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16:06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이 수 정, 일과건강 2007년 5월호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비정규노동관련법(기간제법, 파견법, 노동위원회법)이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들의 계약해지, 반정규직화, 외주․용역을 통한 대량해고 사태를 낳고 있다. 이는 비정규노동관련법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던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이하 감단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의 70%(2008년부터 2011년까지 80%적용, 2012년부터 전면 적용)를 적용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런데 법 적용의 확대가 보호의 방패가 아닌 해고의 칼이 되고 죽음의 칼이 되고 있다.
감단노동자란 “감시 또는 단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사용자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중 제4장과 제5장에서 정한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규정을 적용받는 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감단노동자에는 수위, 경비원, 물품감시원, 계수기감시원, 보일러 안전관리원 등이 해당되는데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있으면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연장노동이나 휴일노동을 하더라도 50%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러나 감단노동자라 하더라도 ‘야간노동(밤 10:00부터 6:00까지의 노동)’과 ‘연․월차유급휴가’ 규정,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에 의한 ‘근로자의 날’과 같은 유급휴일은 적용된다. 또한,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없으면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법적용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최저임금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해당 아파트 주민대표자들이 경비원 20명 중 6명을 해고하고 3명을 새로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면서 일어났다. 해고되어 목숨을 잃은 이는 4년 동안 해당 아파트에서 일을 했고,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여 정리해고된 6명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노동자는 갑작스런 해고통보에 절망하다가 아르바이트를 새로 고용할 거란 얘기에 자신을 아르바이트로라도 고용해 주길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최저임금법 적용에 따라 작년부터 분당, 대전 등의 아파트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경비원들을 해고하는 사례와 똑같은 경우다.
이와 같이 해고가 남발되고, 보호받기는커녕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은 실상 최소한의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또한 문제가 된 감단노동자에게 확대 적용되어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해도 이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은 월 3~4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지난해 한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확대 적용으로 인한 해고의 본질은 최저임금 적용의 취지와 실태에 인식 공유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자가 이를 구조조정을 위해 악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단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최저 생활수준을 보호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최저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거나, 이 수준조차 지키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비용절감 수단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노동시간 줄이기, 간접고용이 그것이다.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을 하게 되면 용역업체는 과도한 중간수수료를 통해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의 일부를 착취하게 되고 이 고통은 오롯이 감단노동자에게 돌아온다.
현재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주44시간 노동기준 월 786,480원(주40시간 기준의 경우 월 727,320원)으로 3인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액 2,353,340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턱없이 낮다. 이와 같이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는 이유는 현재의 최저임금이 저임금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중심으로 결정되기 보다는 전년수준 대비 인상률을 중심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1994년 12월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이른바 ‘생활임금’(Living Wage) 캠페인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 생계임금 확보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방정부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거나 재정지원을 받는 민간업체는 연방정부가 정한 법정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 생활임금 조례를 만들어냈다.
생활임금은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정치적·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가와 수단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임금' 등으로 개념화된다.
아파트 경비원 21만 명을 포함해 3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의 감단노동자들에게는 아득한 얘기로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