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 수정

 

일과건강 2006년 9월호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한국 19%, 스웨덴 98%…
 돈 많이 들고 육아부담 여성 편중…5개국 중 ‘꼴찌’″

 

“우체통 거리만큼 보육시설을 늘리겠습니다.”라며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空約)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출산과 육아 환경을 보여주는 모 일간지 기사 내용의 일부다. 일본 내각부가 작년 10월에 5개국(각국 1,000명) 20~49살 남녀를 대상으로 한 출산과 육아 실태 의식조사에서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가운데 우리나라의 출산과 육아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1.08명으로 가히 ‘출산 파업’이라 할 수 있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의심되는 각종 저출산 대책을 내놓으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부 노력과는 무관하게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쉽지 않은 나라’인 것이다.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6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양육담당자와 관련하여서는 ‘3살까지는 보육원에 보내지 말고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80%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출산과 양육을 여성 몫으로 여기는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사교육비와 각종 양육비 부담을 안은 채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미 직업을 갖고 있던 여성은 출산이 곧 경력의 단절(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구조는 전형적인 ‘M자형’이다)을 의미하고, 다시 직업을 가지려고 마음먹으면 대다수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정규직/남성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현재의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는 대신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유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되는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고, 노동자에게는 ‘육아휴직장려금’, 기업에는 ‘대체인력채용장려금’, ‘출산후계속고용장려금’ 등을 준다면 여성들은 아이를 더 낳겠다고 할 것인가? 기업은 여성노동자의 모성권을 보장할 것인가? 사회는 양육책임을 함께 부담하게 되는 것인가?

최근 유행하는 ‘가족친화적(family-friendly) 노동’ 실현을 위해 일과 가족의 양립을 지향하는 정책 등을 이미 18년 전부터 실시해 온 이웃나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각종 정책들은 실패한 일본 정책을 따라하기 바쁜 모습이다.
이미 1989년 출산율 1.57을 기록하며 ‘저출산 위기설’이 등장한 일본은 저출산 현상이 ‘노동력 인구 감소’와 ‘연금제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등 ‘21세기 국민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유사 이래 미증유 사태’라고 진단하면서 각종 관련 입법안을 공포,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본 선례를 따라 여성단체 등 관련 단체들이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내놓으며 따라가기에도 바쁘게, 아니 몇 년간 투쟁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각종 정책들(시행의 한 주체인 기업규제는 빠져 있는)을 아예 앞질러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 분석과 해결책이 없는 정책들은 겉돌 수밖에 없다. 1989년 이래 각종 정책을 시행한 일본은 18년이 지난 지금 출산율 상승은커녕 보육시설이 민영화되고 보육사 등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 되는 등 여성노동권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대책 어디에서도 ‘여성 노동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아동보육수당보다는 (물심양면으로) 맘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공보육시설을 더 원한다. 돌봄 노동과 감정 노동을 재평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통해 진정한 육아휴직제 도입을 원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 없는 모성권을 원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들의 대부분은 남성이 독차지하면서도 유독 양육과 관련해서만은 여성에게 양보하는 사회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원한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시에서는 동네의 우체통을 모두 이동하고 그 자리마다 시립 유치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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