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는 매주 수요일 노동안전·보건섹션을 선보입니다. 노동안전·보건섹션 중 전문가 칼럼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각 분야 전문가의 칼럼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10월 7일(수)에 게재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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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운영에서 통계는 중요하다. 정책을 마련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국가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한 통계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여름 혼란을 가져온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 역시 정확하지 못한 통계(혹은 데이터)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통계는 노동안전보건정책에서도 중요하다. 재해예방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노력의 양을 결정하며 그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노동안전보건에서 중요한 통계인 재해 통계는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다. 이런 탓에 재해예방의 정책 방향이 잘못될 수 있고, 비효율적인 재해예방 정책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재해예방 정책을 잘못 평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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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승인률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노동자 집회. 올 4월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행사에 앞서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불승인률이 아니라 산재 승인률을 높이라는 요구를 하였다. ⓒ 민중의소리




통계 따라 재해예방정책 잘못 평가할 수 있어

 

재해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는 통계의 근간이 되는 재해 자료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해 통계는 대부분 산재보험 승인자료를 갖고 만든다. 산재보험 승인자료란 재해 또는 직업병이 발생했을 때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승인한 자료만을 의미한다. 잘 알다시피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스스로 사업주 눈치를 보며 재해 사실을 감춘다. 사업주는 노동부의 관리 · 감독 강화와 산재보험료 상승, 용역 수주에서 감점 등을 이유로 재해를 산재처리하지 않고 공상 처리한다. 결국 사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재해가 산재신청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산재를 신청한 재해와 직업병이 모두 승인되지도 않는다.


부정확한 재해 통계위에서 정확한 재해예방정책이 만들어 질수는 없다. 그래서 2004년 국정감사에서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은 산재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하였다. 이후 노·사·정은 산재통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새로운 산재통계 생산 방법을 논의하였다. 현재까지 4차에 걸친 시험조사를 실시하였다. 새로운 산재통계 생산 방법은 사업주가 1년 동안 발생한 재해 및 직업병을 기록 · 보관하였다가 특정시점에 이를 수거하여 재해통계를 생산하는 일종의 표본조사 방법이다. 이 같은 방식은 기존의 산재보험 승인자료의 단점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기존의 산재보험 승인자료를 이용한 재해율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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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재해발생 요인을 가진 현장. 노동자 일터는 수많은 재해발생 요인을 가졌다. 하지만 재해가 발생해도 불이익 때문에 산재신청을 꺼린다. ⓒ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무단전재 금지





노사 모두 재해 감추는 문화 여전

그 이유는 재해를 감추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재해 사실을 공개할 경우 사업주에게 조심성 없고 무능한 노동자로 찍힐 수 있고, 고용이 불안해 질 수 있어 스스로 재해와 직업병을 숨긴다. 사업주 역시 노동부의 관리 · 감독 강화와 산재보험료 상승 때문에 스스로 재해와 직업병을 숨긴다. 새로운 산재통계 생산 방법도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었다. 실제 사업장에서는 근퇴 관리가 강화되어 재해가 발생하여 조퇴를 한 사실까지 기록 · 보관될 만큼 재해 기록 · 보관이 잘되고 있었다. 하지만, 재해 자료를 수거해 통계를 생산하고자 할 때는 기록 · 보관된 자료의 일부만을 공개하였다. 사내 재해 자료 공개 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때문이다.

노사정이 모여 산재통계 개선 TF를 구성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상의 미성숙함도 원인이지만, 보다 주요한 이유는 재해를 숨겨야 불이익이 없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아서다. 효과적인 재해 관리 지표와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재해율만으로 노동부의 안전보건 관리 감독이 지속되고, 재해예방 노력 없이 불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한 재해를 감추는 문화는 개선되지 않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산업재해통계 문제점이 지적될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정확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형식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안전보건 문화의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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