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은 무엇에 기초해서 만들어집니까?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은 무엇으로 평가됩니까? 노동자들은 우리 사업장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무엇으로 얘기합니까?
산재통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재통계 믿으십니까?
동지들의 사업장에서 산재율이 얼마이고,
무재해 달성기록이 얼마인지 신뢰할 수 있습니까?
산재통계 못 믿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정책이 엉망입니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해서도 환자가 많다고 떠듭니다만, 외국의 1/10 수준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과 작업을 구분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우리나라는 산재가 난 후에 허겁지겁 대처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산재다발사업장이니 뭐니 정해서 노동부가 감독하러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현장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자본은 제 맘대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산재통계를 가지고 근로복지공단이 환자를 너무 많이 인정해준다고 주장합니다.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합니다. 산재보험이 줄줄 샌다고 엄살입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노동자들은 산재로 처리하면 회사에 무슨 큰 불이익이 생기는 양 겁내고 있습니다. 무재해기록 깨지면 노동자들끼리 욕하기도 합니다. 점점 눈치보고 길들여지는 상황입니다.
교육센터는 이번에 민주노동당과 함께 국정감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재통계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정리했습니다. 노동부가 아주 불쾌해 했습니다. 이제는 현장의 동지들과 이 사실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정부정책, 자본의 음모, 현장의 악성 이데올로기들은 모두 산재통계에 원인이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일년에 두 번 정도는 교육자료집을 내려고 했습니다만, 올해 들어 처음 냅니다. 게으름을 탓해주시고, 앞으로 계속 이런 자료집이 발간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현장의 동지들과 언제나 힘차게 어깨걸고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재통계의 문제점을 함께 토론하고, 2004년 국정감사를 함께 준비한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산업보건연구회, 산재노협,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동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물론, 우리를 대표해서 국정감사를 가장 성실하게 진행하신 단병호 국회의원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10월 29일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요약 : 산재통계 문제의 핵심
1. 우리나라의 산재통계 왜 문제인가?
1) 재해발생이론에 따르면, 하인리히는 중상 1건에 대해 경상 29건, 무상해 사고는 300건 비율로 발생한다고 함. 즉, 치료기간이 긴 사고에 비해 치료기간이 짧은 사고가 많이 발생함.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요양일 별로 볼 때 1달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사고가 매우 적게 발생하고 있음. 경미한 사고의 경우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고, 건강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음.
2) 국민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하여 직장내 발생된 주요사고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2002년 총 615,645건의 주요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이 중에서 6.3 %만이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었음. 사고의 경중에 따라 구분하면, 입원이 필요한 사고는 60 %,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사고는 1.4 %만 산재로 처리되고 있었음.
3) 우리나라보다 사망만인율이 20배 이상 낮은 영국의 경우 2001년 한해 발생한 직업병 환자가 전체 국민의 2.1 %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에 전 국민의 약 0.1 % 수준으로 직업병 환자가 발생된 것으로 나타남. 영국보다 우리나라의 작업환경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수의 직업병 환자들이 산재신청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2. 산재은폐의 기제와 정부 대응의 문제점
1) 실제로 산재가 아닌 공상이나 건강보험 처리 등은 기존 조사에서도 드러나 있으며, 몇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속연맹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1.9 %만 산재처리하고 있으며, A사는 14.0 %, B사는 7.43 %만 산재처리가 되고 있었다. 산재보다 공상으로 처리하게 되는 배경에는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이나 정부 감독을 받지 않으려는 회사의 회피행위가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2) 산재는 고의에 의한 은폐 뿐 아니라 신청 자체가 억제되어 숨겨질 수 있음. 산재신청을 억제하는 요인은 직업병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며, 산재은폐는 무재해 운동, List-up 정책 등 산재를 적게 보고해야만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음. 산재은폐는 2003년 674건 적발되었는데, 이 중에서 노동부의 신고센터 운영 등은 7 %에 불과했고, 대부분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 119 신고 사고분석 등에 의해 산재은폐가 적발되고 있었음. 즉, 노동부의 산재은폐 근절을 위한 노력은 매우 부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음.
3. 잘못된 산재통계에 근거한 정부정책의 실패
1) 산업재해에 대한 통계가 산재보험 인정환자에 전적으로 근거하다보니, 많은 수의 산업재해가 드러나지 않은 실정임. 정부는 그 동안 이러한 왜곡된 통계에 근거하여 산재율 감소정책을 전개해왔으며, 잘못된 목표 설정과 잘못된 평가를 반복해 오고 있는 상황임.
2) 제대로 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과 작업에 대한 구분이 없고, 따라서 산재다발 사업장에게 후속적인 조치를 취하는 리스트업 정책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는 예방적인 기능은 전혀 없이 사업주로 하여금 산재를 은폐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 이러한 정책은 결론적으로 산재은폐 뿐 아니라 사망재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게 발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재해 감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낳고 있음. 우리나라의 화재사고 사망, 교통사고 사망의 건당 사망률과 산재사망을 비교해 볼 때 정책 실패는 확연히 드러남.
3) 따라서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리스트업 정책을 추진하고 강한 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산재사고와 질병에 대해서는 예방적인 정책과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음.
4. 제안
1) 2005년 정부의 산업안전보건정책에서 산재통계 정상화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
산재통계는 전국 노동자의 재해통계로서 정확한 값을 가져야 정부정책이 사실에 기초한 목표를 설정하고 집행하게 될 것임. 현행 산재예방계획, 노동부 사업계획 등에서 산재율과 관련한 목표 대신 산재통계 정상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임
2) “업무상 사고 및 질병 통계위원회”를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둘 것.
다른 나라의 통계는 모두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구분하고 있으므로 산재통계라는 표현보다는 업무상 사고 및 질병 통계로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임. 업무상질병의 범위는 산재보험 적용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진단결과(현행 직업병유소견자통계) 및 작업환경측정결과, 작업환경실태조사결과 등도 포함되며, 이러한 자료는 상호 연계 및 통합되어 분석되어야 함. 이를 위해서 노동부 산업안전국 통계담당자와 한국산업안전공단 조사통계팀 외에 7명(직업병연구센타 산업의학 전문의, 근로복지공단 보상업무 10년 경력자, 통계청 표본설계 전문가, 전산전문가, 사회조사전문가, 건강보험공단 진료자료 전문가, 노동문제 전문가)으로 구성되는 업무상 사고 및 질병 통계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둘 것
3) 제대로 된 통계에 근거하여 향후 산업안전보건 정책에서 사후적 처벌과 예방적 접근을 구분할 것
고위험 업종 및 작업을 구분하는 통계를 구축하고 적극적 예방정책을 집행하며,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사후적 처벌강화, 감독강화 등으로 사망사고 감소를 이룰 수 있는 접근을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