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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현장 최기일, 일과건강 2007년 2월호




8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생이 제과점에 취업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서 일하다 손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생은 그 사고로 손가락뼈들이 으스러져서 한 달 동안 입원하였고, 그 후로도 몇 달 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제과점주인은 동생이 입원한 병원으로 와서 병원비에 보태라며 수십만 원을 주고 갔다. 다음부터 조심해서 일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동생은 결과적으로 자기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했는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산재처리를 할 생각도 못했다.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동생은 그 제과점을 그만두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노동법’이나 ‘인권문제’에 대한 제도권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 들어가고 돈 많이 버는 방법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았지, 우리들 대부분이 좋든 싫든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사실과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해서 아무런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노동현실에서 차별받고 침해받았을 때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일하는 청소년의 존재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저임금을 감수하며 착취당하고 있다. 몇몇 업주들은 이들의 불완전한 신분을 악용하여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든가 임금체불을 한다든가 모욕을 주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노동현장의 최일선에서 관리감독을 할 노동부조차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파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청소년노동의 문제점과 노동인권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어갈 즈음에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고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선 우리 청소년들이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실업계와 인문계고 2학년 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노동자가 ‘자랑스럽다’고 답한 학생은 3.2%에 불과했고, ‘불쌍하다’고 생각한 학생이 33.6%,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한 학생이 55.3%에 달했다. 어쩌면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씁쓸했다.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미래노동자들을 위해서 학생들 스스로 인권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인권에 대해서 알고 자신의 인권을 지켜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감수성을 일깨우고 싶었다. 하지만 의지만 앞섰지 정작 준비와 시간이 부족했고 공간이 적당하지 않아 교육성과는 미지수였다. 많은 학생들이 졸거나 딴 짓을 하였다. 다만 열심히 들어준 학생들이 있었고, 청소년 인권교육이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조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올해도 청소년 인권교육은 실시될 예정이다. 작년의 경험을 발판삼아 올해는 더욱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교육의 외연을 좀 더 확대하여 이러한 노동인권교육을 할 기회를 좀 더 많이 만들고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어 청소년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확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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