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학교가 되기 위하여

- 안전한 학교 건강한 교실 토론회에 다녀와서

 

: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

 

65일은 환경의 날이다. 매년 유관 기관에서 각종 행사가 열렸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메르스여파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전북교육청, 전북환경운동연합, )청소년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안전한 학교 건강한 교실 토론회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가 열렸다. 최근 학교의 유해요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안전한 학교 환경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과 개선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교육청에서 유해요인에 대한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부터 신선했으며, 의미 있는 토론회에 필자 또한 참여하게 되어 기쁘고 감회가 새로웠다.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jpg



 

토론회에서는 모두 4개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박서현(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박사 : 청소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주변 환경위험 요인 개선방향 김수민(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 : 학교 인조 잔디, 철거와 금지가 해답 김정수(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 : 학교 라돈 실태와 관리 방안 최인자(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 : pvc없는 어린이 안전 환경 만들기등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유해요인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학교 내 환경 위험요인에 대한 주제에서는 어린이 활동 공간 및 어린이 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다루었다. 학교 건물의 페인트나 어린이 학용품, 실험실 또는 과학실에서의 위험 요인, 사건 및 사고, 그리고 어른의 흡연행위, 디젤 스쿨버스 등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서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장 활용을 막는 인조 잔디의 위험

두 번째는 최근의 핫이슈였던 학교의 인조 잔디였다. 인조잔디는 납, 카드뮴, 다핵방향족 탄화수소(PAHs), 벤젠 그리고 프탈레이트 등 여러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거나 의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조 잔디 설치로 인해 다양한 운동장의 활용을 저해시킨다는 철학적 접근은 매우 흥미로웠다. 흙 운동장에서 가능한 다양한 전통 놀이(비석치기, 오징어, 8자 놀이 등)들이 인조 잔디 운동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것이 인조 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발표자는 강조했다. 그리고 한여름 초고온 현상 발생, 물리적 안전성 문제,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한 재정낭비 등 여러 이유로 학교 운동장의 인조잔디는 철거와 설치 금지가 당연했다.

 

권고기준치를 넘어선 라돈 오염

세 번째 주제는 학교의 라돈 오염에 관한 실태였다. 2009~2010년 초등학교 실내 라돈 4계절 조사 결과, 전라북도 38개 조사대상 가운데 15.8%6개 학교가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치인 148Bq/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주군에서 초과비율이 매우 높았으며, 계절별로는 가을과 여름이 봄과 겨울보다 초과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성 물질(그룹 1)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건축자재, 지하수 또는 지각의 암석이나 토양 중에서 가스 형태로 발생되며 실내에 들어 온 라돈 가스는 호흡을 통하여 인체에 노출된다. 특히 화강암반 지역 내에 위치하거나 대체로 산과 인접하여 위치한 학교의 경우 토양 및 암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은 지하수를 통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학용품과 어린이 용품, 좀 더 안전한 제품으로 바꿔야

마지막으로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의 ‘PVC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이 소개되었다. 학용품, 완구류 등 어린이 용품에서의 유해 물질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PVC(Poly 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 재질의 제품에서 다량의 납이나 카드뮴이 들어있거나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PVC 재질의 학용품이나 어린이 용품의 유해성을 알리고 안전한 제품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예들 들면, 어린이용 책가방, 필통, 실내화, 줄넘기 등에서 다량의 납이나 카드뮴 그리고 프탈레이트가 발견되었다. 문제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다. 어린이가 사용하는 일부 제품은 어린이 용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기준이 없다. 줄넘기, 어린이용 책가방, 실내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캠페인의 목적을 학교와 가정 등 생활주변에서 사용되는 PVC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고, 유해물질 저감을 위한 지속가능한 지역운동을 확산시키며, 나아가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어린이가 안심하고 지내야 하는 곳

알맞은 규제와 정책적 대안 필요

각 주제발표 후에, 학생, 교사, 시민단체, 교육청 관계자 등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학생과 선생님이 오랜 시간동안 머물면서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에서 이러한 유해요인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 이는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보의 공개가 요구됐다. 또 학교에서 확인된 다양한 문제를 공포화시키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라돈의 대한 관리대책 마련, 학습준비물 구입시 친환경제품의 구매 독려 등을 언급하였다.

 

학교는 가정과 마찬가지로 어린이가 안심하고 지내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해결이 쉽고 빠른 문제도 있는 반면에 어렵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전북교육청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의지에 환영과 박수를 보낸다. 이런 노력이 발판이 되어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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