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15:03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일과건강 2007년 3월호
대권에 도전하는 한 여성의원이 ‘생리 공개념’을 얘기해야 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들끼리 은밀하게 얘기하던 생리에 대해 ‘생리의 사회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제안한 것은 저소득층 여성에 대한 생리대 무상 지급이었다. ‘여성의 생리에 드는 비용은 모성보호와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 드는 비용이기 때문에 사회가 장기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생리 공개념’의 연장선에 ‘생리 할인’이 있다. 서울 송파구청은 올해 3월부터 송파체육문화회관 수영장을 이용하는 15~50살 여성들이 한 달 회원권을 끊을 때 이용요금의 5%를 할인해 주거나 한 달 가운데 5일 동안 수영장 대신 헬스나 에어로빅 등 다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다.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가 초․중․고 여학생 14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9%(186명)가 ‘수업하기 힘들 정도로 생리통이 매우 심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39.8%가 ‘약간 심한 편’이라고 대답하여 2명 중 1명의 여학생은 생리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책상에 엎드려 ‘그냥 참는 것’(77.1%)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생리통으로 결석한 경우에는 출석으로 인정하는 ‘생리 공결제’를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결석으로 인한 성적처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하였다.
그런데, 여성노동자를 위한 ‘생리공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생리 휴가’ 의미는 퇴색해 가고 있다. ‘생리휴가’는 1950년대 저임금을 받으며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급휴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낮은 휴가사용률’과 주 40시간 도입에 따른 ‘제도개선의 필요성’ 제기, ‘작업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2003년 법 개정 때 무급휴가로 전환되어 생리휴가 사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놨다.
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의 대표적인 모성(보호)권 조항이다. 「근로기준법」제71조 생리휴가 규정은 노동형태 및 개근여부를 불문하고 여성노동자의 ‘청구’에 따라 월 1일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2004년 7월 1일 이전에는 유급으로 부여하였으나 주40시간을 적용하는 사업장(사업장 규모별 순차적 적용, 2006년 7월 1일 현재 상시 100인 이상 사업장)은 무급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것은 최저기준이므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에 유급 약정이나 생리휴가 근로수당 지급을 약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들의 생리를 여성의 건강권, 여성의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생리 공개념’과 역행하여 특히, 생리휴가 조항이 ‘적용 제외되는’ 4인 이하 사업장이나 ‘적용은 되나 권리를 찾을 수 없는’ 비정규 여성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리휴가를 부여하고 있다지만 정작 보호되어야 하는 4인 이하 사업장/비정규여성노동자는 제외된 현실에서, 낮은 휴가사용률이란 사실은 비자발적인 선택에 불과한 현실에서,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리휴가의 무급화는 폐지를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06년 5월, 한국씨티은행 조합원들은 법 개정 전까지 ‘눈치 보느라’ 쓰지 못했던 생리휴가에 대하여 ‘1,300여 명에게 미지급한 15억 9천만 원(생리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하고 미지급분을 지급받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생리휴가가 아예 없어진 줄 알거나 무급 때문에 미리 포기하는 현실에서 법을 넘어서는 권리 찾기는 조직적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은 생리통에 시달려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생리공결제’를 사용할 수 없다. 어떤 여성노동자는 ‘책상에 엎드려’ 참는 건커녕 10시간 동안 생리대를 교체할 수가 없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생리기간 동안 그냥 배를 쥐어 잡고 참거나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거나 이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출산장려에 초점을 맞춘 모성(보호)권 제도의 확대에 앞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생리공개념을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