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제조업? 아니 아니죠, 건설업 아닌가요?

글 :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바다를 낀 드넓은 야드에 어마어마한 골리앗크레인이 우뚝 우뚝 서 있고 아파트보다 더 넓고 높은 듯한 컨테이너선, LNG선, 특수선, 해양플랜트가 즐비하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우리나라 조선소 얘기다. ‘저 배 한 번 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그런 조선소, 현대중공업(울산)에서 지난해 10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모두 사고였다. 특히 사망사고는 은폐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러난 것이고 질병이나 사망하지 않은 재해는 얼마나 감춰져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망한 노동자는 갓 입사한 21세 기술연수생부터 경력이 높은 50대 노동자까지 다양하다. 숙련공에게나 비숙련공에게나 물불을 안 가리고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리는 것이 하나 있다. 비정규직, 즉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서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다른 별에서?
20150127_01.jpg그렇다면 왜 이런 차별이 발생할까? 현장으로 들어가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만나본 결과 이들이 구조적으로 불안전(유해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그 도를 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에 있는 안전조치가 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공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관리자(수급업체)가 안전조치(대부분 족장_안전 발판을 치고 올라가 작업하는 과정이다. 선체 도색 수정을 위해 밟고 올라갈 발판을 선체에 붙이는 과정인데 안전을 위해 붙이고 해체하는데 시간과 돈이 든다)를 하지 않고 작업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경우 재해 유형은 거의 대부분 추락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의 사망원인 중 50%가 추락이라는 점과 대비하면 아주 유사한 구조이다. 또 탱크 안에서 일할 때 용접흄이 내부에 가득 차면 위험하기 때문에 도급업체의 안전요원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안전요원이 가고나면 흄이 채 빠지기도 전에 또 들어가서 일한다. 관리자가 시키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fotolia.com)

사내하청 사장은 이상한 사람?
왜 수급업체는 이렇게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 바로 돈과 재계약 때문이다. 수급업체가 도급주(원청)와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도급주와 계약한 납기 내에 배를 제작해야 한다. 진수(새로 만든 배를 조선대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움)시에 선주사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이 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안 그러면 패널티를 물게 된다. 도급주(원청)는 패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수급업체를 독촉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 이는 하도급 노동자들에게 오롯하게 전가된다. 심지어 물량팀이라고 불리우는 ‘늦어진 납기 당기기 전담반’이 상시 투입된다. 야간 근무, 초장시간 근무, 밀폐공간/까다로운 공간 집중작업, 모든 불안전(유해위험)한 작업을 마다 않으며 상대적으로 고액의 수당을 받는 2차 하도급이다. 이들이 안전보건 위험의 최대 피해자이다.

왜 납기를 못 맞추지?
그러면 왜 납기를 못 맞춰 허덕거리는 상황이 발생할까? 다른 나라들도 그럴까?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납기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 누가? 현대중공업그룹이. 심지어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서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며 수주과정에서 납기를 줄여가고 있다. 결국 최근의 낮은 이윤은 이러한 선택과 맞물려 있다. 상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납기도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기술력 부족이다. 최근의 고수익 선박은 주로 특수선이나 해양플랜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은 여기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앞 공정에서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무조건 예정된 날짜에 진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뒷 공정에서 무리한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현대중공업은 통상 순이익의 20% 정도를 현금으로 배당했는데 가장 수익률이 낮았던 2013년에는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의 배당을 했다. 기술개발과 기술인재 확보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국에 배당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 비전을 가지지 못하는 국내 최대 조선기업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안전책임 주체는?
그렇다면 하도급 노동자, 이른바 물량팀이라 불리우는 2, 3차 하도급 계약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엄호할 수 있는 구조는 없는 것인가? 현재는 없다. 먼저 도급주(원청)를 보자. 사내하청 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심지어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추락한 노동자를 트럭에 ‘구겨 싣고’ 회사 정문을 빠져 나가도 관심이 없다. 도급주에게 별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노동부에서는 원청의 산업재해 통계에 하청업체의 재해 통계를 통합해 산출하겠다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김빠진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두 번째, 원청 노조도 어렵다. 원청 노동자보다 숫자가 훨씬 많은 하청 노동자들을 챙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같은 작업장에서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나마 이 때는 원청 노조의 역할이 의미 있게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예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업무공간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하청 노동자가 직접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가능한가? ‘철벽 방어’ 구조 때문에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솎아내어져’ 해고되고 있다.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의 경우 노조 설립을 위한 회합장소에 하청사장들이 문을 뜯고 들어와 물리력으로 강제 해산조치 하였다. 물론 원청의 바램이 관철된 것이다.

그래서 뭐?
낙담만 할 수는 없다. 착잡한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희망 만들기에 많이 접근하고 있다. 좀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정부, 사업주, 원청노동자 및 하청노동자가 모두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사회는 이들의 역할을 제대로 감시해야 하고. 정부는 실질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원청 사업주에게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기업이 노동자나 공공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했다면 기업에 형사책임을 묻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상한이 없음)과 같은 규제가 없다면, 우리나라 기업에게 개전의 정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물량팀’으로 불리우는 하도급 구조를 원천적으로 막지 않으면 노동권 전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건설업 특성이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중 건설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조항(법 제29조의3 설계변경의 요청_건설업의 경우 위험 작업에 대하여 하청사업주가 설계변경을 요청할 수 있음, 시행령 제26조의2 노사협의체의 설치 대상_건설업의 경우 안전보건을 위해 도급주와 수급주의 노사가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음)을 조선업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조선업의 영문표기는 ‘Ship building Industry'이다. 건설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이나 유럽의 안전관련 규제에서는 조선업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건설업 수준으로 확대적용하고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또한 하청 사업장의 규모와는 무관하게 사업장별로 노동자 안전보건위원을 필수적으로 두도록 강제하고 활동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100인 이상 사업장에만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20인 이상 사업장에 안전위원을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규모가 커질수록 숫자도 늘어나게 규정되어 있다.

원청 노동조합은 하청 노동조합이 자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원청하청 안전보건노사협의체’를 반드시 구성하여 하청 노동자들이 안전의 사각지대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아직도 가슴이 시렸던 국내 최대 조선소 젊은 하청 노동자의 인터뷰 내용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저는 건설노동자들이 부러워요. 플랜트노동자라고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죠. 이 분들은 노조를 조직해서 싸우고 현장을 바꾸는데 우린 그런 거 안 돼요. 우리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똑같은 처지인데... 미래도 없고...꿈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