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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건강연대 회원원 정최경희 산업의학전문의가 법원 속기사들의 '노동환경 및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현정




법원 속기사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속기분과/노동건강연대/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는 지난 4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법원 속기사 노동환경 및 건강실태 조사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 작업자 건강 무시한 책상/의자/작업공간…


이날 토론회에는 정최경희(산업의학전문의) 노동건강연대 회원이 노동환경과 건강실태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김철홍 교수가 근골격계질환과 작업환경측정 발제를 맡았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 법원노조 속기분과 권경희 대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강상현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법원 속기사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발제에 나선 정최경희 전문의는 “아마 속기사 관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법원 속기사는 계약직 채용과 과다업무, 작업에 지장을 주는 주위 환경, 용역제*나 풀제**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매우 높은 직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기사의 60.5%가 자신의 청력이 손실된 느낌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장기간 이어폰 사용으로 소음성 난청 발병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최경희 전문의는 “법원 속기사들의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56.9%, 고위험군이 42.6%에 달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으니 이에 맞는 체계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철홍 교수는 “법원 속기사의 근골격계질환 원인이 (다른 작업자와) 다르지 않았고 결과는 훨씬 심각했다.”고 결론부터 말했다. 그는 “전체 설문 응답자의 97.4%가 통증을 호소하였고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기준으로 91.6%가 근골질환 관리대상자로 분류”되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책상/좌판/의자 높이, 키보드/모니터 위치, 작업 공간 확보 등의 작업환경이 부적절하여 속기사의 근골질환 위험도를 높였다.”며 “법원도 작업자 건강이 망가지는 건 걱정 안하는 것 같다.”며 법원 속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꼬집었다.


*용역제 : 재판을 녹음해서 외부 용역업체에 녹취를 풀게 맡기는 것

**풀제 : 법정에 들어가지 않고 녹음만 해 와서 속기사들이 분담하여 기록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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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앞서 한 속기사 노동자의 증언을 듣던 참가자가 눈물을 흘렸다. ⓒ 이현정



# 본연 업무에 신문 커피 복사 청소 등 뒤치다꺼리도


첫 번째 토론자로 김종진 연구위원이 나섰다. 김 연구위원은 “법원 속기사는 증인신문조서 작성이라는 중요업무를 담당함에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며 “더군다나 일정기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회의 주요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 노조에서 속기사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주요 과제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권경희 대표는 외에 법원 속기사로서 겪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토해냈다. 그는 “첫 출근해서 임명받고 직무교육도 없이 바로 재판에 투입되어 업무영역, 업무량이 직역마다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속기사는 아침에 판사가 볼 신문 챙기기, 책상 청소, 난에 물주기, 커피 타기, 복사하기 등 행정업무를 포함한 뒤치다꺼리를 한다.”며 “비서업무를 작정하고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충격과 스트레스는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공개된 법원 속기사들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를 바탕으로 ∇작업대 개선 ∇난청방지 이어폰 지급 ∇조서 작성에 적합한 환경 조성 ∇전문인력에 맞는 직무교육 실시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자로 강상현 변호사가 나섰다. 강 변호사는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근골격계질환 소송 경험을 이야기 하며 “자료를 잘 준비해서 개인 대응보다는 집단으로 근골격계질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동건강연대는 “법원 행정처 관계자가 나왔다면 보다 열띤 토론이 되었을 텐데,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고 불참이유를 설명했다. 노동건강연대는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법원 속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속기사용/일반용 매뉴얼 개발 ∇관련 교육 제공 등 우선 필요한 것 중심으로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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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는 법원 속기사 분회 소속 조합원들이 다수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이현정





# dB 기준치 초과 안 해도 장기간 지속 노출되면 위험


처음 드러난 법원 속기사의 노동환경과 건강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와 연결된 것이었다. 속기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소음은 산안법 기준 85dB에 미치지 않지만 장기간 사용에 따른 문제를 지적할 수 없어 산업안전보건법의 또 다른 사각지대로 밝혀졌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법원 속기사의 작업환경과 건강실태는 노안운동이 함께 할 새로운 과제를 알려주었다. 





법원공무원노조 속기분과 권경희 대표 인터뷰
토론 중인 속기사 분회 권경희 대표. 토론자로 섭외했으나 불참한 법원행정처 좌석에는 꽃 한 송이를 놓았다. ⓒ 이현정

- 법원 속기사도 2인1조 교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 보통 국회나 의회는 2인1조로 속기를 한다. 두 명이 돌아가면서 30분 일하고 10분 쉰다. 하지만 법원 속기사는 혼자 일한다. 증인심문을 보통 오후 2시에 시작하는데, 공무원이라 6시에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혼자 업무를 수행한다. 일주일에 평균 3.5회 재판일정을 소화하는데 다음날 조서작성 업무를 하니까 야근이나 주말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 이렇게 실태조사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가장 큰 계기는 2008년 11월 중순에 시작된 법원행정처의 ‘법원 속기업무 용역화 및 속기인력 풀(pool)제 도입이었다. 계약직 채용 관행, 속기업무에 대한 낮은 이해도, 장시간 이어폰 사용으로 오는 난청 증상 등 환경이 열악했지만 계약직이기 때문에 아무런 목소리를 못 냈다. 그런데 용역제와 풀제가 도입되면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법원 증인조서처럼 중요한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실태조사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직제개편이나 직무교육 중심으로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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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과 함께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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