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에 묻힌 노동자 건강권

2012.03.04 15:26

조회 수:9473

매일노동뉴스는 매주 월요일 노동안전보건섹션을 선보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전문가 칼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2009년 10월 12일(월)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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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칼럼(8월26일자)에서 최근 10년간 노동자의 안전보건 지표를 통해 산업재해율과 사망률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으나 개선되지 않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안전보건의 취약계층인 소규모사업장의 재해자 역시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안전보건정책과 공적사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안전보건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노동안전보건사업의 역사적 변천을 놓고 볼 때, 그 문제점의 일차적인 원인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정책과 그 집행 과정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경제발전이 최우선의 목적이었다. 경제발전으로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다루는 사회정책은 매우 뒤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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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만 중시하고 다른 사회분야 성장을 외면하면 노동자 건강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통제 없었던 유해물질 취급과 수입

실제 유해물질의 취급이나 수입은 그동안 거의 통제되지 않고 있었으며, 실제적인 건강관리나 그에 대한 교육은 단지 건강장해가 나타난 이후에 사후적으로만 제공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건강장해의 원인·폭로·인식 전체가 관리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간의 사회정책은 재벌과 손을 잡은 정권하에 통제돼 노동자의 건강권과 이를 위한 민주적 절차는 자본의 축적과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돼 왔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문제가 되는 석면이 있다. 60년대에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석면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90년대에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때가 석면을 가장 많이 사용한 시기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석면이 어디에서 수입·제조·사용·폐기됐는지 전혀 모르는 형편이다. 노동자들은 석면의 유해성을 알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도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발암물질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 수입 또는 제조된 발암물질이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부는 아예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값싼 노동력 이외에는 다른 자원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이외의 다른 사회분야 발전과의 균형을 도모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옳고 그름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수준은 경제발전과 다른 사회분야 발전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정책은 아직 이에 못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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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배관을 해체하는 노동자. 우리나라는 석면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안에 들어있지 않아 그 유해성이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ILO 협약 비준 미국 다음으로 낮아



<표1. OECD 가입국가 ILO 협약 비준 현황>

회원국명

비준협약수

회원국명

비준협약수

회원국명

비준협약수

오스트리아

53

프랑스

124

아이슬랜드

22

벨기에

95

독일

77

아일랜드

73

덴마크

70

그리스

71

이탈리아

111

룩셈부르크

76

포르투칼

77

스위스

56

네덜란드

104

스페인

129

터키

40

노르웨이

107

스웨덴

93

영국

86

캐나다

30

호주

58

체코

68

일본

46

뉴질랜드

59

헝가리

68

핀란드

100

메시코

78

폴란드

86

슬로바키아

75

미국

14

한국

20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상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주요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낮다. OECD 국가의 평균 ILO 협약비준 수는 72.2개지만 우리나라의 비준은 20개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참고로 한국은 24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균형 있게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자 인권이 보장되고 노동자 건강이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 사회경제 정책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 안전보건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던 주요한 이유가 된다.


오히려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노동자 건강이 더욱 후퇴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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