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2. 6.18) 화성 팔탄에 있는 (주)아미코트라는 접착제 공장에서 폭발로 4명이 실종되고 8명이 중상 또는 경상을 입는 재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6월 7일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경제 수치 외 다른 지표는 부끄러울 정도”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가 무섭게 또 대형 폭발 사고가 터졌다. 대형 폭발사고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다른 심각성이 있다.
나는 이 보도를 접하고는 좀 이상했다. 첫째는 매우 이례적으로 '(주)아미코트'라는 회사 명칭이 거의 모든 보도에서 등장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화재가 난 '팔탄면 율암리'가 지난 2008년 9월 9일 4명이 사망한 사건과 발생 주소지가 비슷하다는 점 등이었다.
대한민국 언론의 오래된 관행은 사고와 관련된 대기업 이름을 감춰주다시피 하는 것이었다. 일관성을 유지하기라도 하듯 언론사들은 작은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재해에도 회사 명칭을 일정 부분 가려주었다. 2008년 9월 화성 팔탄면에서 발생한 사건 때도 언론은 'Y미디어'라고만 다뤘을 뿐이다.
'Y미디어'란 과거 보도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같은 사업장은 아니고 같은 공단 쯤에 위치한 사업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을 보고는 좀 더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글을 쓴 네티즌은 폭발이 일어난 (주)아미코트 인근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가스냄새가 진동을해서 시청에 신고도 했었는데 아무 소용없었음... 그보다 놀라운건 그 공장에서 2년전인가도 사고가나서 사람이 몇 죽었다는데.. 시청에서 또 그공장 짓는걸 허가내줬다는 점이 멘붕... 저희회사도 지금 창문이 다 뒤틀리고 천청이 무너지고" <네티즌의 글 중 일부,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freeboard&no=601509> |
▲사진1. 화성 팔탄면 율암리 접착제 공장 폭발사건 현장사진. 사진 위는 2008. 9. 9 사건 보도사진(기호일보)이다.
사진 아래는 오늘(2012. 6.18) 발생한 사고 현장을 네티즌(길강쥐)이 찍어서 올린 것이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같은 장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2010년 노동부에서 공표한 '산재예방관리 불량 사업장 명단(추가)'를 보니 이번 사건과 동일한 주소지(화성 팔탄 율암 91-19)에서 2008년에 4명이 사망한 재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Y미디어'는 '(주)용신미디어'였다. 네티즌의 글을 토대로 추정컨대 아마도 '(주)용신미디어' 자리에 '(주)아미코트'가 들어와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아미코트'라는 회사명칭이 이례적으로 일찍 드러난 이유는 대강 짐작된다. 지자체, 소방당국, 노동당국 등은 주소지만 같고 그 법인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애써 알리고 싶었으리라.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물론 짐작일 뿐이다. 나는 언론사가 동종재해를 막기 위하여 즉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위하여 회사명칭을 온전히 밝혔다고 보고 싶다.
▲사진2. 고용노동부의 산재예방관리 불량사업장 공고.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산재예방관리 불량 사업장을 공표하고 있다. 2010년에 발표된 2008년 산재불량사업장 추가
발표내용이다. (주)용신미디어의 주소지가 이번 사건 발생지와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대형재해는 사고 자체가 '학습효과'를 준다. 웬만하면 동일한 사업장 또는 장소에서는 꽤 오래도록 같은 재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사업주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렇다. 그런 큰 재해가 자기 사업장에서 불과 몇 년 전에 발생했음을 모를 리가 없다.
대형사고가 '동종 업종'을 넘어 '동일 장소'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수준,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대해서는 사실 사업주와 정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사업주를 변화시킬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사업주가 문제의 심각성을 평소에 느끼고 하나라도 제대로 개선하도록 신호를 제대로 주어야 한다. 괜실히 애먼 말단 공무원만 잡지말고. 대통령의 안전에 관한 새로운 다짐도 있었듯, 근본적인 국가안전대계를 고민할 때다.
※ MBC 9시 뉴스 등 메인 뉴스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2009. 4월 이 공장에서 3명이 사망하는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했는데 이것은 오보이다. 2008. 9. 9이며 4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 재해의 원인과 관련될 것으로 보이는 동종 재해사례를 정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첨부합니다. ○