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회적대화의 문을 여름문화제 참가기

 

홍윤태 (일과건강 대학생 기자단)

 

지난 81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300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입각하여 진심어린 사과와 투명한 보상을 개진할 것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노숙농성 300일을 며칠 앞둔, 728일 목요일 저녁,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강남역 삼성사옥 앞에서 삼성, 사회적대화의 문을 여름이어말하기와 농성 300일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삼성 측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을 위한 대화의 문이 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도 함께 했다.

 

20073,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여직원이었던 황유미 씨가 급성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이후로 직업병 의심사례들이 잇달으며 삼성반도체·LCD공장 직업병 사태가 불거졌다. 그리고 그제 (830) 대법원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3명의 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이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황유미 씨와 함께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이들에 대한 판결이었다. 결국 9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흘렀을 뿐, 조속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고도의 사회적 사안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고, 또 국민기업 삼성이 안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가 동의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찾고, 이로부터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보편적인 가치는 바로 인권이다. 단순히 노사의 분규로 보는 것에서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1978년 세계 일차의료총회에서 알마아타 선언이 공표되었다. 이는 건강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Health as a human right)라고 선언한 것이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생산된 건강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산이 적다고, 생산직이라고, 비정규직이라고 건강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일할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건강한 환경에서 일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그들의 건강권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면 이를 피력할 권리 역시 보장된다.

 

기업 역시 인권을 중심에 둔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투명하게 보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삼성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다.

 

한겨울 추위를 걱정하며 시작되었던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뜨거운 여름을 지나갔다. 우리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그저 한때의 해프닝으로, 관계없는 일로 치부해버릴 것인가? 그래서는 안된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황유미 씨는 물론 모든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그리고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살 권리가 있다. 이 기본적 권리를 되찾고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반올림 문화제_08.jpg


반올림 문화제_06.jpg


반올림 문화제_05.jpg


반올림 문화제_07.jpg


반올림 문화제_04.jpg


반올림 문화제_03.jpg


반올림 문화제_02.jpg


반올림 문화제_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