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왕따’ 느는데 규제는 없어

2012.03.03 23:07

조회 수:5410

이상윤/ 연구공동체‘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이른바 ‘왕따’라 부르는 집단 따돌림은 교육 현장의 큰 문제로 잘 알려져 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에 겪는 집단 따돌림은 아이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문제는 이런 괴롭힘과 따돌림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이나 괴롭힘도 심각하다.

 

직장에서의 괴롭힘은 주로 상하 관계에서 이뤄진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비합리적으로 많은 일을 시키거나, 일의 기한을 터무니없이 짧게 정하거나,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해 틈만 나면 지적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동료 사이의 집단 따돌림도 존재한다. 회사에서 이른바 한 번 ‘찍힌’ 사람은 동료들도 외면하곤 한다. 이런 직장에서의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최근 더 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생산 및 경영 방식의 변화와도 관련돼 있다. 최근 노동 강도는 세지고 노동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같은 회사 동료 사이의 유대감도 이전 같지 않게 된다. 조직 체계가 파편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경쟁과 갈등 관계도 더 심화됐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이다. 스트레스가 높아짐에 따라 직장 안에서의 괴롭힘도 더욱 늘어나고 심화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선 기업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활용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이들을 의도적으로 괴롭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이런 비윤리적인 구조조정 방식 때문에 30~40대 남성 직장인이 자살하기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려고 노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괴롭힘도 있다. 이는 특히 ‘무노조 경영’을 방침으로 삼는 회사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최근에도 굴지의 대기업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 간부를 괴롭혀 우울증에 빠지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직장에서의 괴롭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스웨덴에서는 자살 가운데 10~15%가 직장에서의 괴롭힘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장 안 괴롭힘 때문에 생긴 정신질환자 및 자살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해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직장 안 괴롭힘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자살해 직업병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런 직장에서의 괴롭힘 문제를 규제할 제도가 없다. 이런 괴롭힘에 부당 노동행위가 있다면 문제 제기를 하거나, 정신질환에 걸리면 직업병 신청을 하는 것이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최근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각종 가이드라인과 제도를 마련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우리나라에도 시급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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