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건강 2006년 5월호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석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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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은 한국 물정에 어두운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과 산업안전을 얘기해주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 반 동안 8,555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였다. 매일 7명씩 산재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선에서 볼 때 이는 이주노동자 산재발생의 전체규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사업주들은 산재발생시 법률적 절차를 밟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합법체류자냐 불법체류자냐에 무관하다. 산업기술연수제로 입국하거나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산재를 당하였다 해서 미등록노동자들의 경우보다 사정이 나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어와 한국의 물정에 서툰 이주노동자들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확률이 높다. 이주노동자가 취업하는 업종이 영세업체, 3D업체, 사양업체, 공해유발업체라는 점이 이들이 재해를 당할 위험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들이 노동하는 거의 모든 업체는 안전한 노동을 위해 안전장치설치나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을 작업에 투입하기 전에 충분히 안전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없고, 안전한 작업을 위한 한국어교육을 충분히 시키는 경우도 없다. 산업기술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경우에도 불과 3일간의 한국어교육만 시킨 채로 산업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그나마 교육도 없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의식이 생길 리 만무하고, 산업재해 발생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서는 지난 2002년 산재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실태조사 결과 이주노동자들의 산재발생 주요 원인과 산재치료 중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고 3년차에 접어든 현재에도 이런 현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이주노동자들의 산재발생 원인을 보자.

 

1) 안전장치 혹은 안전장비 미비
한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30인 미만의 중소영세업체들은 노후한 기계를 교체하지 않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기계의 안전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개의 신체절단, 압착 등의 사고는 안전장치 미비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영세중소업체의 작업환경 위험도는 심각하다.

 

2) 안전교육 부족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재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한 달 이내의 취업기간 중에 산재가 발생하는 것은 부지기수이며 취업한지 1주일이내, 심지어는 작업시작 1~2시간 만에 산재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물정에 서툰 이주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한국어 교육과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하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실태조사에서도 안전교육을 대충이라도 받았던 경우 입사 후 산재를 당하는 기간이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던 경우보다 늦춰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3) 한국어 미숙이 산재 유발을 촉진시키는 한 요인
한국어를 어느 정도 잘 구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입사 후 산재를 당하는 기간이 차이가 있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할수록 입사 후 산재가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어야 안전수칙이라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4) 장시간 노동, 휴일 문제
거의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1일 평균 10~12시간씩 근로하고 있다. 그 이상의 근로시간도 적지 않아 심지어는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근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에 연장근로, 휴일특근 등도 잦으며, 특히 야간작업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거의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노동자들 임금은 8시간 기준으로 할 때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는데(법령에는 최저임금이상을 주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사업주는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임금을 많이 받으려는 이주노동자들이 힘든 조건의 연장근로를 마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장시간노동에 따른 피로는 산재발생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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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들은 사고성 재해나 직업성 질환에 걸려도 차별과 무관심 속에 권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가 발생한 이후 그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앞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9.2%만이 산재보상보험법 적용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산재발생시 미등록노동자가 합법체류자보다 산재보상보험법 적용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산재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회사의 거부였다. 회사측에서 산재보상보험법 적용을 거부하는 이유는 산재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추징금에 대한 재정적 부담, 산재요율 상승 부담, 미등록노동자일 경우 미등록노동자 채용에 따른 범칙금 부담 등이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이런 경우 사업주가 당연히 산재보상보험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치를 취해줘야 함이 마땅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치료비를 자부담하게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며,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휴업급여 미지불은 기본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업주들일 수록 답답하고 암담한 마음에 지원단체를 찾는 이주노동자들과 지원단체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1) 신규입국자일수록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미등록노동자들보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갓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이전에 미등록노동자들이 다수인 경우에는 취업하는 경로나 한국생활에 필요한 제반 정보들을 앞서 한국에 정착한 동료 미등록노동자들을 통하여 해결하였다. 한국에 오래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은 대략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산재발생시 지원단체를 찾아와 자문을 구한다. 한편 사업주 입장에서도 필요한 작업지시를 한국어에 능숙한 선참 미등록노동자들을 통하여 전달하곤 했었다.
그런데 현재는 갓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묘연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산업안전 의식이나 사고발생후 처리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운 좋게(?) 지원단체를 찾게 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고경위를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내가 실수해서’라고 대답을 한다. 사고배경에 깔려있는 ‘안전장치미비’ ‘장시간노동에 의한 피로누적’ ‘안전교육 미흡’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까 묻혀버리는 산재는 부지기수가 되고 있다.

 

3) 직업병에 대한 무지
사고성 질환보다 직업성 질환에 이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작년에 온통 매스컴을 도배하였던 안산지역의 ‘노말 헥산 중독’사례는 그야말로 운 좋게(?)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그 사건 당사자들 중 일부가 직업병을 질병으로 알고 귀국해버렸던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이 직업병이 발병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대처방식이다. 즉, 아픈 몸과 절망적인 마음을 안고 귀국해버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직업병 발병실태는 아무런 통계가 없다. 또한 그저 질병인 줄 알고 지원단체를 찾았다가 직업병의 의심이 간다 해도 이를 인정받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직업병임을 입증받기 위해 본인이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검사비와 치료비가 일차적인 산이다. 거기에 본국에 송금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딱한 상황이 직업병 원인 추적과 검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인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실은 아주 간단하다. 안전장치 및 안전장비를 구비한 노동, 충분한 안전교육, 정기적 건강검진, 산재발생시 법률상 보장된 적절한 치료와 보상, 바로 이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노동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다국어로 된 각종 산업안전 교육 자료들을 발간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충분한 정도로 한국어실력을 갖추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 상황을 생각한다면 적절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작업현장의 안전성 담보이다. 안전장치와 안전장비가 제대로 구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 사업주들에 안전감수성에 대한 교육-이것이 선행되어야 이주노동자들의 산재발생을 줄이고 산업안전을 담보하는 첫 번째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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