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1주기, 우리가 안녕할 수 있는 방법은?


글 :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시민들의 국화와 포스트잇, 새로운 안전 거버넌스의 출현으로 이어져

시작은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와 포스트잇이었다. 이 행렬은 자발적이었고 거대했다. 누가 붙이라고, 찾아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깃발 든 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원회(53개 참여단체로 구성, 201662일 발족, 이하 시민대책위)가 만들어지기도 전이었다. 노동자들이 한 해에 1,800여 명씩 죽어나가는 한국에서 노동자 한 명 사망했을 뿐인 문제가 시민들의 가슴을 흔들어댄 것은 바로 우리가 이제는 더 이상 불안전을 견디기 힘들게 됐기때문이다. ‘세월호이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행렬은 언론을 자극했고 다양한 시민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며 특히 서울시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시민대책위는 유족의 위임을 받고 서울시와 합의한 결과에 따라 시민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약 7개월에 걸쳐 활동을 수행했다. 여기에는 서울시, 양공사, 원하청 노동조합, 시민조사위원 등이 함께 활동하면서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할 수 있는 권고안 58개를 제시하였고 서울시는 이를 개선계획으로 만들어냈다. 새로운 노···정 안전거버넌스가 출현한 것이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직배치와 상호소통의 한계

서울시는 참사 10일이 지난 시점에 첫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사과했고, 즉각적으로 진상조사를 시작하겠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용역이 아닌 직영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파격적이었다. 이에 대한 기대는 사뭇 컸다. 6월 말 2008, 2010년에 아웃소싱되었던 안전업무직(승강장 유지보수, 전동차 정비, 궤도 유지보수, 역 및 유실물센터, 구내운전) 분야가 직고용으로 전환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단을 통해 만들어진 권고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개선계획을 제출하면서 개선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이제 시작된 것도 있고 아직 방향을 못 잡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책임 추궁에서 원인규명으로라는 권고는 여전히 현장 작업자에 과도한 처벌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 안전거버넌스를 조례로 만들자는 요구도 통합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맡도록 하자는 입장과 대척하고 있다. 또한 절반만 정규직이 된 안전업무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 문제는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직배치와 상호소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차별문제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517일 서울시장과 함께한 1주기 점검 간담회에서 시장 또한 이 문제에 깊은 공감을 보이며 정규직화 로드맵을 만들 것을 주문하였다. 향후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안전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분야들이 아직 직고용 되지 못하고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지상부에 급전을 하는 분야를 점검보수하는 노동자, 에스컬레이터 및 엘리베이터 등 점검업무를 하는 노동자, 소방설비를 유지보수 하는 노동자, 조명 및 콘센트 설비관리 업무자, 그리고 청소노동자까지. 지하철의 시설은 대부분 승객안전과 관련이 되어 있고 특히 위험한 업무는 열차와 접촉할 수 있는 업무, 22,000V의 전기와 접촉할 수 있는 업무 등이다.

 

지속 가능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 필요

지난 연말 촛불의 행렬을 보며, 우리는 드디어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고 시민이 광장으로 나오게 되면 그 힘은 감히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던 날 시민들은 환호했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를 외쳤다. 이는 구의역 참사 대응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 시도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출현을 낳았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이루어졌다. 개선이 시작된 지 이제 반 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노···정 안전거버넌스다. 공공부문에서는 이용자이자 공공의 자산 소유자인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되어야 한다. 이 거버넌스가 안정화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조례를 통한 구축뿐이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조용했다. 똑같은 조건에서 2명이 사망한 스크린도어의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다행히 구의역 참사를 통해 4번째 죽음을 막자는 결기를 보여주고 함께 활동했던 것은 아름다운 일이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조직의 리더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변화하기 시작한 리더들과 현장의 격차는 클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무 것도 안 해왔기 때문이다. 향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현장의 이견이 있을 것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할 경우 정규직이 역차별을 겪는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공사 고시를 통해 입사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장의 인식을 연대의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노동조합의 리더들이 열심히 뛰는 것뿐이다

번호 제목 날짜
» 구의역 참사 1주기, 우리가 안녕할 수 있는 방법은? file 2017.05.25
648 구의역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file 2016.09.02
647 여기서 멈춰 서야 한다. - 계속되는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에 대하여 - file 2016.06.01
646 올바른 유해요인조사를 위한 노안활동가의 개입지점 file 2016.04.05
645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②] 우리가 차린 밥상인데...이제는 식은 밥? file 2016.03.22
644 대기업의 전사적 산재은폐가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 file 2015.11.03
643 천만 서울시민의 발, 서울시 지하철 안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file 2015.09.16
642 어린이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학교가 되기 위하여 file 2015.09.03
641 삼성 권고안,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야 file 2015.08.21
640 메르스 이후, 병원 내 비정규직 고용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 file 2015.07.21
639 미약하기만 한 발주자의 안전보건 책임 file 2015.06.26
638 필요성 증가하는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 오히려 후퇴?! file 2015.06.09
637 하도급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부의 정책 변화 file 2015.06.09
636 ‘안전 우선’ 가치를 바꾸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된다 file 2015.06.09
635 제주의료원 간호사 태아 건강 문제 산재 인정 판결의 의미 file 2015.06.01
634 [칼럼] 기본이 무시된 대기업 현장, 죽어가는 하청노동자! file 2015.05.05
633 ‘그 쇳물 쓰지 마라’ 초일류 기업에서도 노동자 사망이 줄줄이… 70년대 판 경제신화? file 2015.04.27
632 공허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우리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 [1] file 2015.04.27
631 인격의 살인 “직장 내 괴롭힘” file 2015.02.13
630 다중이용 시설 재해만이라도 잡아보자 file 2015.02.09
629 조선업이 제조업? 아니 아니죠, 건설업 아닌가요? [1] file 2015.01.27
628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노동자 건강을 위한 기업의 책임 file 2014.12.22
627 국내 원전 주변 토양과 수산물의 방사능오염 실태 조사 결과 file 2014.12.08
626 산업단지 노후설비 개선과 안전한 사회 file 2014.12.08
625 보팔 참사 30년을 다시 돌아보며 file 2014.11.27
624 국내 TCE(trichloroethylene)의 광범위 사용과 그로 인해 발생한 신장암 file 2014.11.24
623 여전히 부족한 산재 발생보고 제도 file 2014.10.06
622 환경호르몬과 건강영향 file 2014.09.23
621 물티슈에 사용되는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Cetrimonium Bromide)의 유해성 논란에 대한 file 2014.09.19
620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Cetrimonium Bromide)의 유해성 논란 file 2014.09.17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