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칼럼)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하는 원고입니다. 매일노동뉴스는 매주 수요일 노동안전·보건섹션을 선보입니다. 이 섹션 중 전문가 칼럼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각 분야 전문가의 칼럼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본 내용은 2009년 9월 23일(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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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 휴식시간은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휴식은 누적된 근육 피로를 풀어주고 다음 할 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휴식시간은 쉬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여유시간 개념으로 표준시간(정미시간+여유시간)에 엄연히 포함된 공식적인 작업시간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공식적인 작업시간에 포함된 관계로 노동자는 여유시간이 많았으면 하고, 사업주는 반대로 실 작업시간(정미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적정 노동강도를 논할 때 항상 충돌되는 지점이다. 쉬지 않고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로가 더 많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적정 비율의 여유시간은 근육 피로를 풀어주어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노동자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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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여유시간을 산정하려면 작업과 노동자 특성이 제대로 파악되어야 한다. ⓒ 교육센터




적정한 여유시간, 생산성 향상에 도움


그렇다면 여유시간 비율(여유율)은 어떻게 정해질까? 대부분의 생산라인에는 정해진 작업주기(cycle time)가 있다. 즉,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소요 시간이 결정되어 있고, 그 시간을 근거로 시간당 생산량 (UPH)과 그만큼의 생산량을 확보할 작업자 수가 결정된다. 바로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표준시간이다.


표준시간이란 한 개 단위의 제품을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직접시간(정미시간)과 적정 생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유시간을 합한 개념이다. 따라서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표준시간이 얼마인가보다는 표준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의 비율, 즉 여유율이 중요하다. 여유율이란 순수한 작업 소요시간을 나타내는 정미시간에서 일반적인 여유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여유시간/정미시간)×100)]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제품 1개를 생산하는 데 정해진 작업주기가 60초인데 제품을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정미시간)이 45초이고 나머지 15초는 여유시간이라고 한다면 여유율은 33.3%가 되는 셈이다[(15초/45초)×100]. 따라서 적정 휴식시간은 바로 작업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 비율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적정 여유시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유시간 산정에 노조 개입해야


첫째, 여유시간은 작업 특성과 노동자의 인적 특성(육체적 능력의 차이)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험과 관례에 의해 배려차원에서 여유시간이 주워진다. 여유시간은 작업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 얼마나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지, 무거운 물건을 얼마나 자주 드는지, 소음·조명·공기조건은 어떤지, 일의 단조로움과 정신적 긴장 정도 등 다양한 작업 특성을 고려해서 여유시간 비율을 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 특성을 고려한 여유시간을 산정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둘째, 여유시간 산정 과정에 반드시 노동조합이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표준시간을 통보받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이 협의를 하지만 사측 기준으로 설정된 표준시간을 통보받고 여유시간의 적절성 문제가 아닌 인력이나 물량 확보 문제를 합의하는 정도다. 반면, 독일금속노조는 표준작업시간과 인원을 정하는 모든 단계에 개입하며 공동 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개입하면 표준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 비율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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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스스로 일의 여유시간이 적당한지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 금속노조




‘몰아치기’는 스스로 무덤 파는 행위


셋째, 적정 여유시간을 확보보다 휴식시간을 이용하는 작업자 특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일을 빨리 끝내고 좀 더 많은 휴식시간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 즉, 소위 말하는 ‘몰아치기’로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한다. 몰아치기 작업으로 일을 당겨서 하면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은 휴식시간을 가져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다. 몰아치기를 하게 되면 단위 시간당 노동강도가 높아져 오히려 근골격계질환 같은 건강문제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 입장에서 보면 여유시간이 많은 것처럼 보여 작업량 증가의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휴식은 짧게 자주 휴식을 갖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의 여유시간은 적당한지 한번쯤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여유시간을 제대로 평가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 전에 우선 할 일이 있다. 바로 본인 스스로가 몰아치기 작업을 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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