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아름다움보다 건강을 신자”

2012.03.04 18:05

조회 수:8358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1년 1월 24일(월)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하이힐은 여성의 각선미를 살려 주는 의미로 주로 여름철에 애용됐으나 최근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미를 추구하는 젊은 여성의 필수품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16세기 이전인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하이힐이 남성들의 특권이었다고 한다. 말을 탈 때 가죽 끈에 발을 더 밀착시키기 위해 굽을 높였는데, 나중에는 귀족들이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 귀족사회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했다. 오늘날에는 키와 관계없이 여성들의 전유물이 됐다. 하이힐을 신으면 장딴지가 가늘어져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모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건강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제일 흔한 질병이 ‘무지외반증’이다. 엄지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부위의 통증을 동반하면서 이 부위가 신발에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쳐지거나 관절이 탈구되기도 하면서 발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또한 발뒤꿈치에 지속적으로 심한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면서 그 부위에 피부 보호를 위한 각질층이 형성되고, 이것이 쌓여 굳은살이 된다. 뿐만 아니라 발바닥의 뒤꿈치 뼈에 외부적 충격이 반복되면 염증이 생겨 퉁퉁 붓게 되면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이힐을 장기간 신게 되면 장딴지 근육은 점차 짧아지면서 아킬레스건이 약해져 등산이나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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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ww.izismile.com




이러한 문제들은 주로 젊었을 때 하이힐을 신으면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미적 욕구가 적어지는 중년 이후에 더 심각한 문제가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엉덩이는 뒤로, 배는 앞쪽으로 빠지게 해 척추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으로 요통·관절염·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신발 굽이 6센티미터 이상일 때 요추부 부위의 근피로도가 증가하고, 8센티미터일 때는 피로도가 2배 이상 커진다. 요통의 유발 요인이 된다. 중년 이후에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과거에 즐겨 신었던 하이힐이 원인일 수 있다.


미국족부의학협회(APMA)에서 건강 측면에서 구두 굽 높이를 2센티미터를 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이 모두 하이힐과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이힐을 신는 대다수 여성들은 미적 욕구에 의한 자발적 선택이지만, 직업적으로 하이힐 착용을 강요당하는 경우다.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더 심각한 것은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구두 굽 높이가 다리 피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3센티미터 이하의 낮은 굽과 8센티미터 이상의 높은 굽 구두를 신은 경우로 나눠 작업 전후의 종아리 근육의 피로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낮은 굽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높은 굽을 신은 경우에는 작업 전에 비해 작업 후의 근육 천이율(MF)이 부위에 따라 -27%에서 -34%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천이율이 음의 값으로 커질수록 피로도가 증가함을 의미함). 이들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보면 허리 부위가 20.4%, 다리 부위가 26.3%로 나타나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노동조건과 신발의 문제가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외모를 위해 자발적으로 하이힐을 신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강요에 의해 하이힐을 신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신발 자체가 건강과 관련한 노동조건이라면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노출의 계절이 아닌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발과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최소한 겨울철만이라도 발을 보호하기 위해 하이힐을 멀리하고 편안 신발을 신자. 새해는 아름다움보다 건강을 신을 줄 아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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