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0:52
이 글은 필자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에 실었던 「서비스 청소년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대응과제」를 요약, 재구성 한 것임을 밝힙니다.필자 이름과 게시자 이름이 다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 최소한 최저임금은 주세요. 2008년 6월. 청소년 노동자가 많은 신림동 순대촌 일대에서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직접행동에 들어갔다. ⓒ 이현정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인노무사 이수정
“좀 실수하면 욕 얻어먹고…. 계속 서 있어야 하니까 알바 끝나면 어깨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래요. 처음 일할 때 근육통이 심해서 잘 못 움직이는 상태였어요. 그렇게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 가서 대충 씻고 자면 바로 엎어져 잠들고 다음날 잘못 일어나고…. 가장 힘든 건 일 중에는 철판 닦는 거. 그 다음엔 쉬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
“얼마마다 미스터리 샤퍼(Mystery Shopper, 위장고객)가 내려와요. 그러면 하루 종일 서 있어야 돼요. 정말 울고 싶어요. 화장실 갈 때도 눈치 보면서 가야 되고….”
# ‘초’저임금에 건강권 없는 노동인권의 사각지대
지난 해 5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전국 1458명의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위와 같은 건강권 침해 외에도 최저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초’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비율이 5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청소년 노동자들은 패스트푸드점, 고기 집, 웨딩홀 등 음식점 편의점 백화점 택배 미용실과 휴게소 등 다양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청소년노동자들을 ‘값싸게 부려도 되는 대상’ 쯤으로 인식할 뿐 이들의 노동인권 현실은 잘 모른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 언어폭력과 성희롱, 부당서약 강요, 벌금 갈취, 노동재해 등에 더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인 이들의 노동인권 현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한 ‘용돈벌이’ ‘사치품 소비’ 때문이라고 왜곡하여 인식한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원칙적인 알바 금지’(학칙으로 제정한 학교도 있음)만 내세울 뿐 적극적인 대응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청소년 노동자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을 뿐이다.
▲ 주유소 알바 흔적.빡빡 밀어도 벗겨지지 않는다는 기름이 베인 피부.
주유소에서 일해본 이 청소년은 처음에는 때가 묻은 줄 알았단다. ⓒ 이현정
# 휴게시간 YES! 노동 재해 NO!
청소년 노동자의 대다수가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였는데 이들은 노동시간 중간에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였다. 또한, ‘억지웃음’과 ‘과장된 몸짓의 친절’을 강요받았다. 한편 편의점에서는 감시카메라(CCTV)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였다. 주유소에서 일한 청소년은 위장고객(Mystery Shopper)에 의한 정기적인 감시까지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감시체계와 앉아서 쉬지 못하는 문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뿐 아니라 허리, 다리 등의 근골격계 질환과 하지정맥류 발생 원인이 되었다. 화장실에 자주 가지 못하는 문제는 방광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분은 일하다 다쳐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위험하고 유해한 물질을 다루는 경우에도 기본적인 안전장치나 보호장구가 없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실내공기 오염 등 작업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주유소 일하면서 발톱이 죽어갔고 이상하게 나거든요. 운동화에 기름 흘리면 기름 다 스며들고 일 끝나고 코 풀면 정말 휴지가 까매요. 좀 지나고 나면 후유증이 생겨요. 기름이랑 비슷한 냄새 맡으면 뒷골이 쫙 당겨요. 흘려진 휘발유가 신발에도 들어가는데, 일 끝날 때쯤 내 발톱에 기형이 온다는 걸 알았어요. 기름이 사람 몸에 진짜 독해요.”(주유소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
흘러넘친 기름에 손등이 벗겨지거나 찌든 기름 때문에 발톱이 죽는 등 주유소의 작업환경은 청소년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여서 작업환경 측정과 보호장구 지급 등 당장 조치가 필요한 현실이다. 이 외에도 패스트푸드점은 화상 위험, 오토바이 배달은 사고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조치 역시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두 번째 기사는 4월 20일(월)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