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신문에서 방송에서 그리고 스스로도 '화재참사'라고 불렀던 경기도 이천 냉동물류창고 '코리아 2000'의 사고는 '산재'로 생긴 '참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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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한국안전연대 한기운 회장이 오마이뉴스에 지난 1월 9일 송고한 기사 내용의 전문입니다. 예방대책 수립의 무게 중심이 소방방재청이 아니라 산업재해예방차원에서 '발생원인과 재해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한기운 회장의 개탄은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의 산업재해 인식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선교활동을 갔던 아프간에서 피랍된 국민이 처음으로 사망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노동자 40명의 목숨이 '부실한 산재예방과 인식' 때문에 저격당했지만 대한민국은 놀랍도록 침착합니다. (관련 사진은 교육센터에서 올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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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화재'가 아니라 '산재'다

 

화재로 명명하면 근원적 산업재해 예방할 수 없어

 

노동자 40명이 한꺼번에 사망재해를 입은 참사를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화재'라고 규정하지만, 화재이기 이전에 이 사고는 '산업재해'이다. 산업재해의 유형 중 폭발이나 화재라고 정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는 동종의 재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재해의 발생원인 및 방지대책 수립의 중심을 어디다 둘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관련 기관 등이 산업재해에 무게를 두기보다 화재에 무게를 둘 경우, 예방대책 수립의 무게 중심은 소방방재청이 중심이 되어 나온 대책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재해예방보다는 화재나 재해발생시 수습에 더 많은 역량 기울이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금번 사고는 냉동설비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경인지방노동청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선임해서 재해예방을 위해 정부와 기업과 근로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책무를 지키며 작업에 임했어야 하는 곳이다. 사고현장은 산업현장이고 금번 사고는 산업재해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화재나 폭발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동종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해발생이론과 산업현장 현실을 잘모르는 기자들의 '오보' 아닌 '우보'인 것이다.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이 사고는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의 산업재해 현장"이라고 명명되어야하고, 그 발생 원인과 재해예방 대책 또한 산업재해예방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재해에 너무나 너그럽다. 금번 사고와 같이 40명의 무고한 국민이 전쟁도 아닌 평시에 한꺼번에 사망했다. 그들은 꼭 죽어야만 했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재해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안전보건 정책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이 결국 그들을 죽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인 가해자라는 것이다. 2007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의 보고서 "산업재해와 교통사고·노사분규·재난 피해 등을 비교한 산재예방 대책의 문제점 분석"에 따르면,


○ 2006년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근로자 만 명당 사망자는 2.10명이고, 산업재해 발생으로 근로손실일수는 7천만 일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노사분규에 의한 근로손실일수 보다 60배 정도다.

 

○ 산업재해의 직접적인 보상금 역시 2005년부터 연간 3조원을 넘어 2006년도의 경우는 3조1천6백억 원이고, 간접적인 손실을 포함하면 국가 전체적인 경제적 손실액은 약 15조 8천억 원을 넘는데, 이는 2006년도 우리나라 명목 GDP의 약 2.2%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 그런데 내년 예산 257조3000억원 가운데 산업재해 예방사업에 지출하는 예산은 3,635억 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의 0.14% 수준이

다. 기금을 제외한 예산만 보면, 전체 예산 182조8,000억 원 중 산업재해 예방 예산은 92억 원으로 0.05%에 불과하다. 국가의 경제적 손실 대비 정부의 예방 사업예산에서 산업재해 분야는 비교할 대상조차 없을 정도로 최하위다.


이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있듯이 정부는 산업재해예방에 92억의 예산만 사용하고 있다. 전체 예산 3635억원 중 기업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 번 사고는 산업재해로 명명되어지고 그 대책도 산업재해예방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해에도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그 죽음을 막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은 92억의 예산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번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가 화재나 폭발에 초점이 맞춰지면 안된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 사고는 이렇게 결론이 날 것이다.

 

언론은 사고가 나면 이구동성으로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며칠을 보도한 후 새로운 관심사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쪽으로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경찰과 노동부의 사법경찰들의 조사를 토대로 업무상 과실 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업주에게 약식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할 것이다.

 

그리곤 더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관련자들은 새의 그 예쁜 깃털 속에 감추어진 뇌처럼 새로운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다. 성수대교가 그랬고 삼풍백화점이 그랬고 대구지하철 사고가 그랬고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도 거의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산업재해 발생의 근본원인에 대한 고찰이 없는 한 동종의 재해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제라도 너와 나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언론은 이번 기회에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사고의 수습단계와 그 결과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다.

 

검찰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헤쳐 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보건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잠깐 관심을 가져서는 '사고 공화국'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없으며 우리 부모 형제가 언제 그 피해를 입게 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 한국안전연대회장 한기운 / 1월 9일 기사 / 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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