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 수 정, 일과건강 2007년 4월호


“2년 빨리 일하고 퇴직은 5년 늦추자”(비전 2030 인적 자원 활용 전략)면서 왜 여성노동자의 정년은 35세, 42세, 50세일까?

 

지난 3월, 울산의 △△고등학교에서 조리보조원 여성노동자의 ‘50세 정년’과 관련하여 “비정규직을 이유로 한 정년 제한과 이를 이유로 행한 해고는 고용과 관련한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다. 비록 비정규직을 이유로 한 정년차별 결정이었지만 조리보조원 모두가 여성노동자임을 감안할 때 여성노동자의 정년 차별에 대한 판단으로 읽힌다. 다수의 학교에서 조리보조원 정년을 57세 또는 58세로 정하는 상황과 비교해도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상의 차별”이다.
비슷한 시기 ○○골프장 경기보조 여성노동자는 ‘42세 정년’을 규정한 자치 규약을 근거로 해고당했다. 이와 같은 관행을 국가인권위에 2005년 7월 진정을 제기했지만 20개월 동안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골프장측은 “캐디는 체력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나이든 캐디의 서비스를 기피하는) 손님들 때문에 조기정년은 골프장의 관행”이라고 말한다. 정년 관련 규정이 없는 다른 골프장도 40세 전후에 이르면 퇴직압력을 가하는 실정이다.

 

근로기준법 제5조의 ‘균등처우’ 규정은 남녀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항, 제11조 제1항은 성별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노동 조건을 달리하거나 정년․퇴직․해고 등에 있어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차별’이라 하여 금지하고 있다.

또한 차별에는 “사업주가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로 인하여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하여 ‘간접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직접차별은 ‘남성목욕탕의 남성 때밀이 채용’과 같이 비교에 의한 조건이나 취급의 차이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차별로 인정되지 않지만, 간접차별은 조건이 남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인지 여부는 물을 필요가 없고 다만 기준 자체가 ‘정당’한 것인지 여부만 문제가 된다. 물론, 사용자의 차별의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지난 해 ○○자동차회사는, 남녀노동자 모두 동일한 선발기준으로 동일한 직급인 5급으로 입사하였다. 그러나 4급으로 진급하는데 (인사평가 과정 등에서 성차별적인 인사 관행 때문에) 남성노동자는 평균 소요 연수가 7년이 걸린 반면, 여성노동자는 평균 12년이 걸렸다. 그나마 조합원인 여성노동자 39명 중 16명만이 4급으로 진급했을 뿐 나머지 23명은 입사 10년에서 15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의 진급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5급으로 남아 있다.

또한, 2006년 대법원은 ‘직제 개편에 따른 정년차별’에 대해 “10여년간 상용직에 묶여 승진의 기회를 박탈당한 행정직 6직급 여성근로자에 대해 조기정년의 직급정년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합리성을 잃은 조치로서 부당하다(2006.7.28. 대법 2004두3476)”는 판단을 하였다.

 

이와 같이 채용 및 노동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였더라도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면 간접차별인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우와 두루미’ 우화를 떠올려 보시라. 똑같은 그릇에 같은 음식을 제공했지만 여우 집에서는 두루미가 두루미 집에서는 여우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다르긴 하지만 정리해고(명예퇴직 포함) 대상을 부부사원 중 1인으로 하는 경우, 가족수당․주택자금 대출 대상을 ‘주민등록표상 세대주’로 하는 경우, 점차 폐지되고 있는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등이 간접차별에 해당한다.

직접차별과 간접차별의 판단기준은 이미 설명한대로이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합리적 이유’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누구의 시각에서 합리적인가?)과 특정 성(보통 여성)에게 불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간접차별의 징후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이다. 이는 법을 넘어서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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