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석면 위험 직업군일까?

2012.03.04 15:36

조회 수: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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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6명의 교사가 석면질환으로 사망


영국안전협의회(British Safety Council; BSC) 매년 약 16명의 교사가 석면 질환으로 사망한다며 긴급히 석면 관련 감사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BSC의 최고 책임자인 브라이언 니믹(Brian Nimick)은 컨퍼런스에서 2009년 현재까지 국가 차원에서 학교의 석면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각 학교 교사와 학생이 직면한 석면 위험을 포괄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긴급히 요구되는 복구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2009년 현재 약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과거 작업 현장에서의 석면 노출로 암이 발생하여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이는 영국에서 발생하는 작업관련 사망 중에서 단일 원인으로는 가장 치명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 14년간 영국에서 석면 질환으로 사망한 교사가 228명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브라이언은 석면 감사가 실시되고 이는 석면 등록과 궁극적인 제거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국 교사연합(National Union of Teachers) 사무국장 크리스틴 블러워(Christine Blower)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올해 초에 발표한 내용을 연계시켜 BSC의 요구를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은 브라운 총리가 올해 초 “매우 심각한 (석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일들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석면 관리 정책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2001년과 2005년 사이에 92명의 교사 및 교수가 석면으로 사망한 증거가 있다면서 교사와 학교 직원, 그리고 학생은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지며 어떤 위험도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위험성 평가는 좀 더 취약한 어린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몇 몇 교사 단체 등에서도 향후 학교 건물의 석면 관리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석면의 제거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영국 환경안전청(HSE: Health and Safety Executive)등의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고 지방 기구가 석면 관리 책임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계속 모니터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는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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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학교의 수업모습. 영국 학교건물 대부분에서 석면이 사용되었고 교사의 석면피해가 알려지면서 학교의 석면관리가 이슈로 등장했다. ⓒ www.dailymail.co.uk




교실 벽장 속에 잠복한 석면


위 기사는 영국 BBC 뉴스(http://news.bbc.co.uk/go/pr/fr/-/2/hi/uk_news/education/8133497.stm) 2009년 7월 3일자 기사다. 그럼에도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교사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석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예는 많은 듯하다. 최근 “교사의 벽장에 잠복한 치명적 석면”(“Deadly asbestos lurked in teacher's cupboard”, http://www.eastbourneherald.co.uk/news/Deadly-asbestos-lurked-in-teacher39s.5678027.jp)이라는 제목으로 ‘이스트번 투데이(Eastbourne Today)’에 소개된 전직 교사 네빌 벡(Neville Beck)의 사망 소식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올해 4월 7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네빌의 사망원인은 사망 2년 전에 진단된 중피종이었다. 법원의 심리에서는 과거에 그가 사용했던 벽장의 선반이 석면으로 만들어졌으며 그가 매일 선반에서 책이나 서류를 집어 올리거나 내려놓았다는 사실이 생존 당시 당자사 증언으로 진술되었다고 한다. 검시관 역시 처음 그의 폐조직 검사에서는 석면 소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중피종이라는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 물질로 90% 이상 석면을 의심할 수 있다며 개연성 측면(on a balance of probability)에서 석면 노출이 암 발병과 사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즈음에서 우리나라 상황을 비교해 보자는 문장이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위와 같은 외국 사례와 비교해볼 만한 마땅한 자료가 없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석면사용으로 치러야할 사회적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또한 비슷한 직업군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도 그것이 석면 피해인지를 증명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란 점도 예상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중피종 감시체계에서 직업 및 환경성 노출력을 살펴본 일부 역학연구에 의하면 기타 직업군에 교사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노출 경로를 통해 중피종에 걸렸는지는 여기서 확인할 길이 없다. 앞으로 석면과 관련된 좀 더 많은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정리될 필요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이끌어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외국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교사라는 직업군과 학교라는 공간이 석면 관점에서 위험한 직업군이고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영국안전협의회 요구처럼 석면에 관한 포괄적인 위험성 평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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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석면에 오염된 학교 지도.영국의 미러지는 영국학교 2만5천개중 2만2천개의 학교가 석면에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석면에 오염된 학교 지도를 만들었다. ⓒ blogs.mirror.co.uk





국내 학교건물 99.1%에서 석면 발견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석면 위험 평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기술과학부는 2007년 100개 학교 표본조사를 실시해 대상학교 88%에서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전국에 분포한 모든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전수조사는 2009년 12월 완료 목표로 전체 20,015개에 이르는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될 계획이며 09년 5월말 현재 약 42%에 이르는 학교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올해 발표된 중간 조사 결과상, 석면 분포는 (09년 02월말 현재 기준) 99.1%의 대상건물에서 발견되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하는 석면조사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별도의 전문가 연수 교육을 받은 교육청 담당공무원 400여명이 실시한 육안조사에 기초하였다. 그 결과 대상학교의 99.1 %에서 석면 분포를 확인했다. 석면조사에서 육안조사는 정확한 평가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석면이 암을 발생시키는 위험한 물질이니만큼 비교적 정확하지 않은 자료에 근거하였더라도 더욱 엄격한 관리 목표를 전제로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구태여 조사의 정확성을 논하면서 트집과 발목을 잡을 일은 아닌 듯하다.


엄격한 관리 포함한 효율적인 학교석면관리 정책 만들어야


그럼에도 향후 마련될 석면 관리 정책은 정말 위험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목표로 석면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책임 있게 석면 관리를 실행할 주체를 어떻게 구성하고 선임할 것인지, 그리고 일상 환경을 포함해서 우선순위에 기초한 석면 관리 전략은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 등 관련 정책을 구상할 때는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만들어 지도록 견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 교사도 영국이나 미국의 예처럼 석면 관점에서 위험한 직업군에 포함될 수 있을까? 아니면 외국과는 교육환경이나 석면사용 패턴이 달라서 우리나라 현실에 바로 빗대어 유추하는 것은 무리일까? 또는 전문가 견해처럼 우리나라 통계나 감시체계에 잡히지 못하는 석면 피해자들이 빙산의 일각과도 같이 너무나 적어서 교사들 역시 그 빙산의 아래 부분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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