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0:56
이 글은 필자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에 실었던 「서비스 청소년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대응과제」를 요약 재구성 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인노무사 이수정
# 어리다는 이유로 폭언 폭행 성희롱까지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하는데 ‘씨발 새끼야 제대로 안 해?’ 이런 욕이 들려요. 욕 들려서 쳐다보면 다른 애가 차장(아르바이트 청소년 업무 지시자)한테 혼나고 있어요. 어른하고 청소년들 대하는 태도가 너무 확연히 달라요.” (뷔페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
청소년노동자들은 사업주나 동료, 상급자가 자신들을 어른과 다르게 대우한다고 이야기했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적인 폭언, 폭행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사소한 실수라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험악한 막말과 신체 폭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금 삭감 등의 부당행위까지 일어난다.
“(사장님이) 자연스러운 스킨십 같은 거, 딸 같이 여겨져서 그러는 거라면서 팔 같은 데 만지고 허리 감싸고. 처음에는 얼어가지고 말도 못하다가 짜증나니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어떤 언니가 신고해서 끌려갔다면서 ‘너네도 사장님이 이런다고 신고할 거 아니지?’ 그래요. 못 들은 척 하고 일만 했어요.” (음식점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여학생 404명 중 88명이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많은 경우가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도 아무 대응도 못하거나 오히려 이를 ‘관리하는 고모’에 의해 말조차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 임금과 고용안정에 밀리는 이슈 ‘건강권’
4․28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이 날을 계기로 4월은 민주노총에서 노동자 건강권에 집중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임금이나 고용안정 등에 밀리는 이슈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제반 노동조건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청소년노동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법/제도적 보완, 시민/사회/노동운동 진영의 네트워크 마련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흔히 청소년노동자를 ‘미래를 짊어질 노동자’, ‘예비노동자’ 등으로 표현하며 그들의 노동권을 유보하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앞서 말한 것처럼 청소년노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과 무관심 혹은 현실 외면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일하고 있다면,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면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노동권과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청소년노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과 함께 청소년노동 현실이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와 업종별 실태, 작업 환경 측정 등 다각도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청소년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시행과 근로감독 강화 등 법․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근로감독으로는 노동재해 예방과 실태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노동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사업주 교육과 제도적 지원, 정기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장 감독이 필요하다.
# 시민/사회/노동운동 네트워크로 실태파악 필요
사회인식과 법 제도 변화와 함께 시민 사회 노동운동 진영의 네트워크로 청소년노동자와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과 관련하여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단체의 교육 활동 중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적극 배치해야 한다. 조직된 노동자의 대다수가 자신의 자녀 혹은 동료일 수 있는 청소년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청소년노동권과 관련한 이슈를 적극 제안하기 위해 노동조합에서 청소년노동자 현황 파악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산업은 사업장마다 분산되어 있는 노동자 특성상 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은 각 사업장의 비정규노동자인 ‘알바’와 연대하고 동행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청소년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 일회성 프로젝트성 사업이 아닌 일상적인 상담활동과 노동인권교육, 지역 단체 학교 해당 관청과 연계하여 청소년노동 실태 파악과 해결 방안 모색 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