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일과건강 회원님들!!! 각계각층에서 일하고 계신 일과건강 회원님들을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만나게 되어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제가 산업보건으로 밥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던 때는, 1992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4학년 여름방학 때 인천에 소재한 작업환경측정기관으로 실습을 나갔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측정을 나갔던 더운 여름날의 오후. 10명 내외의 작은 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소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권태로운 라디오 소리, 뭔지 모를 기계 돌아가는 소리, 라디오의 노래를 노동요 삼아 흥얼거리는 어머니들의 노래 소리 등...
난생처음 들어가 본 공장의 풍경이 마냥 신기하던 저의 눈으로 들어와, 지금까지도 각인되어 남아 있는 것은 TCE(Trichloroethyle- ne)에 거리낌 없이 손을 담가 헝겊으로 제품을 닦고 계신 어머니들이셨습니다. 무슨 용기였는지, 저는 실습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어머니들께 다가가 절대로 이렇게 작업해서는 안 된다고 열심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마도 횡설수설, 지껄였겠지요. 그러다, “앗, 내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땀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그런 마음을 아셨던 건지, 저의 이런 횡설수설을 너무도 따뜻하게 “고맙네. 처녀. 그렇게 위험한 물질이라니, 다음부터는 장갑도 끼고, 마스크도 착용할게. 다음에도 꼭 와요”라며 빙그레 웃어주셨습니다.
그때, 그 공장을 나오며 저는 산업보건을 업으로 살아야겠다고, 제가 배우고 익힌 것을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때때로 산업보건을 업으로 사는 일이 권태롭다고 여겨지거나, 힘이 부칠 때면, 지금도 그때 그 초심을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우여곡절 끝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우리가 하고 싶은 산업보건을 하기 위해 ㈜사람과환경연구소를 설립하였습니다. 우리 연구소의 로고는 나비입니다. 나비이론처럼, 우리 연구소의 작은 날개 짓이 언젠가는 커다란 변화가 되는 날을 꿈꾸는 것이지요. 우리 연구소와 같은 꿈을 꾸는 “다른 우리”를 만나고 싶은 갈증에 일과 건강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그만 가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면, 옆에서 열심인 친구에게 토닥거림을 받고, 다시 길을 갈수 있는 힘을 얻고 싶은 것이지요.
한사람이 꾸는 꿈은 그 사람의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서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요?
겨울이 바짝 다가왔습니다. 건강에 주의하시고, 2015년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서 반갑게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겨울을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2014년 겨울의 입구에서 이정화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