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예방과 여성노동권

2012.03.03 13:37

조회 수:13991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수정

일과건강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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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세계일보

 

 

# 1
“치마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고 하더라.”
지난 8월 29일, 부산에서 있었던 ILO 아태총회 만찬장에서 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각국 참석자들을 초청한 이 자리에서 주최국 대표로서 연설을 하게 되었는데,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짧게 끝내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 2
“얼굴 되지, 몸매 되지, 도대체 어디가 모자란다고 해고한단 말입니까!”
“꽃 같은 우리 여승무원들의 투쟁을 누가 막으려 한답니까?”
간접고용 문제로 오랫동안 힘든 싸움을 하는 KTX여승무원들의 투쟁현장에 찾아간 어느 노동조합 남성 간부 연설의 일부다. 연대하여 싸우겠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다.

혹자는 이 발언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취지’로 한 얘기가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데 이 ‘좋은 취지’가 직장내 성희롱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행위자/가해자 입장에서는 ‘좋은 취지’가 피해자 입장에서도 그런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남녀고용평등법」제2조(정의) 제2호는 “‘직장내 성희롱’이라 함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에 있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유형으로 ‘언어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 ‘육체적 성희롱’, ‘기타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언어나 행동’을 제시했다.
이러한 성희롱 개념과 유형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인 국제적 동향은 (1)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 (2)상대방이 이러한 성적 언동에 기회와 대우를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조건형 성희롱’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는 ‘보복형 성희롱’, 그리고 그러한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육체적․정신적 피해와 성적 수치감을 주어 고용환경이나 활동여건을 악화시키는 ‘환경형 성희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직장내 성희롱은 소수만의 문제일까?
지난 3월 취업포털 스카우트에서 1224명(여성 428, 남성 796)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성응답자의 62.4%, 남성응답자의 16.1%가 ‘성희롱이나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결과 성희롱 행위자는 직장상사가 73.2%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또한, 한나라당 최연희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여성 국회의원 41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4명(46%)이 ‘동료 남성의원 등에게서 성차별적인 막말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성희롱이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성이나 직업에 따른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직장에 만연한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때 대부분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모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해서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성희롱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대인관계가 불편해지거나 분위기를 망칠까봐 걱정‘이 되어 거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항의하거나 시정요구를 한 후 오히려 고용상 불이익(전출이나 해고 등)을 받아 법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피해 여성은 성희롱 피해 후 법적 구제까지 받았지만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성희롱 피해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는 물론 다시 직장 갖는 것조차 두렵다고 했다. 성희롱 피해 예방이 성희롱에 대한 처벌과 구제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여성노동자(혹은 남성노동자)를 성적 대상으로보다는 동료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 형성과 수평적인 소통구조를 만드는 노력 없이는 예방할 수 없다. 그리고, 성희롱 행위자/가해자는 ‘오빠같은 심정’에서, ‘딸 같아서’ ‘무심코’ 했다지만 피해 여성노동자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피하고 싶고 불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성희롱은 단순한 괴롭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여성 노동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침해하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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