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이 남긴 것 - 2. 공공부문 노동자의 안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산재사망 62일 만에 김용균은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꽃다운 24살의 청년은 청년이자 비정규직이었고 그것도 발전소라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다 스러졌다. 아름다워야 할 청년이어서 더욱 슬프고 비정규직이어야만 했기 때문에 애달프고 탐욕스러운 기업주가 아니라 국가가 죽였기 때문에 더욱 비통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번 호에서는 왜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서 사망할 수밖에 없었나에 주목한다. 우리는 흔히 공공부문 노동자를 ‘철밥통’에 비유해 왔다. 별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고 국민의 신의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급여도 세고 연금은 더 세다고 화를 내기도 하며 심지어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는 너희는 무조건 나에게 친절해야 한다”라고 호통을 치며 감정노동까지 선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절도 다 물 건너갔다고 얘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할까. 현대 한국사회에서 반민중적인 격변을 겪었던 시기가 바로 1997년 말의 경제위기였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에 긴급 수혈을 하는 대가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였다. 이 결과 1998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었고 이후 근로자 파견법 등의 각종 비정규직 법안이 입법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사내하청’이라는 제도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을 OECD 국가 중 가장 유연한 국가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공공부문이다.

<표 1> 부문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단위:%)

부문

규모

구분

2005

2011

민간부분

300인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

13.4

12.6

-직접고용

9.7

9.4

-간접고용

3.7

3.2

300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

18.9

20.8

-직접고용

11.7

15.7

-간접고용

7.2

5.1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26.6

26.2

-직접고용

19.8

18.9

-간접고용

6.8

7.3


* 주 : 이 조사결과는 「사업체 패널조사」로 2006년 공식적으로 시작됨. 전국 30인 이상 사업체를 모집단으로 전국의 1,700여개 표본 사업체를 층화추출 하여 실시.
* 출처 : 김기민(2015), ‘고용의 질-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비교를 중심으로’, 「KLI 패널 브리프」, 한국노동연구원.

앞의 표에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을 비교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민간부문의 그것보다 무려 10%p나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민간부문의 간접고용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비율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즉, 공공부문에서의 노동의 질은 이미 민간보다 떨어진 상태이고 떨어져 가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이다.

이는 총체적으로 국가로서의 자기 역할 부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공공부문은 노동자 보호에 있어 자유시장에 맡겨져 있는 민간부문과는 다른 양상을 띠어야 한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즉, 공공부문에서의 노동자 보호 정책을 통해 민간부문을 견인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확보하고자 한다. 따라서 고용안전성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물론이려니와 유럽이나 미국의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제도’나 서울시 및 일부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 제도 등을 통해 임금 안정성을 견인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공공부문 노동시장은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가로서의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호에서 ‘외주화를 통한 위험의 생산’에 대해 설명하였듯이 임금과 고용에서 불안정성을 제공했다면 안전에서라도 뭔가가 확보되어야 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용균의 사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물증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로 OECD 회원국 평균(2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촛불정부는 비정규직 없는 한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 진척의 수준이 너무 더딜 뿐만 아니라 여전히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의 형태를 통해 정규직화를 대규모로 단행하는 구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함을 감출 수 없다. 간접고용도 비정규직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철밥통’이라고 생각한다. 안전·고용·임금, 이 세 가지가 환상적인 트라이앵글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철밥통이 현대 한국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얼음판을 걸으며 살아가는 불행한 민중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