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02:21
일과건강 2006년 4월호,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lyk4140@hanmail.net)
▲ 배 수확작업. 먼 곳의 배를 딸 때는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상체를 뻗는 작업자세(우)가 반복됨에 따라
어깨, 목, 허리 등의 위험성이 가중되게 된다.
1 . 왜 농작업에서 근골격계질환이 문제되는가?
우리들은 흔히 농촌 하면 전원적인 풍경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농작업 현장에는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시골에 계시는 우리네 어머니들 중에 무릎 아프지 않는 분이 어디 있으며, 또한 허리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처럼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이미 아픈 정도를 지나 농업인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건강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반적으로 농작업의 특징은 노동집약적이며, 작업이 표준화되지 않고 불연속적이라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작업 구성원이 가족 중심이라는 인구학적인 특징이 있다.
또한 작업방법에 있어서는 농기계 사용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과 함께 계절적 요인에 의한 농번기와 농한기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전체적인 작업시간이 점차 늘어가고 있어 상대적인 노동강도는 과거에 비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작업 특성과 농업환경 변화는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요인(특히 연령, 작업공구 사용, 노동시간 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외국에서는 농작업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건강장해가 이미 중요한 건강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1990년대 이후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켈리포니아주에서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1981-1990년까지 보고된 농업인의 직업적인 상해 중 전체 43%가 근골격계질환과 관련있고, 이중 약 40% 정도가 요통과 관련되어 근골격계질환이 전체 상해 발생율이나 비용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특히, 농업인의 요통과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일본에서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비닐하우스 내의 시설작목 작업자는 50% 이상이 허리와 어깨 부위 통증을 호소하였고, 이들 작업은 작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숙이는 작업자세와 관련되었다고 하였다. 트랙터 운전과정에서 전신진동에 노출되는 작업자는 대조군에 비해 약 10% 이상 요통 자각증상 호소율이 높다고 하였고 이러한 증상들은 전신진동과 허리가 틀어지는 작업자세, 그리고 장시간 동안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요인과 관련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농업인 근골격계질환은 이미 국제적인 주요 건강문제로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실태 조사 및 관련요인에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요통과 같은 근골격계질환은 육체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육과 혈관 및 신경, 관절 등에 장해가 생기기 때문에 노동력 손실이 크고 질병 유병기간이 길며, 또한 재발 위험성이 그 어떤 질병보다도 높다는 관점에서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농업인의 근골격계질환은 어느 정도 심각한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01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추농사를 주로 짓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골격계질환 검진 결과 유병율이 약 80% 정도로 나타났다. 즉 10명 중 8명 이상이 근골격계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중 50 % 정도가 두 가지 이상의 관련 질환을 갖고 있었고 수술을 필요로 할 만큼 심한 경우가 많았다.
근골격계 질환 종류 |
비율(%) |
퇴행성 관절염 |
27 |
근막통 증후군 |
21 |
요추부간판 탈출증 |
19 |
만성 요추부 염좌 |
18 |
견관절 충돌증 |
12 |
주관절 외상과염 |
10 |
퇴행성 척추증 |
6 |
말초 신경염 |
4 |
기타(레이노씨,요통,슬내장증 등) |
< 2 |
1가지 이상의 질환자 |
80 |
또한 ‘농림어업인의 주요 상병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농촌진흥청, 2004) 의사가 진단한 근골격계질환 유병율은 비농림어업인에 비해 2.4배 정도 높은 알려져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전체 농림어업인 천 명당 유병율이 관절염이 257.16명, 요통 좌골통이 138.80명, 신경통이 74.21, 디스크 62.62명으로, 근골격계질환으로 의심할 수 있는 자의 전체 유병율이 531명(중복질환 포함해 서)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50% 가까운 유병율을 추정할 수 있다.
.
관절염 |
요통, 좌골통 |
위염, 소화성궤양 |
고혈압 |
신경통 |
디스크 |
당뇨병 |
치아 우식증 |
편두통, 만성두통 |
천식 |
257.16 |
138.80 |
128.41 |
119.02 |
74.21 |
65.62 |
47.21 |
46.35 |
34.70 |
29.95 |
▲쪼그리는 작업자세가 특정 기간 동안 집중되는
고추 작업의 경우 무릎, 허리, 어깨 부위의 근골격계질환
문제가 심각하다.
3. 농작업은 어느 정도 힘든가?
농작업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은 복합적인 노출 특성 때문에 평가하기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농작업인의 전형적인 노출 특성을 평가하기 보다는 작목별로 주로 문제되는 단위작업에 대한 평가 중심으로 접근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추따기 작업은 쪼그린 상태(혹은 서서)에서 허리를 30-40도 정도 숙이고, 상완을 90도 내외로 들어 올린 상태에서 손목을 분당 30-40회 정도 반복하는 작업 특성이 있다. 특히 쪼그린 작업자세와 허리를 숙이는 자세는 3분 이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서서 하는 작업이 있는데 쪼그린 작업자세에 비해 작업 비중은 적지만 허리를 숙이는 각도가 45도 이상으로 3분 내외의 정적인 작업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위험성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또한 수확된 고추 포대를 옮기는 작업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긴 하지만 포대 무게가 중량물 최대 허용기준(23kg)을 훨씬 초과하는 작업으로 중량물에 의한 허리 부위 위험성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