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02:50
일과건강 2006년 5월호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 임 엠마누엘 신부
저는 프랑스 사람이고 천주교 사제로서 1974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그때는 유신 독재 시절이라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엔 본당신부로서 활동하다가 노동자들을 만나고 함께 하고자 난지도 쓰레기장과 재활용플라스틱공장에서 일했습니다.
2004년 10월부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재사목은 작은 팀으로 산재 노동자와 진폐환우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데 진폐환우들 대부분은 예전에 광부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산재환우들과 진폐환우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병원과 가정을 방문합니다.
산재사목팀은 여의도 성모병원과 녹색병원에서는 진폐환우들을 만나고, 광명성애병원에서는 산재사고로 손가락과 다리가 절단된 환우들을 만나며 한강성심병원과 한일병원에서는 화재나 감전사고로 화상을 입은 산재노동자들을 만납니다. 또한 재가진폐환우들을 만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가정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법 관련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재가진폐재해자협회와 연대도 갖고 있습니다. 재가진폐환우들 중 어려운 가정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들이 산재환우들과 진폐환우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만한 재정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활동을 통해서 정의가 실현되고 이 사회에서 산재노동자들 권위가 인정받기를 희망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만나는 산재환우 남씨를 만난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당시 남씨는 두 달째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남씨와의 만남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분은 전신 70%의 감전화상으로 왼쪽 눈은 실명되었고 왼쪽팔도 잃었습니다. 오른팔은 힘이 없고 다리도 부상이 심해 아예 걷지를 못합니다. 남씨는 69세 된 고령의 노동자인데, 저는 그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제 고향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기 때문이지요. 남씨는 68세 나이에도 아직 일하고 있었습니다. 고령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정당한 퇴직 후 연금을 받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남씨는 육체적인 고통 외에도 더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단지의 전기설비를 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가 사고를 당하자 사업주는 그를 해고 시켰는데 그것은 노동법 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후 사업주는 주소도 남기지 않은 채 갑자기 잠적해버렸고 남씨는 더 이상 그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남씨가 제게 말했습니다.
“우리 산재노동자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기계가 아닙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은 회사 어느 누구도 내 상태가 좀 어떤지 단 한 번도 병문안을 온 적이 없습니다. 고령의 산재노동자를 대우하는 방식이 이런 수준이란 말입니까?”다행히도 남씨 곁에는 늘 그의 아내가 함께 있고 수시로 방문하는 출가한 세 딸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사업주는 그들의 의무를 저버린듯 합니다.
산재환우를 방문을 하면서 남씨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팔다리가 절단되고 화상을 입은 사람들, 그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심리적인 고통 또한 이루 말 할 수 없이 큽니다. 진폐환우들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고통을 겪습니다. 치유가 불가능한 병이지요. 게다가 진폐증은 다른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만 직업병에 따른 요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령의 수많은 산재노동자들이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고를 당하고 직업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 산재노동자들 덕택으로 경제 강국이 되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 그토록 헌신한 그들을 왜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까?
한국 사회는 진폐환우들과 장애를 입은 산재환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삶을 희생한 사람들입니다. 그들도 인정받고 존경받으며 정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산업재해나 직업병에 정당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되어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차원이 아닙니다. 합법적인 보상이야말로 바로 사회정의입니다.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하고 장애를 입으면 퇴역하고 훈장을 받습니다. 국가로부터 감사 표시와 명예를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와 사망을 해도 그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한 훈장이나 표창장은 없습니까? 산재노동자에게 명예를 줄 수는 없습니까?
사회와 정부는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당함이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이 점을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산재노동자들이 존중받고 그들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여정은 멀고도 험하지만 그냥 주어지지 않고 투쟁을 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의 이 부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계각층 모든 이들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산재 노동자들의 존엄성이 사회와 기업과 정부로부터 인정받게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