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1년 2월 21일(월)에 게재됐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화학물질은 이름부터가 어렵다. 화학물질 표기방법은 톨루엔(Toluene)·다핵방향족탄화수소(Polynuclear Aromatic Hydrocarbons)·삼산화안티몬(Antimon Trioxide) 등과 같이 영어를 한글로 그대로 옮기거나 우리말로 번역한다. 두 방법을 혼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대한화학회의 체계적인 화합물 명명법을 따른 것이다. 또 하나의 화학물질에는 표준화된 이름(화학명) 이외에 관용명과 이명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한 예로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벤젠(Benzene)은 벤졸(Bensol) 혹은 벤진(Benzin)으로도 불린다.



c_20110302_1874_4286.jpg

ⓒ 사진=www.chem.info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화학물질에는 고유한 번호가 부여돼 있어 동일 물질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카스번호(CAS Number)다. 벤젠과 벤졸 혹은 벤진은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71-43-2’라는 카스번호를 갖는다. 이러한 정보는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화학물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설명서임에는 틀림없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친절하고 불편한 자료다.


벤졸에 얽힌 필자의 경험담이다. 어느 병원의 중앙공급실에서 반창고를 떼어 낸 후 남은 접착제를 제거하기 위해 ‘벤졸’이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 지식대로라면 벤졸은 벤젠임이 분명하다. 박카스 병 크기의 작은 용기에 ‘벤졸’이라는 라벨과 함께 유독물 표시까지 있었다. 반창고 접착제를 지우자고 발암물질을 사용하다니 황당했다.


제조사에 MSDS를 요구했다. 하지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이었고 MSDS 같은 것은 없었다. 즉시 성분분석을 했다. 다행히도 톨루엔이 주요 성분이며 벤젠은 0.01% 정도 함유돼 있었다. 톨루엔 또한 유해물질이므로 사용금지를 권고했다. 일부 다른 병원을 확인해 보니 동일한 용도로 벤졸을 사용하거나 과거에 사용했다는 답을 받았다. 과거에 사용한 곳은 벤졸이 벤젠의 다른 이름임을 알고 나서 중지했다. 하나의 촌극으로 마무리됐지만 ‘벤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끝내기에는 깔끔하지가 않다.


MSDS 교육을 하거나 화학물질 관련 자료를 현장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화학물질 자체도 어려운데 생소한 전문용어까지 나오니 당연한 반응이다. “좀 쉬운 말 좀 없소?” 묻기도 하는데 마땅한 답이 없다. 노동자에게 현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이름만이라도 확인하자며 알권리 요구를 강조하지만 친절한 자료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LG전자 양산공장의 2-브로모프로판 중독·태국 여성 노동자의 노말헥산 중독사건 등 지난 수십 년간 화학물질로 일어난 직업병 발생사례의 공통점은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무지했거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 시행으로 알권리가 확대됐다고는 하나 노동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노동부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 법 개정과 함께 화학물질 정보소통의 방법으로 물질안전보건자료 포털사이트 운영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배경에는 화학물질 전달체계의 문제와 정확한 정보 전달, 자료 신뢰성 등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입장이다. 수요자인 노동자 중심의 정보 전달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번호 제목 날짜
319 교대노동과 수면장애 file 2012.03.04
318 “내가 산재 당해 봐서 아는데…” file 2012.03.04
317 두 통의 문자와 산재보험 file 2012.03.04
316 미군의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다 file 2012.03.04
315 독성물질 침입과 우리 몸속 화학물질 [2] 2012.03.04
314 미국과 삼성의 ‘낡은’ 시선 file 2012.03.04
313 암·기형아 등 유발하는 공포의 발암물질, 고엽제 file 2012.03.04
312 유성기업 투쟁과 주간연속 2교대제, 금속노조 file 2012.03.04
311 과학수사와 산업보건 file 2012.03.04
310 “세금 왕창 걷어 많이 쓸 때” file 2012.03.04
309 "화학물질, 회사에서 주는 대로 쓰면 안 됩니다" file 2012.03.04
308 121주년 노동절과 노동시간 단축투쟁 file 2012.03.04
307 자살사고의 산재인정 기준 문제 file 2012.03.04
306 정종환 국토부 장관 발언이 소신인 이유 file 2012.03.04
305 산업재해인가 인간 학대인가 file 2012.03.04
304 도쿄전력과 민영화 file 2012.03.04
303 "보건관리자제도, 적절한 용어·외국제도 이해를 전제로 논의해야" file 2012.03.04
302 모든 직장에 보건관리자를 file 2012.03.04
301 위험해! 피해! file 2012.03.04
300 20년 전 탄가루 섞인 가래와 보상 file 2012.03.04
299 업무사고로 실명된 선반공 산업재해 아니다? file 2012.03.04
298 고 김주현씨 사건으로 본 자살사건의 산재인정 기준 개선과제 file 2012.03.04
» "화학물질 정보, 어려울수록 쉽게 전달해야" [2] file 2012.03.04
296 교통사고 산재, 노동부의 적극적 대책 필요 file 2012.03.04
295 “새해엔 아름다움보다 건강을 신자” file 2012.03.04
294 노조 전임자 산재인정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file 2012.03.04
293 산재은폐, 국민 모두에게 부담 file 2012.03.04
292 공공기관의 재해예방 노력 file 2012.03.04
291 “뇌·심혈관계 업무상재해 인정기준 개선해야” file 2012.03.04
290 법원판례 알면서도 이러나? file 2012.03.04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