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글 :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1. 근래 보기 드문 성과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이루어지면서 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세월호 사태에 직면하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제정에 대한 관심은 높아갔다. 이 동기가 되었던 법이 바로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업과실치사법이었다. 이 법의 배경이 된 것은 1987년 터프라이즈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193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영국의 경우 사건 발생 20년 만에 관련 법안이 제정되었고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건 뒤 7, 사회 의제화를 시작한지 15년 만이다.

영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보다 더 늦게 제정된 사실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한국이 OECD에 가입하던 1996년부터 이미 산재사망에 있어서는 OECD 1위를 내준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 세월호 참사 이전 더 큰 피해를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문제가 있었다는 점, 2020년에도 이천참사가 여지없이 재발되었다는 점 등은 좀 더 빨리 제정되었어야 했을 법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그러나 결국 제정되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목숨은 대상이 아니라는 전세계에서 유래 없는(근로기준법 또한 마찬가지다.) 법률이지만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만들어진 법률안의 취지에서 크게 후퇴하지 않은 제정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나의 성과, 분수령이 만들어지려면 우연과 필연, 차고 넘쳐야 질적 변화가 생기는 특징들이 모두 결합되어야 한다. 금번 법 제정은 이러한 성과가 모두 한데 어우러진 결과였다.

 

2. 어떤 내용이 담겼나?

 

가장 중요한 내용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하는 사람과 시민의 중대재해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물론 다단계 하청 노동자, 심지어 외부의 하청의 경우도 원청의 직접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대상이 된다. 또한 1인 이상의 사망(질병, 사고 모두 대상), 다수의 질병이나 부상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노동자·시민 사망의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선고가 가능하다. 하한형이 도입된 것이다. 법인에게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피해자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물론 전체 사고사망의 3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문제가 빠져 있고 공무원의 잘못된 인·허가 때문에 시민재해가 발생하는 문제로 고위 공무원을 처벌하는 조항 등이 삭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향후 개정이라는 열쇠가 있다.

 

조문

10만 동의청원 법안

18일 통과 법안

해설

목적

안전조치의무 및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공무원의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공중의 안전을 확보

노동자를 종사자로 수정

특수고용노동자도 대상임을 명확히 규정

중대

산업

재해

사망자 1명 이상, 3개월 이상 요양 필요 부상자 1명 이상,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산업안전보건법 21호에 따른 산업재해

과로사, 질병, 자살 등 업무상 재해인 경우도 해당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 유해요인 급성증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산안법은 사망만 처벌하지만 본 법률에서는 부상과 질병도 처벌 대상

중대

시민

재해

사망자 1명 이상, 동일사고 2개월 이상 치료 10명 이상의 부상, 동일원인 3개월 이상 치료 10명이상의 질병

시민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대상

경영

책임자 범위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

중앙행정기관장, 지자체 장. 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

사업상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한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지위에 있는자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경영책임자 처벌도입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4조부터 제6조까지에 의하여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장 처벌대상에 포함

도급

용역

위탁

안전

보건

의무

3자에게 임대, 용역, 도급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 3자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공동으로 의무 부담. 법령에 따라 시설, 설비가 위탁된 경우 수탁자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공동으로 제3조 의무 부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자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특고나 다단계 모든 하청까지 대상. 사외하청 중에서도 운영, 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를 포괄하도록 산업재해· 시민재해 동일 적용

경영

책임자처벌

사망의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 이하 벌금, 부상 및 질병의 경우 5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소흘히 하도록 지시 7년 이상 유기징역 및 장기 다액 합산 규정

사망의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억 이하 벌금.

산업재해·시민재해 동일 적용, 하한형 도입

부상과 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형이 확정 된 후 5년 이내 위반 시는 각 항의 50% 가중 처벌

법인

처벌

1억 이상 20억 이하 벌금, 소홀히 하도록 지시, 용인조장 조직문화 전년도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 범위에서 벌금 가중

사망은 50억 이하 벌금

부상, 질병은 10억 이하 벌금

산업재해·시민재해 동일 적용

징벌적

손해배상

손해액의 10배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손해액의 5배 이하

피해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 출처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제22차 집행위원회의 자료(2021121)에서 가공.

 

3. 운동본부는 어떻게 싸웠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제정연대 구조에서 이천참사를 겪고 당초 계획보다 빨리 운동본부 체계로 전환하여 5월 발족하였다. 주체는 민주노총, 정의당, 그 외 시민·사회단체였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중 주력 조직은 안전보건단체 및 인권단체였다. 이 중 비정규단위의 참여가 매우 적극적이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3법’과 ‘노동개악 저지’에 투쟁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동력이 될 수 있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과 노안위원장이 선두에 섰다. 이후 8개 지역운동본부가 발족하면서 전국화의 가능성을 열었고 운동기간 중 지역운동을 조직하였다. 정의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입법 발의하고 국회 내·외부에서 적극 활동했다. 

실질적 활동을 주도했던 집행단위는 안전보건단체, 인권단체, 비정규 대오였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동대응하고 이를 통해 언론을 바꾸는 작업을 온라인 중심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활로를 뚫어갔다. 한편 유족의 투쟁이 없었다면 이 운동의 성패는 달라졌을 것이다.


4. 남는 과제

 

유족의 투쟁, 시민사회의 결합, 언론의 변화, 국회의 변화 결국 여론의 전환 등으로 근래에 보기 힘든 큰 성과물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일들이 많다. 당장 시행령 마련에 참여해야 하고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1년 유예 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에 대해 어떤 형태의 수사와 기소, 판결이 이루어지는지 두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 매 사건을 면밀히 기록해야 한다. 한 해 사망하는 2,400명의 기록을 쫒아가야 한다. 그리고 경찰, 검찰, 재판부와 또 싸워야 할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