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놓였다고 앉을 권리 생겼을까?

2012.03.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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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는 매주 월요일 노동안전·보건섹션을 선보입니다. 이 섹션 전문가 칼럼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각 분야 전문가의 원고가 제공됩니다. 본 기사는 10월 19일(월)에 실린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지난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의자캠페인을 전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의자가 놓였는지 궁금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을 통해 노동부로부터 서서일하는 노동자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해 봤다.


노동부는 서비스연맹의 의자캠페인이 한참 진행되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에서 5회, 부산에서 6회 등 전국에서 30여 차례의 간담회를 실시했다. 간담회 대상은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이었다. 유통사업장 관리자 교육도 서울 3회, 부산경남 6회 등 전국에서 30차례 가까이 추진했다. 총 737개 사업장이 교육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도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한 건강가이드’ 등의 자료를 제작하여 도소매사업장에 전달했다고 한다.


전국 10대 백화점 일부 의자 놓기 성공


이렇게 교육과 간담회 등을 추진한 결과 전국 10대 백화점 중에서 롯데백화점 28개 점포, 현대백화점 11개 점포 등 총 71개 점포에 의자가 비치됐다고 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12월까지 비치완료 계획을 세웠으며, 현대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의 식품매장은 리모델링이 되지 않는 한 공간적 구조가 어렵기 때문에 피로예방매트와 발 받침대를 제공했다고 한다. 또한 전국 13대 대형할인점 456지점 중 이마트 122개 지점, 홈플러스 113개 지점 등 449개 지점에서 의자비치가 완료됐다고 보고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코스트코세일 7개 지점은 공간 · 카트 크기 등으로 의자비치가 어려워 피로예방매트 · 스트레칭 · 휴게시간 부여 등으로 관리한다. 그 밖의 다른 도소매 사업장의 의자비치 현황은 파악된 결과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편,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하여 서서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가 제공된 94개소 실태를 점검해 38개소에 47건의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울산의 한 대형할인점에는 “계산대 등 서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의자 이용을 적극적으로 주지토록 할 것” “젓갈류 코너 등 의자비치가 누락된 장소에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토록 할 것” 등이 지적되어 시정 완료됐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근로감독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작업장소인 편의점 · 커피코너에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당해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높낮이 조절용)를 비치할 것” 등을 명령하여 시정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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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열린 의자 캠페인 모습.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 노동자에게 의자에 앉을 권리를 주자는 의미의 스티커를 신용카드에 붙이는 모습이다. ⓒ 이현정




노동부 일단 칭찬할 만해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의자 이용을 안내하도록 명령한 것은 노동부가 잘 한 일이다. 계산대 이외에도 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도 잘 한 일이다. 노동부는 홍희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만 국한하지 않고 기타 도소매업에도 의자제공을 계속 안내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동부의 이러한 노력은 일단 칭찬할만하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의자캠페인에 적극 호응하여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계산대에는 의자가 비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아직 노동부가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잘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의자가 놓여있어도 앉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보면 어느새 의자는 사람이 앉는 용도가 아니라 물건을 올려놓는 도구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좁은 장소에 거치적거리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의자가 놓이기 시작했지만 실제 앉아있는 노동자를 볼 수는 없다.


적극적인 사업장 점검 필요


서비스연맹은 앉아서 일하자는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하루 종일 노동자에게 서있도록 강요하는 수준 낮은 문화를 바꿔보자는 요구이다. 서비스노동자를 무시하지 말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자고 서비스산업 사업주들과 사회에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업주들은 진심으로 응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물론 모든 제도의 시행과 정착은 몇 년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사업주 의식과 사회 문화를 바꾸는 것은 더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노동부가 겨우 94개소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서비스사업장 점검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이유이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사문화되었던 산업안전보건법의 한 조항을 살려냈다. 이제는 노동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해줄 때이다. 노동부에서는 내년부터 ‘서서일하는 근로자 보건관리지침’을 제정하여 관리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노동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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