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갇힌 노동자

2012.03.03 23:57

조회 수:5971

이상윤/ 연구공동체<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최근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여러 장치들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런 감시 기술은 무분별하게 쓸 때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감시를 받는 노동자들이 그 자체로 많은 스트레스를 겪고, 이 때문에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적지 않다. 감시를 받는 노동자들은 불안하게 되고, 주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통제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정신과 질병 등에 걸리는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감시와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들은 감시와 스트레스 수준 및 노동자의 정신 건강 사이에는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치밀하고 극심한 감시를 받으면 노동자들은 두려움, 불안, 분노, 자기존중감 저하 등과 같은 증상에 시달린다.


감시가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과정을 연구한 결과도 많다. 최근 정립되고 있는 직무 스트레스 이론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는 업무 요구도가 많거나, 업무에 대한 자율성이 없거나, 직업이 불안정하거나, 주위 동료나 상사의 지지 조건이 부족하거나, 직업 만족도가 떨어질 때 커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 감시가 스트레스를 높이는 이런 모든 조건을 크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감시를 당하는 노동자들은 업무 요구도를 더욱 심하게 느낀다. 감시받는다는 느낌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업무 요구도가 커졌다고 느낀다. 업무에 대한 자율성도 떨어진다. 감시받는 노동자들은 늘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수동적으로 작업하기 십상이다. 감시받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어들게 된다. 게다가 주위 동료 및 직장 상사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노동조합 활동 등 노동자의 집단적인 문화가 설 땅이 없어지는 것도 정신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사업주는 감시 제도가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의 질도 향상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근거해 여러 가지 전자 장비를 동원해 통제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는 생산성도 떨어뜨리고 노동의 질도 오히려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노동자의 건강에만 나쁜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무분별한 노동자 감시를 적절히 규제하기 위한 법 및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감시에 의한 노동자 건강 파괴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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