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노출 고위험 직업 더 있다

2012.03.10 14:03

조회 수:12389

이 기사는 홈페이지 일과건강 기획특집으로 마련된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90년대, 석면 대부분이 건축자재로 쓰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된 석면은 주로 건축자재에 많이 사용되었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말에는 95% 이상의 석면이 건축자재에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브레이크 라이닝이나 패드, 가스켓이나 석면포처럼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에 처리되거나 사용되는 부품 재료로 쓰였다. 그러나 건축자재에 비하면 그 양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볼 수 있겠다.

<표1. 국내 석면사용 비율>

업종

생산품

석면사용 비율

90년대 초반

98년

건축자재

석면슬레이트, 석면판, 천정판 등

84.30%

95.50%

자동차 부품

브레이크라이닝, 패드, 클러치페이싱 등

8.50%

2.50%

섬유제품

석면포, 석면사, 석면패킹 등

5.50%

0.50%

기 타

정류자, 가스켓 등 산업기계 부품

1.70%

1.50%

당연한 결과지만 석면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경험한다.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보고되는 바에 따르면 석면 노출이 가장 많은 직업군은 건설업이었다. 석면폐나 석면으로 인한 폐암, 그리고 가장 전형적인 석면질환인 중피중에 가장 많이 걸린 직업군 역시 건설업이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석면피해의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아 건설업뿐만 아니라 석면 노출이 가능한 직업과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석면 노출 피해로 고통 받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역시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석면 피해자가 보고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불길한 짐작은 간절한 바람과는 상관없이 틀림없이 현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에서야 석면 규제가 본격으로 시작된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끔찍한 그림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겹치고 겹쳐질 것은 자명하다. 석면 괴담은 시사회를 끝으로 무대 뒤로 조용히 물러났으면 좋겠건만 적어도 향후 수 십년 동안은 흥행이 보장된 가장 유망한 직업병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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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발전현장에서 발견된 석면함유 물질. ⓒ 산업위생실, 김 원

 

광산업·조선업도 마음 놓을 수 없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업적으로는 건설업이 석면 위험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산업이다. 그렇다면 건설업 이외의 어떤 직업이 석면 위험이 높은 직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표 1>을 다시 들여다보자. 건축 자재가 아닌 제품 중에서 석면이 다량 함유되었던 물질로는 브레이크 라이닝, 가스켓, 그리고 석면포나 석면패킹 등이 예시되었다. 석면 방직으로 유명했던 제일화학처럼 석면 섬유 제품을 직접 생산한 공장이 아니라면 자동차 정비업 등에서 석면 노출이 가능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또는 고온의 설비를 갖춘 생산현장, 예를 들어, 제철, 제강, 발전, 그리고 각종 장치시설 산업 역시 석면 위험이 예상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통적으로 석면 노출 위험으로 유명했던 산업이 광산업과 조선업이다. 광산업은 석면 광산 인근 주민에게서 석면 노출 질환이 광범위하게 보도되면서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으니 두말할 것도 없겠다. 아니, 두어 말을 더 더하자면 그 당시 석면 광산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인근 주민들 중에서도 광산에서 근무했던 분들이 있었겠지만 석면 광산을 거쳐 간 수많은 노동자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주민에게서 나타난 건강영향이 그 정도였다면 실제 광산 안에서 석면을 채굴했던 노동자들은 어떠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어떻게 피해자를 찾아내고 관리하고 보상해야 할지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조선 산업도 석면 위험이 알려지기 전까지 스팀 배관, 보일러, 혹은 각종 내부 방들을 절연·보온하기 위해서 석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특히나 조선업에서의 작업 공간이 대부분 반 밀폐 구조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출 예방책이 없는 한 다른 공간에서보다 석면 노출 위험이 더욱 높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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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2002-2005년 사이 영국에서 중피종 위험이 높은 상위 20개 직업(영국 산업안전보건청; HSE)> ⓒ 산업위생실, 김 원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3>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 1990~1999년 사이에 석면폐로 사망한 사람들이 가장 빈번히 보고된 산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연 건설업은 압도적이다. 그 뒤를 잇는 산업이 선박·보트 건조 및 수리업이었다. 그 외에 궤도나 제강업 등과 같은 산업 역시 석면으로 피해를 많이 받는 산업으로 분류되었다. 이건 마치 살생부를 보는 느낌이다. 기억도 없는데 노출된 지 30~40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나 공개되는 살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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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미국 일부 주에서 석면폐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빈번히 보고된 산업분류

(1990-1999,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NIOSH)> ⓒ 산업위생실, 김 원

 

미국 초·중등학교 교사, 간접노출로 석면질환 발생

 

아래 사진은 석면 소송을 지원하는 한 단체의 웹사이트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석면 노출 위험이 높은 산업으로 건설, 조선, 궤도, 자동차 정비, 소방, 교사, 그리고 광산업 등을 예시하였다. 이 외에 발전, 정유, 혹은 석면이 함유된 보온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장치 산업 등을 추가하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표3>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초·중등 학교 역시 석면폐 사망자가 빈번히 보고된 산업의 하나로 분류된 점이다. 건설업이나 조선, 광산업, 그리고 자동차 정비업 등은 석면 위험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직업군이다. 그러나 초·중등 학교 선생님들의 예는 전혀 생소하다. 앞선 산업의 노동자들처럼 석면을 직접 취급하거나 석면이 함유된 물질을 취급 또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중등학교 교사들에게서 중피종이나 석면 질환 비율이 높게 보고되는 이유는 이렇단다. 과거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건설된 학교 건물에는 절연 물질이나 보온재, 천장 타일, 바닥 타일, 그리고 벽재 등의 건축 자재에 석면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런 석면 함유 물질이 오래되거나 손상, 혹은 정비하면서 취급될 때 공기 중으로 석면분진이 비산될 수 있으며 이런 경로를 통해서 교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2년에 미국 환경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8,600여개의 학교에 근무하는 대략 10,000~30,000명의 교사들이 석면 노출 위험에 놓여있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은 보고 이후,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적절한 석면 관리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하는 석면위해긴급대응법안(Asbestos Hazard Emergency Response Act; AHERA)과 학교에서의 석면 조사를 규정하는 학교 석면 위해 감소 재승인 법안(Asbestos School Hazard Abatement Reauthorization Act; ASHARA)을 마련하였다. 물론 산업현장에서의 석면 규제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에서(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OSHA) 관장한다.

 

미국 선생님들에게 나타난 석면 피해가 전해주는 교훈은 석면을 직접 취급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석면 함유 물질 주변에서 생활하면 석면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건축물 등에 석면이 함유된 물질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공기 중으로 비산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실제 석면 노출 위험은 최대한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석면 관리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실행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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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 노출 위험이 높은 산업을 예시한 미국의 석면소송 지원 홈페이지. ⓒ 산업위생실, 김 원 

 

석면관리 프로그램 도입 서둘러야

 

지금까지 한 석면 이야기의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앞서 예시한 다양한 산업에서 과거 상당량의 석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여러 문헌을 통해 드러났다. 둘째, 건설업과 같이 여전히 석면 노출 위험이 높은 업종 이외에도 조선업, 장치 산업, 자동차 정비업, 궤도, 소방, 그리고 광산업 등이 석면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셋째, 그동안의 석면에 대한 각종 규제 등으로 최근에는 많은 산업 현장에서 석면 노출 위험이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넷째, 그럼에도 석면 노출과 석면 질환이 나타나는 잠복기가 대략 30~40년 정도이므로 앞으로도 여전히 석면 피해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섯째, 따라서 석면 피해자를 찾아내고 그들의 고통을 보상해줄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여섯째, 더불어 남아 있는 석면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 함유 건축 자재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석면 관리 프로그램의 전격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지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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