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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비정규 노동자,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우리는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업을 알파벳의 앞자리를 따서 3D업종이라고 부른다. 3D업종은 말 그대로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의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구직할 때 어느 정도 배제하고 싶어 하는 직종이라고 볼 수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3D업에 종사한다. 혹시 3D업이 아니라면 2D정도는 되는 일에 종사한다.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옮기는 일, 날카로운 부품을 취급하는 일, 기름과 이물질로 뒤덮인 물건을 만지는 일 등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신체를 베이거나 눈으로 이물질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단순작업이라 많은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이미 걸려있거나 그러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사실 3D는 인간으로써 느껴지는 일의 고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인가, 딱지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3D업’으로만 규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규직과의 심각한 차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다준다. 합법적인 연월차 사용을 구걸하듯 해야 하는 서러움을 넘어서는 더러움, 더 힘든 공정에서 일하면서도 정규직의 50%를 넘을까 말까 하는 차별적인 임금과 JPH(Jops Per Hour : 시간당 생산대수)가 10여대 증가되는 상황에서도 충원이 안 되는 인원, 이런 상황에서도 참고 지내지만 그나마도 언제 계약해지 될 줄 모르는 일상적인 고용불안 등등 너무 크고 많은 갖가지의 박탈감이 상존한다. 이것이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런 경우가 다반사


① 작업 도중 장비에 옷이 걸려 장비와 엉켜 2미터 아래로 추락해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노동자에게 해당업체 관리자는 주말에 쉬고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하게 함


② 자재 모서리에 옆구리를 찍혀 갈비뼈가 부러진 노동자에게 의사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해당업체에서는 출근하라고 지시함


③ 관리자가 밀쳐서 허리를 다친 후 입원한 노동자에게 무단결근을 사유로 하여 해고통보 - 업체동료들의 투쟁을 통해서 복직 후 전환배치


④ 조장에게 폭행당한 노동자를 ‘3일 이상 입원을 요하는 폭행사건이 일어나면 즉시 쌍방을 해고’하도록 되어있다며 피해자․피의자 모두를 해고 - 업체 동료들의 투쟁을 통해서 피해자 복직


⑤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허리통증으로 인해 병가 10여일 후 출근하자마자 불러서 금번 병가 사용의 원인이 되었던 질병의 재발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함


⑥ 병원에서 요추부 염좌와 디스크 판정을 받은 후 산재를 신청해 요추부 염좌가 근로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판정을 받아냈지만 회사는 해고를 통보


⑦ 부품을 옮기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인 사건은 산재 대신 자동차보험으로 처리



생존을 위한 투쟁, 생존을 박탈하는 탄압


최근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이 추진되면서 극도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미 몇몇 업체는 구조조정을 대비하여 해고하기 쉬운 단기계약직을 고용하거나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고, 일부 업체의 라인은 통째로 외주화 되는 계획이 나오는 등 점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 현실화되어간다.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는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리해고중단, 고용보장’의 요구를 갖고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집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간 불합리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꿋꿋하게 참기만 했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라는 배신적이고, 모욕적인 상황을 앞두고 더 이상 참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원청의 노무팀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파괴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나눠주던 선전물을 빼앗는가 하면, 7월 19일에는 집회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고막파열)와 집회장면을 촬영하던 미디어 활동가(머리 찢김)를 폭행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야만적이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원청 자본은 끊임없이 악랄한 본모습을 드러내고 스스로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선언은 하청업체에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예고할 때도 ‘GM의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GM은 모르는 척 하지만 세상에 알 사람은 이미 다 안다.


한편 하청업체의 관리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집회가 개최될 때마다 집회장소 주위를 서성이며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집회에 참가해서 원청에서 우리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왔다.’, ‘계속 집회에 참가하면 이후에 원청과의 계약이 불안해진다.’ 등의 말들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과 다른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집회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GM대우 공장에서는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집회의 자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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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자들이 일어서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GM대우 원청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계속 집회를 진행하고, 선전물을 나눠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술자리에는 이런 저런 넋두리가 오가기 마련이다. 하청업체를 욕하기도 하고, 원청업체를 욕하기도 한다. 그리고 부끄러운 자신을 욕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은 그 자체로는 술안주일 뿐이다. 실제로는 사측에게 포섭되어 현장의 노동자들의 동태를 보고하는 끄나풀이 되기도 하고, 사측의 이간질에 놀아나기도 한다. 그리고 ‘난 정규직으로 채용될 거다.’라는 막연한 기대에 눌리기도 한다.


혼자 살려고 발버둥 쳐봤자 결국은 사측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함께 살아보자라는 생각 속에서 길이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으려는 생각과 실천,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단결의 힘이 필요하다. 넋두리를 하는 것보다는 비정규직이라는 그 듣기 싫은 이름을 떼어버리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뿌리 뽑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 말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확대 필요


생산성 15% 향상 계획의 추진은 생인화(省人化 : 인원이 감축되는 경향)와 외주화로 이어지고 있다. GM대우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에 문제의식을 갖고 생인화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GM대우 사측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로 이어지지만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생인화는 결국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한 인원축소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해고 및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투쟁은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 공동투쟁은 단순히 생인화를 저지시키는 성과물만을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생인화 반대투쟁은 소수이지만 힘겹게 일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흩어져 있는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발하는 장(場)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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