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21:53
지난 1월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재참사가 발생하였던 이천에서 또다시 7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산재참사가 발생하였다. 그것도 거의 흡사한 형태의 재해가 재발됨으로써, 한국사회의 노동자 안전보건관리 수준이 너무도 엉망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욱 놀랍고 슬픈 소식이 들린다. 이번 화재참사 역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없이 흐지부지 될 것 같다는 얘기이다. 경기도 이천경찰서는 용접공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협의이다. 하청을 준 물류센터 관리업체 샘스사와 공사하청업체인 송원OND사의 관계자도 불러서 안전관리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참사에 대한 국민의 눈을 인식한 신속한 대응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청을 받은 용접공들에게만 안전관리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찰에서는 불티가 튈 것을 예상하면서도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자체 진화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대피한 두 명의 용접공에게 일차적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용접공들이 작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한 조건은 갖추어져 있었는지, 용접공들에게 위험을 주지시키고 안전작업을 요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 그것이 물류창고 소유자인 '아쇤다스'의 책임인지, 아니면 관리업체인 샘스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하청업체인 송원OND의 책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들리는 소식으로는 소유자가 아쇤다스인지 국민은행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어떠한 현장에건 원청사와 발주처가 근원적 안전성을 확보해 주지 않을 경우 하청협력회사에서 안전을 위해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상식이다. 현장을 다녀온 건설노조 박종국 노동안전보건국장에 따르면 "일반 제조업 공장과는 달리 안전관리가 허술했고, 화재시 유독성에도 불구하고 공사비가 저렴한 스티로폼 판넬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화재와 유독가스에 대비한 시설도 엉망이었다는 것이 여러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번의 참사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소방법 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률을 위반한 결과이다. 그리고 위반사실은 화재발생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도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채 저렴한 비용으로 하청을 주어 일을시킨 원청이나 발주처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으나, 지난 1월 이천참사로 구속되었던 코리아2000냉동창고 사업주는 겨우 벌금 2000만원에 석방되었다.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업주에게 2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진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소방법 같은 법률이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구조, 사법부가 노동자 생명을 앗아간 사업주에게 온정주의적 판결을 남발하는 잘못된 관행 등이 문제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노동자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는 노동부로서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특별법제정이라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그런데 언론의 어디에서도 노동부의 적극적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이번에 누구에게 어떠한 책임을 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힘없는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너무도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본얼굴을 드러내는 것으로, 한국사회의 분열과 파멸만을 가져올 것임을 경찰과 노동부와 사법부는 인식해야 한다. 참사라고 불리웠던 올해 초 이천냉동창고의 산재사고가 다시 또 반복되었다는 것을 계기로, 과거와 같은 형식적 처벌에 그치지 않기 위한 의지를 보여줄 때이다. 그래야만 국민과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