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산업재해 보상보험 제도 개선 권고
-업무상 입증책임 배분, 업무상 질병 기준 보완․확대 등-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현행「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업무상 질병’ 관련 제도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며, △업무상질병판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1.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주장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피해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을 개정할 것
2. 2003년 이후 갱신되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추가·보완할 것
3.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등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
4.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신청서 상의 사업주 날인 제도를 폐지할 것
산업구조 변화 반영하는 방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변화 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전통적 제조업 일변도에서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첨단 전자제조업 및 서비스업 확대라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고, 절차에 있어서도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피해자와 상대방(국가, 사업주 등) 증명 책임 배분 필요
현행 제도는 △근로자가 유해․위험물질을 충분히 다룰 것, △유해․위험물질을 다룬 것 등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근로자는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피해근로자들이 쉽게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의학적 인과관계 등의 증명은 피해근로자가 아닌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요건 증명을 못 했을 때의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근로자에게 부담되는 바, 실제 입증 부담은 피해근로자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헌법」의 사회보장 이념,「산업재해보상법」의 근로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도록, 피해근로자 등은 질병에 걸린 사실과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제기된 질병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은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입증 책임을 배분하는 것으로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대한 지속적․정기적 추가, 보완 필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별표3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 기준으로, 이에 해당하는 질병은 쉽게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의 발달과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병이 발생하고,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성이 수시로 변함에도 위 별표3에 해당하는 질병은 2003년 이후 늘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2008. 7.에는 고혈압성 뇌증이나 협심증 같은 질병은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산업재해환경의 변화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산업 발달과 변화에 대응해 새롭게 발생, 증가하고 있는 직업병 등을 조사, 검토해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으로 지속적, 정기적으로 추가. 보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업무상질병판정의 독립성, 공정성 제고 위한 개선 필요
2008년 법 개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 내에 산재 인정 여부를 심의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설치되었습니다. 판정위원회는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심의를 담당하는 개별 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장이 지정하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위원장으로 위촉됨으로써 위원회의 운영 및 결정이 공단의 이해관계나 재정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개별 회의에 산업의학 전문의가 참여하지 않는 점도 ‘질병의 업무관련성 및 의학적 인과관계 판단’에 대한 전문성 결여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선임함으로써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대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당해 회의에 반드시 산업의학 전문의를 참가시킴으로써 그 전문성을 제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신청서상의 사업주 날인 제도 폐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목적으로 악용되는 신청서 상의 사업주 날인제도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향후 제도 개선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붙임: 관련 결정문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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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이번 권고내용에서 안타까운 것은 2011년 11월에 이미경 의원한 입법발의 내용과,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업무상질병 판정절차 개선방안' 내용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입니다.
2011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업무상질병 판정절차 개선방안’에는 질병판정위원회에 임상의와 산업의를 각각 2명 이상씩 참여하게 하고, 위원장을 민간전문가도 임명 가능토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도 있다고 합니다.
한편, 업무상 질병 입증책임 전환은 작년 11월 통합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산업재해 입증책임을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아니라 주로 근로복지공단이 지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46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낮은 업무상 질병 승인율, 질병판정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동계 외에서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무쪼록,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법 개정에 확실하게 매진하지 못했다면 이왕 나온 국가인권위의 개선안 권고를 계기로 책임감 있게 제도 개선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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