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

2012.03.10 22:48

조회 수:11473

연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천 냉동창고 참사’. 한국노동자 23명, 이주노동자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였다. 2008년 4월 현재 이 끔찍한 사고를 기억하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이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4월 15일 토론회가 열렸다.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화재참사 산업재해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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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천참사 동영상으로 시작했다. 이어진 민주노총 김지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이천은 산재참사”라며 “오늘 토론회가 이천참사 재발을 방지하고 나아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 확산시키겠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심규범 박사는 「건설현장 산업안전의 문제점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방안」에서 이천참사의 원인, 문제점,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무리한 공기단축, 이로 인한 산업안전 규정 무시 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의 실질 정착 ▽건설고용보험카드 보급 확대 및 정착 ▽지나친 저가낙찰 억제 ▽재해율 지표 정상화(산재은폐 방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설연맹 노동안전보건국 박종국 국장이 이천참사가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박 국장은 “이런 사고가 재발하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 대표가 명예안전감독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는 한국안전연대 한기운 회장, 노동부 안전보건지도과 허서혁 사무관, 경총 안전보건팀 김판중 팀장, 민주노총 김은기 노동안전보건국장이 나섰다. 이들은 건설노동자들이 사망사고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시급한 제도 개선에는 동감했으나 문제해결에는 조금씩 의견을 달리했다.


주목할 만한 토론 중 하나는 허서혁 사무관이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규제완화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산업안전보건은 사회규제로 (이런 시류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의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허 사무관은 이것이 절차규제는 단순화 하고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지켜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턱없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현장 활동을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노동계로부터 강하게 제기되었다. 경총 토론자로 나선 김판중 팀장은 이 문제에 “산재보험료를 감액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면 고려는 해 볼만”하다면서도 제도로 정착되는 것에는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가 기업 활동 보장과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고삐 풀리듯이 완화되고 있다. 경총은 이미 267개의 규제완화 요구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이중 노동 관련이 78건(28%)이다. 노동 중 산업안전은 43건이나 된다. 규제가 있어도 하루 8명의 노동자가 산재사망을 당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 건강권의 현실이다. 규제가 풀린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는 너무도 뻔하다.


산재왕국이 산재천국이 되지 않으려면 이명박 정부는 당장 ‘규제완화의 굿판’을 걷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최초 기사 작성일 : 2008-04-16 오전 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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