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은 중층적인 하도급 생산구조와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여전히 현행 안전보건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최근 여수국가산단에서는 플랜트 건설업에 종사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들로부터 사고성 재해가 아닌 백혈병, 폐암 등의 산재신청이 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에 여수국가산단의 비정규직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실태를 조명하고, 현실적인 건강보호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일과건강 연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재한다. 첫째는 최근 여수지역의 안전보건 이슈 현황과 플랜트 건설을 포함한 건설업의 안전보건상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둘째는 여수산단 플랜트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와 관련된 현황을 정리할 것이다. 셋째는 안전보건 제도 적용현황과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기사 필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교수 최상준 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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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산단 모습. 1967년 여천공업단지로 기공된 후 현재 174개 업체 14만 노동자가 일하는 여수산다. ⓒ 클러스터 포커스




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전임강사 최상준


# 174개 업체에 14만 노동자 종사


여수산단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의 하나로 전라남도 여수시 중흥동, 평여동, 월하동, 적량동, 월래동, 낙포동 일원에 약 926만평에 조성된 석유화학공업단지이다. 1967년 여천공업단지로 기공된 후 1969년 현재의 GS칼텍스 정유인 호남정유공장이 준공되고 1980년 여천석유화학단지 합동준공 후 2001년 현재의 ‘여수국가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2008년 10월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지사 통계*에 의하면 여수산단은 GS칼텍스 정유를 포함한 석유화학(68개사) 비금속(10개사) 기계(73개사) 발전(1개사) 전기전자(1개사) 화학제품저장(5개사) 폐기물처리(6개사) 기타(10개사) 등 총 174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4,208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대규모 중화학 공업단지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지사.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 현황(2008.10.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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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 현황> ⓒ 최상준




# 원료, 중간재, 제품 두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석유화학 업체


여수산단은 플랜트 현장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 업체가 발주자이다. 발주자로부터 전체 공사(주로 신설)를 수주한 곳이 원수급자가 된다. 이 원수급회사는 주요 작업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 건설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다. 전문 건설업체는 중간에 십장을 중심으로 건설 근로자들과 주로 단기계약을 맺고 작업을 하게 된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서로 생산 원료(feed)와 반제품(by-product) 혹은 제품(product)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GS칼텍스 정유에서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한 납사는 납사 분해 공정을 가진 여천NCC 사업장에 원료로 공급된다. 여천NCC에서 납사를 분해하여 생산한 에틸렌은 한화석유화학의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생산 원료로 제공된다. 이러한 유기적 연결 관계로 각 사업장의 제품 품질과 수급 문제는 개별 사업장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전체 산단 내 석유화학 사업장 사이의 상호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산단 내 석유화학 사업장들 사이에는 서로 긴밀한 협조와 협의 체제를 갖는다. 이러한 특성은 제품의 품질 관리 뿐만 아니라 안전, 보건, 환경 등 기업경영 측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 여수산단에서는 석유화학 업체 중심의 다양한 협의 구조를 가졌다. 안전보건과 관련된 구조는 크게 네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최고 결정권이 있는 공장장 단위의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이하 공장장협의회)’가 있고, 안전관리 부서 책임자 단위 모임인 ‘여수석유화학안전관리위원회(이하 석안회)’가 있다. 또한 전국 단위 조직인 산업간호협회의 ‘광주전남북지부 전남동부지회(이하 산업간호협회)’가 있고, 산업보건 실무자(주로 보건관리자로 근무하는 산업위생사)위주의 협의체인 ‘산업보건실무자협의회(이하 실무자협의회)’가 조직되어 있다.


네 가지 협의구조에 모두 소속된 사업장은 총 9개사이다. 산업간호협회가 간호사 위주의 조직이므로 이를 뺀 나머지 3개 협의구조에 모두 가입된 사업장으로 보면 총 12개 사업장이다. 여수산단의 이러한 자생적 협의구조는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관리를 위한 발주자 사업장간의 중요한 의사소통 구조 및 자발적 협의체제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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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단협 투쟁 중인 여수건설노조 조합원. 여수지역 비정규 건설노동자 조직체인 '여수건설노조'는 여수산단 건설업협의회와 임단협을 진행한다. ⓒ 건설노조




# 전문걸설업체가 플랜트 건설노동자와 직접 고용관계


플랜트 건설업은 생산자가 목적으로 하는 원료 또는 중간재, 최종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설비산업을 의미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집약형 산업으로서 각종 유발효과가 높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융합 산업이다(장현승 등, 2004)**. 여수산단의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건설사를 자회사로 가진 대그룹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발주자로부터 1단계로 전체 공사를 수주하는 원수급자는 대부분 GS건설, 금호건설, 대림건설, 한화건설 등 국내 메이저급 건설사이다. 이들 원수급자들이 여수에 위치한 전문 건설업체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공사가 진행된다.


**장현승, 최석인. 세계 플랜트 건설시장 전망과 시사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동향. 2004


비정규직 건설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이루고 관리의 책임을 갖는 업체는 전문 건설업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전문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의 상용 근로자를 고용하고 공사(프로젝트) 단위로 비정규직 건설근로자를 단기 고용하여 사업을 수행한다.


현재 여수산단에는 전문 건설업체들끼리 ‘사단법인 여수산단 건설업협의회(이하 여수건설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여수건설협의회는 여수지역 비정규직 건설 근로자들의 조직체인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이하 여수건설노조)’과 임금 및 단체 협상 등을 수행하는 단일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2008)***1). 2008년 현재 여수건설협의회 회원사는 총 83개 업체이며, 이를 대상으로 기초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 <표 1>과 같다.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2008년 단체협약 잠정협의(안). (http://yeosukunno.or.kr) 2008



<표 1. 여수산단 플랜트 건설업체의 기본 특성>

구분

응답수

(업체)

구성비

(%)

구분

응답수

(업체)

구성비

(%)

종합건설업

2

4%

/

5인 미만

1

2%

전문건설업

52

91%

5인~10인

3

5%

기타

3

5%

10인~50인

20

35%

*

플랜트 신설

51

90%

50인~100인

14

24%

플랜트 증축

50

88%

100인 이상

18

32%

플랜트 TA

50

88%

결측

1

2%

아파트/주택건설

12

21%

*

계전

14

25%

도로/토목건설

3

5%

기계

36

63%

기타건설

18

32%

도장

21

37%

5억~50억

12

26%

배관

40

70%

50억~100억

7

12%

보온

14

25%

100억~1000억

29

51%

비계

42

74%

1000억 이상

6

11%

용접

43

75%

상용

근로자

5인 미만

1

2%

제관

40

70%

5인~10인

6

10%

탱크

18

32%

10인~50인

18

32%

기타

3

5%

50인~100인

13

23%

조사대상 : 83

응답:57

* : 복수응답

100인 이상

18

32%

결측

1

2%



응답 업체의 91%가 전문건설업이며, 주로 참여하는 사업은 플랜트 신설, 증축, TA가 대부분(88∼90%)이었다. 연 매출액은 100억∼1,000억 규모가 51%로 가장 많았다. 고용 근로자는 상용근로자와 공사 한 건당 고용하는 일용직 근로자 규모가 유사하였다. 직종별로는 용접(75%) 비계(74%) 배관(70%) 제관(70%) 기계(63%) 직종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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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직종별 여수 비정규직 건설근로자의 연령 분포> ⓒ 최상준




# 계전 기계 배관은 젊은 층, 토목 보온 도장은 고령화 추세


여수산단의 비정규직 건설 근로자들은 2002년부터 여수건설노조를 결성한 후 직종별 분회를 만들고 여수지역에서 일하는 건설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해 왔다. 현재 분회는 계전 기계 도장 배관 보온 비계 여성 용접 제관 그리고 탱크 등 총 10개로 구분되었다.  2008년 6월 현재 여수건설노조의 조합원은 16,371명이며, 성별 분포를 보면 89%가 남성(14,548명), 6%가 여성(972명)이었다. 연령을 확인 할 수 없는 6명을 제외한 16,365명의 평균 연령은 43세, 최빈값****은 48세였으며, 연령 범위는 19세부터 77세까지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의 35%인 5,722명이 40대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30대(3,851명, 24%) 50대(3,787명, 23%) 20대(1,969명, 12%) 60대(923명, 5.6%) 순이었다.


****최빈값 : 가장 많이 관측되는 수, 즉 주어진 값 중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값(위키백과)


직종별 분포는 총 16,371명 중 배관이 3,586명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비계(1,954명, 11.9%) 계전(1,921명, 11.7%) 제관(1,537명, 9.4%) 보온(1,479명, 9.0%) 기계(1,375명, 8.4%) 용접(1,058명, 6.5%) 탱크(521명, 3.2%) 도장(437명, 2.7%) 토목(278명, 1.7%) 순이었다.


직종별 연령분포를 비교하면 <그림 2>와 같이 직종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전은 30대가 가장 많고(33%), 20대부터 40대까지는 전체의 84%를 차지하여 전체 직종 중 가장 젊은 연령 분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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