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앙코르왓 관광으로 유명한 캄보디아는 산업화가 덜 되어 있는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프놈펜에는 의류산업이 성장해오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캄보디아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전략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1997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의류산업은 캄보디아 수출의 95 %를 담당하는 중요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2004년에는 238개의 의류업체가 가동중이다. 이 공장들은 총 28만 명의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 중 85-90 %는 여성들이다. 2003년 미국으로의 수출이 10억 달러를 처음 돌파하였다(자료 : 캄보디아 의류산업에서 일하는 가난한 여성의 고용보장, ADB NPRS-PRF(아시아개발은행 가난감소를위한협력기금), 2006년).
한편, ILO에서는 2001년부터 캄보디아의 더 좋은 공장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노동조건에 대한 감독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왔다. 하지만, 2004년에 캄보디아의 의류산업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노동운동 지도자가 길거리에서 총격으로 죽임을 당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은 자유롭지 못한 나라이다. 그러한 캄보디아에서 최근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의 문제가 다시 노동자 건강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어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캄보디아 기사를 소개하는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아시아 얘기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가운데 임신한 여성을 포함하여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공장 밖에서 싼값의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 Heng Chivoan
캄보디아의 민치 지역에 있는 킨나 의류공장 앞에 식사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핀 론(23세 여성)씨는 노점상 중 한 곳에서 친구와 함께 점심 한 끼를 해결한다.
“저는 점심값으로는 1천 리엘(0.24 US달러, 300원 정도) 밖에 안씁니다. 겨우 허기를 면할 정도만 먹는 거죠. 하지만 이 정도 음식으로는 충분한 에너지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식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은 제게 없습니다. 저는 음식에 돈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제 건강에는 음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가족을 위해 돈을 절약해야만 합니다.”
경제위기 때문에 프놈펜 지역의 의류공장들 중에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고, 생산량도 감소하여 일하는 시간도 줄고 있다.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영양상태가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터뷰 결과에서도 의류산업의 많은 노동자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함에 따라 기운이 없고, 창백하며,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8세의 의류노동자인 셍 스레이 터치는 ‘열심히 일하다보면 어떨 때는 두통이 생기고 너무 지치는데, 요즈음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임신중인 노동자들도 있는데, 이들의 경우 영양부족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프놈펜시 보건국장인 벵 타이씨는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함에 따라 임신여성들이 출산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산모가 영양결핍 상태이거나 충분히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신생아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면역능력이 취약해지며, 신생아의 사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프놈펜시 여성부에서는 경제위기 때문에 여성들의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장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돈을 아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성부에서는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영양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한 상태라고 한다.
프놈펜포스트와 인터뷰를 한 많은 노동자들은 그들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거리를 걷다가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저도 그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제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죠. 하지만, 저는 제 자신에게 말합니다. 나중에 돈이 많아지거든 먹을 수 있게 될거야.”
현재까지 정부당국에서 노동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는 것은 임금이 낮더라도 음식은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수는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절약하다가 병에 걸릴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논리로 정부는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의류제조협회의 노동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칫 케마라씨도 걱정은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이 가족을 위해서 그들의 건강을 희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족 이전에 말입니다. 저는 우리 노동자들이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가족에게 자신이 번 모든 돈을 가져다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몸에 도움 될 리 없는 싼 음식들만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