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사업주 입맛대로?

2012.03.11 02:53

조회 수:1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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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당해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 증진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설치와 운영을 법으로 강제한 기구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노사가 평등한 관계에서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정하고 실행하게 되어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①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또는 의결하기 위하여 근로자․사용자 동수로 구성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②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③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당해 사업장의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④사업주 및 근로자는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심의·의결 또는 결정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만약, 사업주가 이를 어기면 만만치 않은 과태료를 내야한다. 설치운영위반 500만원, 분기별 회의 미개최 100만원, 회의록 미작성·미비치 100만원, 심의·의결사항 불이행 300만원 등 1회 미실시 만으로도 과태료가 천만원에 이른다.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이래 산보위는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개정 과정에서 노사정은 몇 가지 쟁점에서 대립하였다. 그 중 한 가지가 설치의무사업장 규모 문제였다. 100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협의회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대기업에게만 산보위 설치를 의무화 했다. 심의·의결권이 없는 노사협의회는 말 그대로 협의만 하고 이행하지 않아도 규제할 근거가 없기에 노조는 그동안 줄기차게 법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지난 2006년 3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2006년 500인, 2007년 300인, 2008년 200인 이상으로 적용되었고, 올해 9월 1일부터는 건설업을 제외한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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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논의하는 노사.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올 9월 1일부터 건설업을 

제외한 100인 이상 사업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가 의무화 되었다. ⓒ 전주페이퍼노동조합 홈페이지



법 취지 무색한 ‘사업주가 위임한 자’가 위원장


산보위는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만들기 싫은 기구이다. 노사협의회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산보위가 설치, 운영되어 분기별 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법 취지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책임지도록 사업주를 규제하는 법인만큼 사업주는 어떻게든 법을 피해가려고 한다. 이번 산보위 설치의무 사업장 확대에 따른 사업주들의 대응 또한 ‘그럼 그렇지’라는 짧은 한숨만 나오게 하고 있다. 화학섬유연맹 산하 몇 개 사업장에서 9월 이후 산보위 운영규정을 만들기 위한 회의에서 사측이 보여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5조의3(위원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이 경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 위원 중 각 1인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위원을 노사 동수로 한 것이나 공동위원장 선출을 명시한 것은 자칫 사업주 쪽으로 기울 수 있는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위원장은 1인을 두며 위원장은 사용자 위원 중 사업주가 위임한 자로 한다.”는 황당한 안을 제시하였다.


사례 2. 

제25조의5(의결되지 아니한 사항 등의 처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의결되지 못한 사항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중재기구를 두어 해결하거나 제3자에 의한 중재를 받아야 한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중재결정이 있는 때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보며 사업주 및 근로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노사동수라는 구성 때문에 발생하는 미의결 사항이 폐기처분되거나 연기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비책이다. 그런데 사측은 “위원회의 의결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동수의 경우에는 위원장이 결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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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안건을 타결한 노사. 산보위에서 심의 및 의결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홈페이지



토씨하나 안 틀린 두 개 사업장의 운영규정안

산보위에서 노사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봤을 때 이 두 가지 제시안은 말만 노사 심의·의결과정이지 사업주가 알아서 다 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보고를 듣고 “야~ 해도 해도 너무 하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2개 사업장에서 받은 사측 운영규정 제시안이 거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던 것이다.

사업주의 조직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경총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은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만약 경총의 지시아래 이뤄졌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측의 안은 산보위 설치에 관한 법 내용마저 바꿔 버리고 취지를 뿌리부터 흔드는 상식 밖의 행동이다. 사측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여 법 본연의 취지에 맞는 산보위 활동이 되도록 나서야 한다.

적극 대응으로 산보위 활성화 시켜야

연맹은 “전체노동자(관리직·비조합원 포함) 100인 이상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제 19조에 의거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사측에 요구한다. - 해당 노조·지회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규정을 포함한 활성화 방안을 반드시 본조 노안국과 사전에 논의한 후 사측과의 회의를 진행한다”는 산보위 설치의무 사업장 확대에 따른 지침을 마련하고 대책활동을 진행 중이다.

연맹의 산보위 실태조사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100이상 사업장에 산보위가 설치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사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책임지는 산보위가 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대책 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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