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2007년 1월. 진보인사나 단체들의 기자회견 장소로 애용되던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죽음의 섬유’라고 불리는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내용의 『열악한 지하철 지하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기자회견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서울 지하철 환경감독관이 조사한 30개 역사 중 21개 역사에서 치명적 발암물질인 석면이 발견되었고 이중 18개 역사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승강장이나 대합실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서울 지하철의 석면 위험성을 경고해온 노동조합과 연구기관, 시민단체는 이날 전면적인 지하철 지하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는 물론 지하상점을 생계터전으로 삼아 온 상점노동자들의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서울시와 노동부는 부랴부랴 석면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올 7월, 부산의 옛 석면공장 터 주변 시민들 중 석면질환인 중피종에 걸린 사례가 MBC 뉴스보도로 이어졌다. 직접 석면을 다루거나 취급한 노동자도 아닌 시민이 공장 주변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석면질환에 걸린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리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런 석면문제를 집중조명하면서 석면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일정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산의 석면공장 주변 시민의 석면질환 문제를 계기로 노동․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사안별 문제별 대응이 아니라 석면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대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보였다. 8월 2일에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석면피해 역학조사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8월 8일 노동조합과 안전보건단체 및 전문가들의 내부 토론회에 이어 8월 9일에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직접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는 부산환경연합이 찾아낸 8곳의 석면공장 가운데 현재도 공장을 가동하는 동양아스베스트와 과거 국내 최대 석면방적 공장이었던 연수구 연산동에 있던 제일화학 공장터 방문과 석면추방전국네트워크 워크샵이 이어졌다.
오전 10시에 도착한 부산역에서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만나 현재도 ‘가동 중’이라는 동양아스베스트를 방문했다. 공장 관계자는 “수요도 없는데다 노동부 규제로 10억 원을 빌려 비석면 제품을 개발했다.”며 “현재는 공정을 바꾸려고 공장 라인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 일반시민 석면질환 노출이라는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서인지 공장 관계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특히 자리에 함께 한 부산MBC 촬영기자에게는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방송에 나가면 ‘별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25년을 일했어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다.”는 공장 관계자는 “비석면 원료는 (석면보다) 원료 값이 100배는 차이가 난다.”며 당장 나타나지 않는 석면질환보다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로서의 걱정이 더 앞서 보였다.
이젠 생산 대신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석면포를 보여 준 또 다른 노동자는 “옛날에는 일본과 독일에 수출도 했다. 정부에서 허가를 내줄 때는 좋다고 해놓고…”라며 모든 책임을 공장에 떠넘기는 듯하는 석면대응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99년에 공장 기계를 중국에 넘긴 후 생산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악화를 구축하는 기계라도 그저 생산만 한다면 지구상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 씁쓰레함으로 느껴졌다.
석면공장 정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