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간접적인 암의 원인

2012.03.03 14:52

조회 수:6809

법률사무소 의연 대표. 변호사․산업의학전문의 박영만


1. 뇌심혈관질환 예방
질병 중에는 발병기간이 장시간이고 그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 과로 후에 발병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질병이 과로 때문에 악화된 것인지를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질병이 과로로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도 과로사에 포함시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과로사는 기술혁신과 산업합리화에 따른 업무상 긴장과 스트레스 증가, 경쟁적인 사회구조, 업무 과중, 장시간 또는 불규칙한 근로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데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이후, 특히 외환위기로 인한 기업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의 위협 속에 수많은 근로자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과로사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과로사는 개인적 문제라기 보다 현대 산업사회의 특이한 사회적 현상이므로 이의 예방에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 위험요인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인 위험요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비만,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 신체활동부족 등 개선이 가능한 요인과 연령 증가, 가족력(직계 가족에게서 50세 이전에 뇌심혈관질환이 발병한 경우) 등 개선이 불가능한 요인이 있다. 이러한 위험요인이 있는 근로자는 작업배치와 업무수행시 주의를 해야 하고 근로자 자신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뇌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작업환경상 위험요인으로는 물리적 요인(소음, 고온작업, 한냉작업), 화학적 요인(일산화탄소, 니트로글리세린, 이황화탄소 등), 과도한 업무량과 작업강도, 급격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육체활동, 수동적 업무, 교대근무, 야간근무, 운전작업 등이 있다. 뇌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위험요인을 개선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그러

 

나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또는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업주도 작업환경 개선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유해환경에서 일할 근로자를 구할 수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사회적인 뇌심혈관계질환 증가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등 기초질환 유병률 증가, 노동인구 노령화(5인 이상 사업체 종사근로자 중 40세 이상의 중․고령근로자는 1990년 23.4%였으나, 1998년에는 34.2%로 약 1.5배 증가), 작업형태 변화(컴퓨터를 일상적으로 사용, 업무 자동화, 감시조정작업 증가)로 인한 운동부족과 정신적 부담, 식생활 등 일상적인 생활양식 변화를 들 수 있다.

 

나. 예방조치
고혈압 환자에게 동맥경화증, 좌심실비대, 단백뇨, 고혈압성망막증 등 장기손상이 있거나 당뇨병, 뇌혈관질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동반 질환이 있으면 뇌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뇌심혈관질환 발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주당 60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이나 정신적인 부담이 큰 업무, 연속적인 중노동, 용광로작업과 같은 고열작업 또는 한냉작업, 갱내작업 등 산소가 부족하기 쉬운 곳, 소음이 심한 부서, 심혈관계장해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일산화탄소 등)에 노출되는 업무 배치시 세심한 주의를 요하며 부정맥이 있을 때에는 운전작업이나 고소작업을 피해야 한다.

불규칙한 교대근무나 고정적인 야간근무는 생체리듬을 해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사람의 생체리듬은 자율신경계와 관련이 있다. 인체가 일정한 리듬을 타는 이유는 낮에는 교감신경이 우세하여 활동적이 되고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맥박수가 일반적으로 낮에 많아지고 밤에 적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오전 3시에서 4시 사이에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며 이때 인체는 쉬면서 에너지를 비축한다. 만일 야간에 근무하고 주간에 휴식을 취한다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규칙적으로 교대하면서 작용하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제각기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낮밤이 뒤바뀐 생활이 계속되면 생활의 리듬과 균형이 깨져 과로로 건강 장해를 초래하게 된다.

 

2. 간질환 예방

가. 알코올과 간질환
소량의 술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간에서 알코올이 대사되어 발생하는 분해산물은 간세포를 손상시켜 지방간, 알코올성간염, 간경변증, 간암을 일으킨다.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은 개인이나 성별, 인종에 따라 차이가 많아 간에 영향을 미치는 알코올의 양과 음주기간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보통 성인남자에서 알코올성간질환을 일으키는 최소 알코올양은 하루에 약 40~80gm(2홉들이 소주 1병에 든 알코올이 약 50gm)정도로 추정하며, 이 이상의 음주를 3~5년 이상 계속할 경우 만성 과음자(알코올중독자)로 본다. 과음자의 90%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생하는데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끊게 되면 2~6주 후에는 정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간염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약 20~40%에서만 나타난다. 만성과음자의 일부분에서만 알코올성간염, 간경변증이 발생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하여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적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알코올 때문에 간세포가 파괴되면 세포내에 있던 각종 염증물질이 빠져 나와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염증물질은 간세포를 파괴하는 한편 간세포를 재생시켜 파괴된 세포의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알코올성간염의 정도는 알코올이 간세포를 파괴하는 정도와 범위에 따라 그리고 재생되는 간세포의 양과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알코올성간염의 단계에서 술을 끊게 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알코올성간염 상태에서 계속 음주를 하게 되면 알코올성간경변증이 발생하며 이 상태에서는 금주를 하여도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알코올이 간경변증을 일으킬 확률은 술을 많이 마실수록 더 높다. 초기 간경변증 상태에서 계속 음주를 하게 되면 더욱 악화되어 말기 간경변증이 되며 알코올성간경변증 환자의 약 20%에서는 간암이 발생한다. 알코올성간경변증 환자는 대부분 간경변증의 합병증이나 간암으로 사망한다.
알코올이 간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① 알코올성간질환이 발생하며 이미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악화된다.
② 알코올자체로 간경변증, 간암이 발생한다.
③ 만성 음주자에서는 B형, C형 간염의 발생빈도가 높다.
④ 과음을 하게 되면 특히 C형 간염바이러스의 증식이 왕성해져 혈중 농도가 높아진다.
⑤ 과음을 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B형, C형 간염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빨리 악화된다.
⑥ 만성 음주자에서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치료효과가 낮다.
⑦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간 손상이 더욱 빨리 나타난다.

 

나. 유해물질 관리
새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노출기준을 정할 때 대부분 그 물질을 먼저 사용했던 나라의 노출기준이나 실험결과를 참고하게 된다. 그러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기준은 각국의 산업보건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외국 자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유해인자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도 그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을 믿고 따를 수는 없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유해인자 독성실험결과는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기본적인 사람과 동물의 생리적인 차이뿐 아니라 전제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은 대부분 단기간에 걸쳐 실험자가 엄격하게 실험과정을 관리하면서 독성을 조사한다. 또한 유전적 특성이 동일한 동물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유해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장기간에 걸쳐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근로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다르고 생활환경과 신체상태가 다를 뿐 아니라 작업량과 작업시간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작업 중 보호구를 착용하더라도 유해물질은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언제든지 사고로 순간적인 고농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해물질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적인 보호용구뿐만 아니라 작업시간 준수, 적절한 국소배기와 전체배기 시설, 사고에 대비한 행동지침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사고발생시 노출기준이 가지는 의미에 관한 대표적인 예가 2-브로모프로판(2-Bromopropane)중독사건이다. 2-브로모프로판은 간질환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은 아니지만 새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알려준 귀중한 사례이므로 여기에 소개한다.

1999년 4월 경남에 있는 전자부품공장에서 23명의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생리중단, 불임, 빈혈 등을 일으켜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업장의 주생산품은 전기제품 스위치였는데 직업병이 발생한 부서는 스위치부품 조립공정이었다. 이 공정에서는 30명의 근로자가 ‘솔벤트 #5200’이라는 유기용제를 사용하여 부품세척작업을 하였는데 ‘솔벤트 #5200’의 주성분은 2-브로모프로판이었다. 이 물질은 프레온이 환경오염 물질로 규제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일본에서 개발하여 대체물질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주로 폐쇄공정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이 물질에 노출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별다른 독성실험을 하지 않고 사용했고 이 회사에서도 1994년 2월경부터 이 물질을 수입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 물질은 휘발성이 매우 강해서 쉽게 기도와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그런데 사고가 난 조립공정은 배기시설이 매우 불량했고 근로자들에게 보호구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순간적으로 4000ppm 이나 되는 고농도에 노출되어 새로운 물질을 사용한지 2달 만에 집단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하였다. 그 결과 사람이 2-브로모프로판에 고농도로 노출되면 생식계와 조혈계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작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들은 대부분 그 독성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다. 현재 어떤 물질 또는 유해인자의 영향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물질이 항상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업병은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고 한 번 발생하면 다시 건강해 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미 밝혀진 독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독성에 대해서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 점은 스트레스와 과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3. 스트레스와 암

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기능 변화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변화시켜 간접적으로 암세포 성장과 암의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조직에도 중추신경계가 분포하기 때문에 면역기능은 정신작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스트레스 자극을 받아 분비된 호르몬이 면역세포와 결합하여 그 기능을 변화시키는 점, 스트레스 자극에 대해 흡연이나 음주량이 증가하고 불면, 식욕부진 등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점 등이 바로 그 근거이다.
건강한 사람도 수 분 동안 스트레스 자극을 주면 면역세포의 일종인 T 림프세포의 분열이 감소하고 혈중 자연세포독성세포의 수가 증가한다. 원자력 사고 발생 당시 발전소 주변에 살았던 사람,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 시험을 보는 학생, 우울증 환자에 대한 실험에서도 모두 면역세포의 증식능력이 줄어들고 자연세포독성세포(NK cell) 하나하나의 활성은 감소했다. 이렇듯 스트레스 자극은 광범위하게 면역기능을 변화시키나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 겉으로는 큰 이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 면역기능과 암 발생
정상인에게 암세포가 발생하면 세포면역계가 작동하여 이를 제거한다. 이를 면역감시설(Immune surveillance theory)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완전하게 정립된 이론이 아니므로 더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면역결핍증이 있는 경우에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악성흑색종 같은 피부암이나 신장암 등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스트레스 자극을 받아도 암세포 성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한다.
정상인도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기능이 감소할 경우 호흡기 감염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 천식 같은 자가면역병의 발생과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질병에서는 스트레스 자극이 일으키는 조그만 면역기능 변화도 질병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 면역기능과 암세포 성장
스트레스 자극은 림프세포 표면항원이나 세포분열, 염증물질 분비를 변화시켜 암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면역기능 변화가 암세포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현재 없다. 동물실험에서는 특정한 림프세포(CD4 cell)나 자연세포독성세포가 암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고 일부 림프세포(CD8 cell)가 일으키는 국소염증반응이 암세포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람에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유방암에 걸린 여성에게 스트레스 자극이 줄어들면 평균 18개월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부암에 걸린 환자에서도 생존률이 증가하고 재발이 줄어들었다. 이때 자연세포독성세포의 활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러한 면역기능 변화와 궁극적인 사망률 간에 통계적인 연관성은 없었다.

 

라. 스트레스 감소와 암 예방
스트레스가 암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까지 논란 중이다. 암 발생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그에 대한 연구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또한 스트레스가 암에 미치는 영향만을 측정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암환자가 항암제 치료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자극을 감소시키더라도 그 효과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항암제가 직접 면역기능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항암제의 치료효과와 스트레스 자극이 감소하여 나타난 결과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암 진행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감소하면 스트레스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고 약물복용이나 영양섭취에 대한 환자의 태도도 변하여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암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는 대부분 전쟁, 사고, 이혼, 가족의 죽음 등 개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정신적 충격과 암 발생을 연구한 것이어서 그 결과를 업무현장의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과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순간의 급격한 스트레스 자극과 장기간의 반복되는 그리고 변화하는 스트레스 자극이라는 질적 양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개인적으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에게서 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업무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에 합당한 업무를 주고 업무에 대한 근로자의 이해를 높이며 팀워크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등 작업설계(work design)를 중요시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근로시간과 작업여건 개선이 가장 중요하지만 근로자 자신도 식사를 비롯한 흡연 등 생활습관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트레스와 암의 발생은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주제이다. 그러나 암 예방과 관련해서는 그 원인이 확실치 않더라도 가능한 모든 위험요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은 그 치료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암을 발생시키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이미 발생한 암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4. 업무상질병과 인과관계 판단
의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과 재판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그 목적이 다르다. 의학 내부에서도 임상에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병인을 밝히는 것과 인구집단의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역학에서 인과관계를 밝히고 대책을 세우는 것에 차이가 있다.
새로운 질병이 나타났을 때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역학조사를 통해 질병과 관련된 요인들 중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인을 검토한다. 역학의 목적은 인구집단에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므로 질병의 최종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어떤 요인이 질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으면 잠정적이나마 이를 원인으로 간주하고 예방에 활용한다. 최종적인 원인과 발병기전은 장기간에 걸친 임상의학적, 병리학적 연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경우 인구집단에 질병이 유행하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역학에서는 확실치 않더라도 우선 의심되는 원인을 차단해야 한다.

이에 비해 임상의학에서는 환자 한 사람에 발생한 특정한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므로 그 질병이 나타내는 일반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환자의 신체상태를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치료에 대한 반응에 따라 병의 원인을 확인하는 한편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병인을 잘못 예측한 경우 검사와 약제비 등의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밀하게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양의학에서는 병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의사들은 교과서적으로 원인이 밝혀진 질병에 대해서만 과학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고 현실적으로도 그런 경우라야 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행위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모든 의사들은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원인으로 의심되는 질환에 치료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는 최종적인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임시적인 조치이고 한편으로 의사들은 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여러 가지 검사를 계속 시행한다. 그에 비해 역학이나 업무상질병 인정과 같은 임상의학 외의 분야에서 최종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법률적인 인과관계론은 몰가치적이고 사실적인 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닌 입법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가치판단의 대상이다. 형법에서는 범죄 결과를 범죄자의 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에서 인과관계론이 시작되어 발전해 왔고 민법에서는 불법행위를 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가 주로 문제된다. 순수한 사실 차원이 아닌 범죄 결과를 과연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 또는 이미 발생한 손해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공평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관의 가치판단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려는 이유는 현재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이 과연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것이어서 산재법이 정하는 요양 대상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업무상 유해요소로 말미암은 질병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산재법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일반적인 의학의 상식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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