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3 11:15
대기업의 전사적 산재은폐가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
- 산재 은폐로 고통 받는 한국타이어 노동자상태에 분노하며 -
글 : 김용성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2013년 산업재해율은 각각 0.99%, 0.74%이다. 동종업체의 산재율이 5%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타이어 산업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그래서 설비보다는 노동자의 노동력에 거의 의존한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의 생산직 노동자 평균생산량은 동종업체보다 20%정도 많다. 이것이 무슨 얘기인가? 도대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를 입지 않는단 얘기인가? 한국타이어의 재해율이 특별히 낮은 이유는 바로 한국타이어만의 특별한 비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해자와 가족들을 공갈협박하는 관리자들
몇 달 전 한 노동자가 작업도중 설비와 충돌해 갈비뼈에 금이 간 일이 있다. 이 재해자에게 관리자는 “근무대체를 할 사람이 없으니 계속 일을 하라”고 말했다. 재해자는 숨을 쉴 때마다 심한 통증이 있었지만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참다못해 관리자에게 산재처리를 요구하자, 재해자에게 돌아 온 답변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함과 욕설… 그리고 “인사고과 D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산재신청을 하면 해고 될 수 있다”며 재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협박을 서슴없이 했다.
재해자 복귀 프로그램은 체력테스트?
한국타이어에는 재해자 복귀 프로그램이 있다. ‘복귀 프로그램’ 뭔가 좋은 내용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해자가 업무에 복귀 하려면 ‘재해자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한 가지의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줄넘기 등 10종류의 체력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복귀 프로그램이다. 경험한 조합원에 의하면 “꾸준히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체력 테스트는 산재 신청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회사 측에 “체력테스트 통과의 기준이 무엇이냐”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호봉누락으로 확인된 불이익
오래전부터 ‘산재처리를 하면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소문이 있었다. 한 산재처리자의 임금을 확인하던 중 우연히 호봉누락이 확인됐다. 이후 여러 산재 조합원의 임금을 확인하니 모두 호봉이 누락되어 있었다. 말로만 전해지던 임금의 불이익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버젓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고, 국민에게 떠넘겨진 부담을 바로잡아야
노동조합에서 산재은폐를 폭로하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슷한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두 달 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비슷한 안전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런데도 절단 위험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회사는 산재를 은폐함으로써 설비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둘째, 노동과정에서 입은 산업재해의 부담을 모든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을 바로 잡고자 함이다. 산재로 인정이 되면 산재보험료에서 산재환자의 치료비나 휴업급여가 지급된다. 산재보험료는 기업주만 부담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런데 산재가 은폐되면 이 노동자들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국민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기업과 노동자, 지역가입자 등 전국민과 전체 기업이 납입하는 사회보험이다. 결국 기업의 산재은폐는 책임이 있는 기업에게는 산재보험료 감축 효과를 주고 국민 전체에게는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조회 때마다 전날에 발생한 타 공정의 사고 소식을 전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소식이 들린다. 심지어 팔에 깁스를 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해자들은 각종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는 산재은폐를 부인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노동조합 지회는 지금까지 소수 노조였던 한계에서 벗어나 다수의 조합원 대중과 함께 가고 있다. 그리고 산재은폐를 근절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