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노동자의 문제다"

2012.03.04 16:14

조회 수:10161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매주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0년 1월 18일(월)에 게재된 것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그간 석면관리정책은 많은 측면에서 발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곧 석면관리안전법(가칭)을 만들어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담당해 오던 석면 문제를 단일한 법체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비롯해 그동안의 석면관리 정책은 석면의 사용을 제한하고 적법하게 폐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다양한 석면관련 이슈를 통해 석면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실한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의 석면 관련 논의에서 가장 부실한 부분은 과거에 대한 기록이다. 과거에 석면이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에 대한 통계만 있을 뿐이며 각종 노동현장에서 석면이 어떻게, 얼마나 노출됐는지, 석면 노출에 영향을 받은 노동자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직업군이 위험 직업군인지, 그리고 석면노출로 피해를 받은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생활환경에서의 석면 노출 양상이나 정도 그리고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 역시 없다.


노동현장의 부실한 석면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석면 관련 정책의 대부분은 석면함유 의심물질들을 가려내는 것, 기존 건축물 등에 사용된 석면의 실태를 파악하고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폐기하는 것, 그리고 과거 석면광산 혹은 석면사용 공장 주변 인구를 중심으로 한 건강영향조사와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 등에 집중돼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석면 이슈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과거에 대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외국의 경험과 그들이 예시하는 통계가 보여 주는 것처럼 석면피해의 범위와 규모는 석면을 사용하거나 제조해 왔던 혹은 간접적으로 석면함유 물질들을 취급해 왔던 노동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자의 95% 이상은 노동자들이었고 나머지 5% 정도가 일반 환경에서의 노출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들마저도 피해 노동자들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통계에서는 석면 노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직업군은 단연 건설 분야였다. 



c_20100118_978_2310.jpg

   노동자는 석면노출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집단이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자 석면피해에 무관심하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프랑스, 석면 피해자 95% 이상이 노동자


즉, 석면 문제는 노동자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석면 문제에서 노동자와 관련한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석면 피해 양상은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석면과 관련한 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석면 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올바른 고찰 위에 자리 잡아 갈 수 있도록 의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현재를 포함해 과거 노동현장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피해받은 노동자의 규모를 파악하고, 향후 정부 차원에서 석면 관련 정책을 입안할 때 어떤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를 고찰해야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석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현 상황에서 석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석면 피해 노동자 규모 파악해야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석면 관련 정책에서 견지해야 할 점은, 과거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 위험이 높은 건설·조선·차량(철도·자동차 등) 등의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자를 찾아내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석면 사용과 피해에 대한 정확한 과거 고찰을 통해 석면 관리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국내의 석면피해 현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향후 우리사회가 책임져야 할 석면 피해 규모를 예측해야 한다.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현 상황에서 석면 노출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를 좀 더 보강하는 것, 그리고 일상환경에서 석면관리를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개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석면 문제에서 노동자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올해는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자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한다. 

번호 제목 날짜
259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file 2012.03.04
258 사업장 감독과 명령 이제는 지자체가 한다? file 2012.03.04
257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file 2012.03.04
256 교대제와 스트레스 [1] file 2012.03.04
255 발암물질제품 ‘소비자 가이드’ 필요하다 file 2012.03.04
254 위험한 화학물질,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대응하자 file 2012.03.04
253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그냥 보고만 있으렵니까? file 2012.03.04
» "석면은 노동자의 문제다" file 2012.03.04
251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산업보건사업에서 벗어나야” file 2012.03.04
250 서서일하는 노동자 건강에 초점을 맞춘 이유 file 2012.03.04
249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와 영국의 실험 file 2012.03.04
248 정보소통에서 시작하는 발암물질 금지운동 file 2012.03.04
247 한해 수십명 사망한다면 위험방지책 강제해야 file 2012.03.04
246 교사도 석면 위험 직업군일까? [4] file 2012.03.04
245 석면, 노출기준 이하면 안전하다? file 2012.03.04
244 작업장 개선·조합원 참여 독려로 근골사업 책임지자 file 2012.03.04
243 의자 놓였다고 앉을 권리 생겼을까? file 2012.03.04
242 경제발전에 묻힌 노동자 건강권 [1] file 2012.03.04
241 감추는 문화 없애야 산재통계 정확해진다 file 2012.03.04
240 발암물질 관리와 직업성 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file 2012.03.04
239 비정규노동자, 고용불안으로 배우자 출산휴가·육아휴직 쓰기 힘들어 [1] file 2012.03.04
238 작업과 노동자 특성 고려해 여유시간 산정하자 file 2012.03.04
237 석면관리 책임자 명확해야 대책도 효과 file 2012.03.04
236 텔레비전 중독자가 3권의 책을 산 이유 file 2012.03.04
235 급증하는 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정책은? file 2012.03.04
234 석면 소송으로 넘쳐나는 호주 법원 [48] file 2012.03.04
233 쉴 권리, 사치인가? 상식인가? file 2012.03.04
232 사장님 말씀으로 진단하는 ‘위험한 기업’ file 2012.03.04
231 0년 안전보건사업의 현주소 file 2012.03.04
230 최소 10시간 휴식시간 확보 성공한 호주 앰뷸런스 노동조합 file 2012.03.04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