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1 17:11
메르스 이후, 병원 내 비정규직 고용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
글 : 이상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메르스 종식 선언이 가까워지고 있다. 2015년 7월 21일 현재 누계 환자수 186명, 총 사망자 수 36명을 기록한 ‘신종 감염병’ 유행의 막이 내려가는 형국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메르스 유행은 현재 한국 내 방역 체계와 의료 체계의 허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최종적으로 메르스가 종식되면 다양한 영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근거하여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다.
병원의 차별 때문에, 메르스에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메르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았다.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예외 없이 감염되었다. 병원 감염 관리 체계에 이들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비정규직에게도 예외없었지만, 병원은 이들을 차별한 것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안전요원은 마스크도 없이 확진 환자와 대면하는 바람에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 환자이송 노동자는 발열 증상이 있었음에도 관련 사실을 숨기고 10일간 환자이송 업무를 지속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밖에도 컴퓨터 외주 파견 근무 노동자, 구급차 운전자, 응급구조사 등도 비슷한 경로로 감염됐다. 간병 노동자는 9명이 메르스 감염이 확진되었고, 그 중 한 명은 사망했다.
병원이 책임져야 할 병원 감염 관리 대상,
병원 직원에 한정되지 않아…
병원은 ‘병원 직원이 아니기에’ 관리대상에서 빠졌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병원이 책임져야 할 병원감염관리 대상은 병원 직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병원감염관리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정규직, 비정규직, 환자, 보호자를 가리지 않는다. 병원에 출입하는 누구나 감염병 환자가 될 수 있고, 그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감염병을 전파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병원 감염 관리 대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 병원에 출입하는 모든 환자, 보호자’가 돼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바, 병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병원감염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에게는 제대로 된 교육, 훈련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고, 심한 경우 보호구 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또 생계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격리되는 것 두려워 숨기고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병원 감염 문제는 비단 메르스 같은 신종 바이러스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그간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MRSA, 결핵, 옴 등 다양한 병원 감염 문제가 존재했고, 그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참에 병원 감염 관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여러 가지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병원 내 비정규직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이 병원에 있음을 확실히 명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병원이 비정규직 병원 감염 관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병원이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
병원 내 비정규직 고용은 재고 돼야…
병원의 비정규직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35%에 달했다. 청소, 급식, 시설관리, 환자이송, 간호 보조, 차량 운전, 병원 안전 관리 등의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외주 용역, 파견 등의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병원간 경쟁이 심해지고 비용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민간 병원뿐 아니라 공공병원까지 비정규직 고용의 경향은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병원은 모든 노동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환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병원이 모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 훈련, 관리 체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병원 감염을 막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병원 의료서비스 질의 향상을 위해 이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므로 병원의 비정규직 고용은 재고(再考)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