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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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보장성 확대, 공공성 강화 필요. 노동계는 오래전부터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성 확대와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 한국사회당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 한국사회당
# 최소 2%~ 최대 82% 삭감시킨 최고보상제도
내용인즉, 이렇다.
1999년 12월 31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개정되어 2000년 7월 1일부터 ‘최고보상제도’가 시행된다(산재보험법 제38조 6항). 근로복지공단은 이 법률 적용 경과기간을 2년 6개월 두었고 이후 2000년 7월 1일 이전에 산재를 당한 노동자에게도 일괄 적용하였다.
법률이 적용되자 구 산재보헙법 규정에 따라 평균임금의 90%~30%의 장해급여를 연금으로 받았던 청구인들의 급여는 2003년 1월 1일부터 일괄 삭감된 채 지급되었다. 삭감비율은 청구인별로 최소 2%~최대 82%로 평균 40% 가량에 이른다. 2003년 1월 1일은 경과기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렇게 줄어든 장해보상연금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대상조항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해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힌 것.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법률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코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당사자의 신뢰가 파괴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없을 경우 새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고보상제도란?
최고보상제도란 보험급여 산정에서 산재노동자의 평균임금이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최고보상기준금액을 초과하면, 자신의 평균임금이 아니라 최고보상기준금액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는 제도. 평균임금이 전체 근로자의 임금 평균액의 1.8배를 넘으면 최고보상기준금액을, 1/2 보다 적으면 최저보상기준금액을 평균임금으로 보고, 보험급여 수준을 정하게 된다.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 건물 앞.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없음. ⓒ 이현정
# 노동부, 노동자 산재보험료에 진지한 고민 필요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해급여는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가 아니고 피재 근로자에게 산재 사고 이전의 생활수준 골격을 보장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다른 사회보험수급권에 비하여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심판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인 소득재분배는 국가의 정책 문제로 근본적으로 조세정책이나 사회보장제도 확충을 통해 해결할 문제일 뿐 장해급여제도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며 다른 방안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장해급여를 소득재분배보다는 재산권 보호에 무게를 실었지만, 산재보험제도 자체는 소득재분배 성격을 지닌 사회보장제도이다. 따라서 이번 헌재 판결을 배상성격 중심으로 한정하는 단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 단병호 국회의원실에서 산재보험 정책에 관여했던 서종식 노무사도 “간병급여처럼 보통 소급해서 주는 경우는 있지만, 뺏는 소급은 거의 없었다.”면서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누구한테 얼마를 걷어 누구에게 얼마를 주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당시 노동부가 조금 쉽게 가려고 했던 것 같다.”며 “(산재보험이 가진 소득재분배 문제는) 단지 노동부만 해야 할 고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을 헌법소원에 제기한 장해보상연금 수급자는 모두 117명. 이들은 대부분 높은 노동능력 상실률로 장해보상연금 외에 다른 소득활동을 할 수 없는데다 40대 전후로 중고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두는 등 경제 지출이 많은 연령대였다고 한다. 이번 헌재의 심판대상조항 위헌 판결로 2000년 7월 1일 이전에 산재를 입은 장해보상연금 수급자들은 모두 구법 기준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매월 지급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