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
지난 1월 29일 (화)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3대 대형마트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을 시작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쉴 권리 보장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휴게실이 너무 멀고 의자도 없어서 L카(물건 운반용 수레)에 앉아서 쉰다.”
“기계도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시간에 1,200 팩 정도를 포장한다.”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어깨, 허리,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아졌다.”
증언대회에 나선 현장노동자들은 육체적 부담과 인권 침해 문제를 호소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이현숙 사무국장
마트 노동자들이 업무 현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데도 그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국내 근골격계질환자는 전체 업무상 질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안전 보건상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며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저평가되고 있어 향후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마트 노동자 같은 비정형화한 작업자들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그 실태는 거의 파악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한편 마트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 대형마트의 쉴 권리문제가 사회적으로 재논의 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대형마트의 노동조건, 특히 건강 부분에서 낮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몸이 아파도 인력부족 때문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 즉 프리젠티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노동시간이 양극화된 일터”라며 “의무휴점에 관한 부분은 비직영노동자에게도 필요한 권리”이며 이와 관련해 정기휴점제에 대한 요구들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설명했다.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원구소 부소장
두 발제를 마친 후에는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근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장이 마트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인권증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이후 11년이 지났다. 또한 지난해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마트 현장의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복잡한 고용구조(원·하청, 파견)로 관리 주체의 부재, 불연속적인 작업 특성, 제조업 중심의 안전보건시스템, 서비스제일주의라는 산업의 특성으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권리 의식이 낮은 것 등이 이 같은 문제의 핵심 이유로 꼽혔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근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장
토론회 말미 두 발제자는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와 안전교육 등을 철저히 하고,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의자 및 계산대, 휴게시설 등은 신규오픈매장과 리모델링 매장을 우선적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개선과 동시에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변호사나 의사는 고객을 앉아서 맞이하는 게 당연하고 계산원은 앉으면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인식 차이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자를 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명절 당일 영업을 정상영업으로 취급하는 것, 대형마트의 의무휴점제를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만 해석하는 것 등은 문제가 있다. 마트 노동자의 쉴 권리와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자료집>> http://safedu.org/120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