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 시설 재해만이라도 잡아보자
글 : 박종국(전국건설노조 정책1국장)
‘1인당 국민소득 2만 8천달러...한강의 기적’, 지금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상징적 용어들이다. 또 정치적으로는 가장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 대한민국! 그러나 이러한 찬사에 앞서 매일매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계형 범죄와 각종 안전사고 등으로 국민들의 장례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그 이후에도 『경기도 고양 종합버스터미널 화재(사상자 69명),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사상자 28명),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상자 27명), 의정부 화재 참사(사상자 130명), 고리 원전 질식사(3명사망), 불안한 싱크홀 현상, 산단 화학유출사고, 광주 아파트 옹벽 절개지 붕괴, 등등...』 국민들의 장례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 주리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공무원 1만명이 넘는 국민안전처(장관 박인용)까지 신설되었다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건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CCTV 뿐이다. 국민을 예비 범죄 집단 취급하여 감시자 역할만 하겠다는 천막한 발상이다. (사진: 경향신문 Youtube 캡쳐)
지난 4일,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 54.5%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좋아지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해의 대부분은 후진국형 재래형 사고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형 사고가 발생 할 때마다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무리한 설계변경, 부실시공, 납품비리, 인․허가 비리’가 원흉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이 지금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 집어 쓰고 언제까지 경제성장에만 골몰하고 있을 것인가?
일단 다중이용 시설만이라도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 낼 방안에 골몰해야 한다. 수직증축 등 무리한 설계변경을 못하도록 해야 하고 시공단계서부터 고양 버스터미널 및 의정부 화재 참사에서도 보았듯이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자재 보다는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자재를 사용토록 강제화 해야 한다. 또한 상시적인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행정 당국의 불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시민안전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행정의 사각지대를 채워야 한다. 이들의 정기적인 점검 활동 보장을 통해 국민들의 무서움을 알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모니터링 예방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대한 훈․포상도 대폭 격상시켜야 한다. 또한 다중이용 참사를 발생시킨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가정 파괴범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제안을 하자면 전문성 있는 안전전문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육성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안전문제가 큰 화두 이지만 현장에서 이를 집행하는 안전전문가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최저임금 생활자들이다. 하여 모두가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고 있다. 안전 전문가를 육성하는데 정부와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선다면 최근 문제가 되는 청년 실업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安全)에 대한 사회적 인식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안전은 ‘귀찮고, 직장내 한직이고, 지나친 규제며, 빨리빨리!’라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안전사회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