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많은 현장에서 줄기차게 이어졌던 근골 투쟁은 근골격계질환을 사회문제로 의제화 시켰고,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노동운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2002년 말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사업주에게 근골격계질환 예방의무가 법제화되었고 2003년부터 처음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라는 것을 시작하였다.

 

이제 2007년 7월이면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는 2003년 7월까지로(후에 2004년으로 유예됨) 되어 있었던 사업주 의무사항에 대한 법적 시한과 3년마다 반복되는 평가주기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던 근골격계질환 투쟁과는 달리 이에 대한 평가는 너무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근골 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으며, 어떻게 투쟁하였고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근골 사업이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공식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현장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늦었지만 앞으로 이러한 과정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 동안 부분적으로 지적되어 왔던 근골 투쟁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1.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감히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없었으며, 작업환경 측정과 노동자 건강진단 결과가 사업장의 극비서류로 관리된 적이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이 아니더라도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근골격계질환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허리 아프고 어깨 아픈 정도는 일하다 보면 당연히 아픈 정도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95년 한국통신공사 전화안내원들의 근골격계질환 집단인정 투쟁 이후 금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줄기찬 직업병 인정투쟁이 이어지면서 근골 문제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핵심적 문제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많은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고 치료를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물론 아직도 미조직 및 소규모 사업장 등 대다수의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사회문제로 의제화 시켰으며, 결국 산안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 의무로 강제화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06년에 조사한 근골 사업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러한 성과는 확인되고 있다. 법규 시행 3년이 근골격계질환 예방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4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건강권 인식 항목에서 만족도 점수가 3.28로 가장 높게 나타나 긍정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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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 근골격계질환 관련법규 시행 3년에 대한 만족도 평가(2006, 이윤근)(1.전혀 도움되지 않음 

                                       2.별로 도움되지 않음 3.약간 도움됨 4.매우 도움됨)

 

2.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노동안전 사업이 그렇듯이 근골격계질환 사업도 노동조합이 개입하고 주관하면 사업 내용과 결과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동조합이 노동안전 사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사업주 의무가 법제화되기 이전에 이미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근골사업을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는 직업병 인정 투쟁과 사회 문제로 의제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근골격계질환이 사회 문제화 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업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조사에 의하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회사 측이 주도한 경우 보다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사 대상을 노조 혹은 노사공동으로 선정한 경우에 근골격계질환자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표 1. 노동조합 개입 정도에 따른 근골격계질환자 발생률 비교  (이윤근, 2006)

 

 

구분

사업장 수(비율, %)

1000명당 발생률

유해요인 조사 개입정도

회사측 주도

10(10.4)

7.6

노동조합 주도

23(24.0)

38.8

노사공동

63(65.6)

28.5

평가대상 선정 방법

회사가 선정

9(9.2)

10.9

노동조합이 선정

22(22.4)

35.1

노사 공동으로 선정

59(60.2)

29.8

전문기관이 선정

8(8.2)

17.5

 

 

3.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현장 활동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90년대 이전에는 노동안전의 모든 활동과 내용을 최소한의 법적인 태두리 내에서 사업주가 주관하였다. 그 이후 90년대 들어 노동조합의 노안 활동이 시작되면서 노동조합 간부 중심으로 활동이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작업환경 측정과 건강검진이라는 제도적 활동에 국한되었고 지극히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근골 문제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시도되기 시작하였다. 전문가 중심에서 현장 참여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노조간부 중심에서 현장 활동가 중심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경남, 충북, 전남 등 일부지역에서 시작된 근골격계질환 지역 실천단 사업으로 이어졌으며, 실행위원 제도를 통해 노동조합이 근골격계질환 사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하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실행위원들의 현장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노안간부 중심의 사업에서 현장 참여형 사업으로 변화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4. 그러나 구호로만 끝나버린 노동강도 완화

 

과거 3년 동안 진행된 근골 사업을 보면 집단요양 신청 등 질환자로 인정받는 성과는 상당 부분 성공하였으나 작업장을 개선하거나 나아가 노동강도 완화에 대한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근골사업 3년에 대한 평가( 폐이지 명시하기 그림 1)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8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 점수에서 노동강도 완화점수가 가장 적게 평가 되었다.  
또한 근골 사업이 노동강도 저하와 인력충원으로 전환되지 못함으로 인해 작업자간의 갈등을 조절하지 못했다. 즉, 갑자기 치료를 위해 현장에서 환자들이 빠져나감에 따라 남아있는 작업자들은 오히려 심각한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를 보는 눈이 곱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골격계질환 투쟁을 벌이는데 있어 오히려 조직력 약화를 가져온 매우 위험한 문제였다. <<페이지 명시>> 그림1을 보면 근골격계질환 사업이 노동조합 조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5. 유해요인 조사 중심의 한정된 활동

 

사업주의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의무는 11가지 항목으로 규정한 근골격계부담작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법에서 정한 11가지 부담작업의 범주에 해당될 때 구체적인 사업주 의무가 부여된다. 따라서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의 작업이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며, 이러한 대상 유무를 평가하는 과정이 일종의 유해요인조사이다.
즉, 근골 사업의 출발은 유해요인조사로부터 법적 근거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11가지의 근골부담작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너무도 명백하다. 또한 작업개선에 대한 사업주 의무는 보조설비 및 편의설비 인간공학적 개선만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작업개선에 대한 사업주 의무가 인간공학적 개선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유해요인조사는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해요인 조사가 근골사업의 전부인양 조사 주체, 방법, 대상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유해요인 조사보다 더 중요한 게 개선이고, 공학적인 개선보다는 근본적인 노동조건이 변화되는 것이 진정한 작업개선이다.
이제부터는 우해요인조사보다는 작업개선이 중심이 된 곤골 시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6. 미조직, 소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무관심

 

지금까지 정리한 성과와 한계는 그나마 근골 사업을 조금이라도 진행하였던 조직화된 사업장 혹은 중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아직도 수 많은 미조직 사업장 혹은 영세 사업장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이 무엇이지도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사업장의 노동 현장을 가보면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또한 슬프게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미조직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소외된 근골 문제는 정책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동일한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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