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노출기준 이하면 안전하다?

2012.03.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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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에 매주 월요일마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전문가 칼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2009년 11월 9일(월)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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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기준은 작업환경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적용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노동부는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 고시를 통해 약 700종에 이르는 화학물질과 각종 분진류, 소음과 같은 유해인자의 노출기준을 제시했다. 석면도 이에 해당한다. 석면의 노출기준은 8시간 평균 개인 노출값으로 0.1개/㎤ 이다. 단, 건축물 등의 석면해체ㆍ제거작업 완료 후 석면 제거와 청소가 잘 되었는지 평가할 때의 석면농도기준은 해체 작업이 있었던 공간에서 0.01개/㎤이다.


그런데 일반 작업환경이나 건축물의 철거 현장 등에서 0.1개 혹은 0.01개 미만으로 석면노출이 확인되었다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요즘 말이 많은 재개발이나 뉴타운 건설 지역 안이나 주변에서 공기 중 측정을 했더니 0.005개/㎤의 석면 농도가 확인됐다면 안전한 것일까. “측정 결과 노출 기준 미만이므로 위험이 예상되지 않는다.” 혹은 “노출 기준 미만이므로 안전하다!”는 단언도 들을 수 있다.


경제·기술력을 이유로 위험제거 손 놓으면 안 돼


노출기준 미만이면 과연 안전한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노동부 고시에도 “유해인자의 감수성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노출기준 이하의 작업환경에서도 직업성 질병에 이환되는 경우가 있으므로…(후략)” 신중히 적용할 것을 지적하였다. 석면은 더욱 그러하다. 석면의 작업환경기준 설정 배경을 살펴보면 이유를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석면 기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미국 노동부의 석면 노출기준 설정 배경을 보자. 미국은 1971년에 8시간 평균 12개/㎤로 시작된 석면 허용노출기준이 1994년에 8시간 평균 0.1개/㎤와 30분 평균 1개/㎤로 개정되는 동안 노동계와 산업계, 정계 등에서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1986년에 논의된 0.2개/㎤ 기준 설정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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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건설노동자는 위험성을 알지 못한 채 확실한 보호구도 없이 석면함유 건축자재를 다루었다. ⓒ 건설연맹, 무단전재 금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석면의 허용노출기준을 0.2개/㎤로 낮췄다. 그러나 이 수준에서도 1천명의 노동자 중 3명이 석면 관련 암으로 사망할 것이 예측되어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경제적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그 이하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노동계와 일부 법원에서는 OSHA의 존재 이유가 작업현장에서 위험을 줄이고 제거하는데 있음에도 근거가 약한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노출기준을 낮추지 못하는 것은 OSHA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방임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 압박했다.

미국, 건설업은 특별 작업절차 마련해 엄격관리

최종으로 0.1개/㎤로 낮췄지만 이 수준에서도 1천명 중 2명의 석면 관련 암 사망이 예측되는 위험한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평가됐다. 그래서 OSHA에서는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 즉, 석면 관련 특별 작업절차(specific work practice)와 30분의 짧은 기간에 대한 추가적인 노출 기준 설정이다. 특히 건설업은 공기 중 농도 기준만으로는 작업 현장의 석면 노출 감소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작업 상황과 환경이 계속해서 바뀌는 등 하루하루의 변이가 심해 더욱 특별 작업절차 마련이 필요했다. 특별 작업절차는 공기 중 농도와 마찬가지로 석면 관련 작업을 할 때 지켜야 하는 법적인 의무사항으로써 공학적인 개선·공기 중 모니터링·건강검진·호흡 보호구·환경관리와 위생설비·기록 유지·위험의 소통(훈련·교육·고지 등)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규정을 말한다.

감시기능 가능한 능력 있는 감독자 필요

우리나라 노동부도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절 석면 제조ㆍ사용작업 및 해체ㆍ제거작업의 조치기준’을 통해 선진국 제도와 유사한 규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의심스럽다. 위반에 따른 처벌 규정도 석면조사·작업 신고·공기 중 농도 유지·보고의무 등에 제한돼 그다지 신통치가 않다. 또 한 가지 선진국 제도와 차이나는 중요한 대목은 감시 기능이다. 향후 제정될 ‘석면안전관리법(가칭)’에 감시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때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석면 관련 작업현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감독자’를 선임하고 그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가 절실하다. 제도를 만드는 일만큼 그 제도가 왜 필요한지 철저히 고민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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