을 적용하여 진동으로 인한 질환이 작업자의 몸속에서 추방되도록 여러분이 만들 수 있다. 비록 구체적인 사항까지 다루지는 못했지만,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관심을 통해 작업자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스펀지에서 방송되었던 아나운서 멘트를 소개하려 한다.
"1940년 미국에서는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현수교인 타코마 브리지가 초속 20m 바람에 무너져 세계를 경악케 했다. 그렇게 센 바람 이 아니었지만 한순간 무너져 내린 이유는 다리가 흔들리는 진동횟수와 똑같은 진동수로 바람이 불어 닥쳐 흔들림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를 공진현상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73년 남해대교가 이와 같은 현상 때문에 붕괴됐다."
무너지기 전에 예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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